3.1절, 바람이 몹시 불었다. 

생각지 않게 산발을 걷게 된 건 팔할이 바람 탓이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호젓한 산길, 봄을 노래하기엔 아직 스산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눈도 없는 계절의 간극, 바람만 오살나게 분다. 



산길은 곧장 쥐바위로 연결되었다.
쥐바위에 서서 희여재 방면을 바라본다.

파리지옥이라 일컬어지던 개띠 형님의 머리에도 세월이 내려 앉았다. 

세상에 그 숱 많던 머리가 이제는 속이 보인다. 



기나긴 도솔계곡 끄트머리에 경수봉이 버티고 있다.



배맨바위, 일대가 바다였던 시절 배를 매 두었던 바위라니..

옛 선인들의 상상력에는 웅대한 대륙의 기상이 서려 있다.



도솔계곡




낙조대 일대의 바위들, 저 멀리 소요산



천마봉 거쳐 하산, 바람 한번 싫도록 맞았다. 

얼굴 근육이 도통 통제가 안된다. 

하지만 사진 속 풍경에는 바람 한 점 잡히지 않았다.

바람을 잡았어야 하는데 영판 잘 못되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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