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여행이야기
독도
독도
2021.08.26나리동의 아침이 밝았다. 밤사이 비가 오락가락, 이따금 몰아치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날이 밝았으나 날씨는 여전하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분지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다. 배가 뜰까 걱정하는 사이 6시가 채 되지 않아 택시 기사로부터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우리가 걸기로 했는데 먼저 걸려온 것이다. 배는 7시 30분 출항이다. 불길한 징조라 여겼다. 기사님 말씀하시길, "울릉도에서는 비 걱정하지 마시라. 대부분 지나가면서 흩뿌리는 것이니 길게 내리지 않는다. 지금 날씨 나쁘지 않다. 오늘 독도에 충분히 접안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정보다 서두른 것은 도로 공사로 시간이 지체될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마치 우리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오해하지 말라는 듯.. 6시 50분 우리는 도동항에 도착했다. ..
울릉도에 가다.
울릉도에 가다.
2021.08.26세상은 아직 어둠 속, 구름에 잠긴 지리산 너머 뿌옇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둠을 도와 길을 나선다. 우리는 울릉도로 떠났다. 심기일전, 의기투합, 우리는 이런 단어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것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울릉도 여행은 꽤 많은 곡절을 불러왔다. 길을 나선 지 대략 여덟 시간, 한낮이 돼서야 울릉도 땅을 밟았다. 횟수로는 세 번째 6년 만이다. 일행들이 뱃멀미에 시달렸다. 단 한 번도 뱃멀미를 해보지 않은 나조차 속이 꽤나 메슥거렸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고도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산길을 타려던 계획은 버스를 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곧장 나리분지로 들어갔다. 나리분지는 분화구에 오랜 기간 흙이 퇴적되어 형성된 울릉도에서 가..
짤막한 제주 여행
짤막한 제주 여행
2020.11.30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마침 전농이 제주에서 '농민 기본법'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볼일까지 끼워 넣어 제주로 달린다. 맨 처음 당도한 곳은 김경훈 시인의 농막, 시인은 키우던 청계를 두 마리나 솥단지에 넣었다. 민중가수까지 동석하여 술자리는 금세 달아올랐다. 막걸리에 담금주까지 마셨다는데 나는 소주 단계에서 기억이 끊겼다. 앉은 자세 그대로 자다 쓰러졌다는.. 시인이 끓여준 떡국으로 속을 풀고 따라비 오름으로.. 토론회 장소가 표선이다. 가방을 둘러메는데 뭔가 허전하다. 하이고~ 렌즈만 챙기고 카메라를 두고 왔다. 이 무슨.. 갈수락 큰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화기 속 사진기가 있으니.. 따라비오름 끝자락 무덤가 작은 동자석이 망자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아..
아바나 거리 풍경
아바나 거리 풍경
2019.12.31연수단 일정은 농업기관, 단체 혹은 여러 가지 형태의 농장 방문이 주를 이룬다. 농산물 시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장거리 이동 도중 대규모 국영농장 지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우리는 쿠바의 농업 현실을 빠르게 이해하고, 농민들의 형편과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특별히 쿠바의 농산물 가격결정 구조를 파악하고 여기에서 국가와 당, 농민단체, 생산농민이 각기 어떠한 지위를 점하고 기능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나머지 시간이야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처음 가보는 이국의 거리는 그 자체로 호기심 가득한 관광지. 일상의 모습이야 사람 사는 것이 다를 바 없다. 어딘가를 부지런히 오고 가고.. 헤밍웨이가 낚시를 즐겼다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거리의 음악가들을 만났다. 유쾌한 사람들, 느닷없이..
Yo Soy Fidel!
Yo Soy Fidel!
2019.12.30쿠바 연수 사흘째인 11월 25(2017년)일은 피델 카스트로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그 어떠한 사회적 분위기도 감지할 수 없었다. 11월 24일 혁명광장, 깊은 생각에 잠긴 호세 마르티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Voy bien Camilo?. 까밀로, 나 지금 잘하고 있어? Vas bien Fidel. 잘 하고 있어, 피델 까밀로 시엔푸에고스는 혁명 이후 토지개혁을 주도했다. Hasta la Victoria Siempre 아바나 대학 교정, 학생들이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장갑차(1957년)가 전시되어 있다. 치열하게 싸웠나 보다. 어라 무슨 행사하나? 내일이 피델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라는 걸 여기에 와서 비로소 알게 됐다. 무대를 꾸미고 의자를 배치하고, 무대 ..
아바나의 밤
아바나의 밤
2019.12.29연수 이틀째 식물방역 연구소, 관광농장, 한인회관, 아바나 대학 등을 방문했다. 연수단 공식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오직 관광객이 되어 아바나의 밤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 봐야 얼마나 들어갔겠는가? 좌우튼 가긴 했다. 여기가 카리브핸가? 해적들이 출몰하던.. 돛단배 한 척, 그림 같다. 밤에 저기에 간다 했다. 뭐라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알 수 없다. 할랑 할랑 걷기 좋더라. 빨리 걸으면 땀난다. 낮에는 저 짝에 있었겠지. 여기서 대포도 쏘고 뭔가를 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가 보다. 약간은 번잡하면서도 한가로운 분위기가 좋았다는.. 우리는 무슨 클럽같은데로 이동했다. 자정 무렵이 돼야 문을 연다던가.. 나래비 선 손님들이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심야에 들어가 새벽..
Hasta la Victoria Siempre!
Hasta la Victoria Siempre!
2019.12.27어떤 사람 쿠바 간다는 자랑질에 생각났다. 그래 나도 쿠바에 갔었는데..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강렬했던 쿠바의 기억도 이제는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쿠바는 먼 나라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쿠바에 다녀와서 3개의 글을 썼다. [쿠바연수1] 쿠바는 굴하지 않는다. 얼마 전 쿠바에 다녀왔다. 그새 보름을 넘어 한달이 되어간다. 누가 말해줬다. "가슴 속에 느낌이 살아 있을 때 메모라도 해놓게. 기억력은 시간 따라 바래고 기억은 편집되는 거라네." 이 말씀을 단단히 새겨들었.. nongmin.tistory.com [쿠바연수2] 쿠바의 전봉준, 조선의 호세 마르티 쿠바로 연수를 가자니 쿠바에 대해 아는 게 너무나 없었다. 오래 전 건성으로 읽었던 쿠바혁명사는 머리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고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
몽골, 밤하늘 별사진
몽골, 밤하늘 별사진
2019.08.10몽골에 가거든 꼭 별 사진을 찍어오라는 딸래미의 부탁이 있었다. 별 사진은 한 번도 안 찍어봤는데.. 인터넷을 뒤져 대략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첫 번째 근거지에서 시도하다 포기했다. 뭘 잘못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도 안되고 춥기도 하고.. 두 번째 근거지 마지막 밤 양 한 마리 잡아먹고 바라본 밤하늘에 별이 총총,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재도전.. 사진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ISO를 높이고 후보정을 위해 RAW 촬영 모드로 전환. 밝은 불빛을 겨냥해 촛점을 맞춘 후 수동 초점으로 전환. 조리개, 셔터 속도 모두 수동모드로 전환. 사진기를 전화기와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원격 조종. 세상 참.. 삼각대가 없으니 지형지물을 이용해 구도를 잡아 사진기를 땅바닥에 고정시킨다. 근데 왜 별이 안찍히지..
몽골, 양 잡아먹던 날..
몽골, 양 잡아먹던 날..
2019.08.09몽골은 지금 우기라 했다. 거의 매일 잠깐이라도 비가 내리거나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 양이 하도 적어 우기라 우기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그런데 이 날 하루는 많은 비가 내렸다. 하필 양 잡어먹는 날.. 늑대 찾아 헤매다 돌아오는 길, 근거지에서는 양고기 먹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찾아왔다. 십리에 하나나 있을까 말까 한 인근 주민들이겄지.. 우리가 손님인데 도리어 손님을 맞는다. 말 위의 몽골인들은 정말 멋지다. 멀리 사라져가는 매혹적인 뒤태에는 정말이지 반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아~ 분위기 죽인다. 술을 먹기도 전에 우리 술꾼들은 이미 취하기 시작했다. 아침나절 양은 이미 잡아놓았다. 목줄 따 피 받고, 내장 들어내고, 가죽 벗겨 몸통을 분리하는 전 과정에 ..
몽골 풍경
몽골 풍경
2019.08.08몽골에 다녀온 지 어느새 두 주가 되어간다. 마음의 여독을 추스르지 못해 한 주가 덧 없이 가버리고, 뒤늦은 후회 속에 미뤄둔 농사일 제끼느라 쎄가 빠진다. 농민회 일도 그렇고.. 이래 저래 몽골의 기억은 아스라한 추억으로 산화하기 일보 직전에 있다. 편집된 기억의 조각들만 떠다니기 전에 뭐라도 끄적여둬야 하겠다. 드넓은 땅덩어리, 고작 한 주, 내가 가본 곳이라곤 몽골 중앙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몽골의 풍경은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광활함이 지배한다. 허나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오름 많은 제주의 중산간을 뻥튀기해놓은 듯도 하고, 수목한계선을 넘어 백두고원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했다. 어중간한 렌즈로는 몽골 풍경을 감당할 수가 없겠더라. 하여 대부분의 풍경 사진은 전화기에 부착된..
여우가 온다.
여우가 온다.
2019.07.30난생처음 몽골에 다녀왔다.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뭐라도 기록을 한 가지는 남겨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몽골의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그런만큼 사진도 많고 할 말도 많고.. 무엇보다 자신의 무용담을 중심으로 자랑거리를 늘어놓는 것이 사람인지라 내가 만난 여우 이야기를 먼저 풀어야겠다 마음먹는다. "늑대 보러 간다" "늑대 이빨을 뽑아오겠다" 큰소리 쳤지만 그 꿈이 실제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늑대가 실제 살고 있는 곳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실로 가슴 뛰는 일이었다. 이런 내가 숨소리조차 들릴만한 지근거리에서 여우를 대면하게 된 것은 최현명('늑대가 온다' 저자) 선생의 현명한 영도에 따른 것이다. 그분의 가장 큰 지침은 "혼자 다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지침에 철저히 따랐..
[쿠바연수3] 치졸한 미국
[쿠바연수3] 치졸한 미국
2017.12.29머나먼 이국 땅, 오랜 기간 제국주의 미국과 맞서온 나라, 이래저래 쿠바에 간다는 것은 꽤나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이 안온다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거나.. 그런 일은 없다. 그럴 나이는 이제 지났나 보다. 우리의 여정은 인천 출발-토론토 경유-아바나 도착,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까지 도합 19시간 가량 소요되는 대장정. 가을걷이 마치고 농민대회 치르고 곧바로 이어지는 일정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을 나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과거 미대사관 점거농성을 시도한 경력으로 하여 캐나다 항공에 의해 탑승이 거부된 연수단원, 여러 경로(외교부, 청와대 등)로 문제해결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하여 멕시코를 경유하는 것으로 홀로 별도의 비행노선을 짰는데 이조차 좌절되었다. 미국 하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