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언제부터 여기에 걸려 있었을까?
짐작하기에 이 집 주인 여동생들 중고 시절에 걸어놓지 않았을까 싶다.
줄잡아 20년 이짝 저짝의 일일 것이다. 
세대가 바뀌었어도 변함없이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 뒤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먹잇감을 물고 부지런히도 드나드는 딱새 내외간을 보고 있자니 야들이 '가화만사성'을 알기는 아는 놈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지극정성이다.


먹잇감을 물어나르는 횟수나 양은 암컷이 수컷의 다섯배 이상은 되는듯 하다.
수컷은 그저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날 뿐만 아니라 먹이만 물어다주고 부리나케 달아나버린다. 
반면 암컷은 먹잇감을 잔뜩 물고 와서 골고루 나누어주고 잠시나마 새끼들을 지켜보고, 응가 마려운 놈 응가도 시켜준다.
새끼들을 기르는건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다.

먹이를 물고 온 어미가 '딱 딱' 하는 신호음을 보내면 둥지 속은 '니 입이 크냐, 내 입이 크냐' 하고 주뎅이를 있는대로 벌리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파닥거리고 까뭉개고  한바탕 난리통이 된다. 
그러나 어미는 이놈 저놈 빠지는 놈 없이 골고루 나누어먹이고 있다.   
먹이경쟁은 그저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는 몸짓 정도로 보인다. 
주뎅이 크다고 많이 얻어먹고 빨리 큰다면 새들 주뎅이는 다 함지박만하지 않겠는가? 

파닥파닥.. 날개가 왜이리 짧은겨.

엄마 나여 나.

에미까지 묵을라.

누구를 줄까~?

내 입이 더 크거든.

아나 너 묵어라.

인자 읎어 이것들아~

응가를 받아들더니 이내 삼켜버리고 또 한녀석 응가를 받아들고 날아간다. 새끼 똥꼬가 웃는 듯 하다.


점심 때 잠깐 가서 보고 온다는 것이 어영부영 두어시간  가까이 쳐다보다 왔다.
이 집 수박 크듯 딱새도 잘 크고, 딱새 크듯 이 집 아그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딱새 내외간만치 이 집 내외간 금슬도 변함 없이 '가화만사성'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