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다녀오는 길, 임진각 근처 반구정에 들렀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의 유적지로 임진강이 한강과 만나기 직전의 최하류에 자리하고 있다.
바닷물이 들락날락하고 그 물을 따라 갈매기도 드나들고 시절 변화에 따라 기러기 등 철새들이 오가는 곳.
개성 출신 황희 정승은 고향의 송악산이 보이고 도성의 삼각산도 보이는 이 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한다.
지금의 반구정은 어떤가?
단 한발자욱도 강 쪽으로 내딛을 수 없다. 삼엄한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총 든 군인들이 눈을 밝히며 오가는 최전방.
그래도 굳이 강이 궁금해 내려서고 싶다면 총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경고판에는 "적 또는 불순분자로 오인받아 사격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바람은 참 시원하다.
바람은 거침없이 철책을 오가고 남북을 넘나든다.
저 멀리 개성의 송악산이 하늘과 만나고 임진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인다.
이 모든 것을 철책과 초소가 차단, 통제하고 있다.
아! 이 서슬 퍼런 분단의 현실이라니..
하지만 시선조차 통제할 수는 없을 터, 하물며 사람 마음 속이야 어찌하겠는가?
마음은 벌써 분단의 철책을 넘어 송악산 능선을 넘어 북녘의 산하를 달린다.
국가보안법상 잠입, 탈출이 되나?
임진강은 그저 말 없이 흐르고 있다.
싯푸른 날을 세우고 바다로 간다.
임진강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