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돌아온 무숙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면서 총만 잘 쐈던 사람 이야기였을까?
아마도 이 영화는 종길이 아재랑 자전거 끄시고 고창에 가서 봤던 것 같다.
그 내용이야 뭐 디지게 총질하는 것이었겠는데 내용은 간 데 없고 제목만 기억에 남았다.  

오늘날 나는 '돌아온 조복자'가 되었다. 
남들이 쉬 보지 못하는 새를 길 가다 보고, 얼떨결에 보고, 갔다 하면 보고..
하여 나는 한때 조복 많은 사람으로 통했다.
그러던 것이 새 보러 돌아다닐 시간도 줄어들고, 재미도 시들해지고..
그런데 최근 가는 곳마다 새들이 툭툭 튀어나와 새 보는 재미가 새록새록 살아온다. 
타고난 조복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 나는 '돌아온 조복자'인 것이다. 

재단사가 지나간 잔디밭, 찌르레기들이 먹이사냥에 나섰다. 
녀석들 걷는 품새가 마치 깡패 같다. 

논바닥에는 쇠기러기

물 빠진 둠벙 속에는 노랑부리저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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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사는 물닭, 물수제비 뜨며 와다다 달려간다. 

간밤 새벽녘 꿈결에 수리부엉이를 만났더랬다. 
맘먹고 찾아 나서니 눈앞에 딱..

사진 정면 솔밭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녀석을 찾아낸 것이니 이 거리에서 꽤 용한 것이었다. 

.

실례를 무릅쓰고 접근했다. 
녀석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리부엉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녀석은 이런 장소에서 시야를 확보하고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큰고니

용대 저수지에서 노니는 고니 떼를 보고

해리천 상공, 흑두루미 하늘 가득 활공하고 있더라. 
길 떠날 차비를 하는가, 높이 높이 날아 바람을 타고 있더라. 

덩달아 황새도 난다. 

무서운 생김새와 달리 날갯짓이 우아하다. 

따로 또 같이..

심원 만돌에 이르니 백여 마리 솔잣새가 부산하다.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여기 있을 거란 생각은 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새들의 아련한 시선을 나는 좋아한다. 

좋지 아니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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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러 왔어요.

암수 서로 정답게..

상포에는 흑두루미와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가 머물고..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유조
캐나다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

그들이 이룬 작은 집단

연신 하늘의 동태를 살핀다.
하늘의 적정은 덩치 커다란 두루미들에게도 염려되는 모양이다. 

붉은부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는 어디로 갔을까?
보이지 않았다.

떼까마귀

호남벌 넓은 들에는 떼까마귀가 가득하다. 
'이렇게 까마귀가 많은데 갈까마귀가 없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농로로 접어드니 눈앞에 갈까마귀가 떡..
생각이 곧 현실이 되는 경지, 하여 단언컨대 나는 돌아온 조복자가 맞다.

십여 년 전 경기도 화성에서 봤던 단 한 마리 갈까마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오늘, 성조와 유조가 나란히 앉아 내 심장을 높뛰게 한다. 
반갑다 갈까마귀, 국경의 갈까마귀가 생각나는도다.

노랑지빠귀

노랑지빠귀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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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른 아침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지마다 솔잣새가 주렁주렁, 아침 햇살을 받고 있고..

집에 오니 귀여운 굴뚝새 촐랑대며 '돌아온 무숙자'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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