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에서 갓나온 새끼 딱새들은 보니 곧바로 고양이가 생각났다. 
이것들을 고양이가 가만 놔둘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가 나타났다.

지붕 위의 딱새를 노리며 기둥을 오르는 양이. 폴짝 뛰었다 주루룩 미끌어지기를 반복한다.

입맛 다시는 양이.


우리집에는 막둥이 수연이가 귀애하는 '양이'라는 고양이가 산다.
처갓집에서 홀대받던 고양이를 성화에 못이겨 줏어다 기르고 있다.
요즘은 제법 고양이 꼴이 난다.
자랑하려는 것인지 무슨 욕구불만을 시위하는 것인지 가끔 쥐 토막시체를 방문 앞에 물어다놓아 우리집 여자식구들을 놀래키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새끼 딱새들을 따라다니면서 왜 이 녀석이 안보이나 했더니 참새 소리 요란한 곳에 이 녀석이 이러고 있다.  


아 ~ 이 참새 대단한 녀석이다.
제 새끼도 아닌데 새끼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엄청난 지저귐으로 혼을 쏙 빼버린다.
참새의 요란한 지저귐과 어미 딱새들의 위험을 무릅쓴 시선 분산 작전으로 새끼 딱새는 위험한 순간을 넘기곤 하였다.
긴박했던 순간을 전하는 참새소리 한번 들어보시라.



대밭에 고양이가 나타났다.

여지없이 참새가 따라붙는다.

새끼 딱새와 불과 3m 정도의 거리

딱새 수컷

육탄 방어에 돌입한다.

양이의 시선이 분산되고..

이 새끼는 이제야 알아차리고..

대밭 앞 지붕으로 무사히 달아났다. "하이고매 죽을 뻔했네"


암컷에 비해 가끔 먹이를 물어나르는 수컷이 새끼 양육에 소홀하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양이와 대적하는 것을 보니 수컷이 훨씬 용감하게 고양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싸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등의 안위와 관련된 업무는 수컷 소관인 모양이다.
새들도 이처럼 암수의 독특한 역할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딱새 어미들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쉴 새 없이 지저귀면서 고양이의 출현을 알리고 혼을 쏙 빼놓던 참새의 모습니다.
제 새끼도 아닌데 같은 새로서 조류애를 발휘한 것일까?
유독 그 한마리만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또 왜일까?
여러모로 궁금해진다.

2009/05/07 - [새 이야기] - 갓 이소한 딱새가족
2009/05/06 - [새 이야기] - 딱새도 안다, '가화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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