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미역국
미역국
2020.12.10미역국을 몇 차례 끓여봤는데 이렇게 끓이는 게 젤로 맛나더라. 쇠고기 적당량 썰어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한 숟갈 넣고 간장 쳐가면서.. 반 나마 익었다 생각되면 물에 불린 미역을 넣고 좀 더 볶다가 물을 붓는다. 소금으로 부족한 간 맞추면 끝, 팔팔 끓인다. 매운 거 좋아하니 청양고추 좀 썰어 넣었다. 추석 무렵 한우협회에서 보내준 쇠고기, 땡땡 얼었더도 결을 찾아 칼질하니 잘 썰어지더라. 조도에서 가져온 자연산 돌미역, 물에 담가 잠시 불리면 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생생해지더라. 깊은 맛이 난다. 하도 맛이 좋아 두 끼니 연속 끓여 먹었다. 한 번은 밥상, 또 한 번은 술상..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2020.12.06고2 때쯤이었던지.. 형과 함께 장흥에 갔더랬다. 그것도 정초에.. 난생처음이었는데 딱 세 가지 기억이 남아 있다. 읍내를 관통해 흐르던 탐진강, 강 건너 산 중턱 며느리바위와 그에 얽힌 전설, 멋모르고 떠먹었다 곤욕을 치른 매생이 떡국. 그 후 3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최근 몇 년 사이 이래저래 꽤 자주 오가는 고장이 되었으니.. 어제는 산에 못 가는 대신 "장흥이나 가자" 하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산에는 왜 가지 못했는가? 발 병이 났다. 틀림없는 족저근막염, 적절한 치료대책이 필요하다. 장흥에서는 뭘 했을까? 몇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음식과 다량의 술을 마셨다. 그중에 하나 기억에 남길만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닭도리탕'이다. 맛을 잘 아는 냥반..
짤막한 제주 여행
짤막한 제주 여행
2020.11.30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마침 전농이 제주에서 '농민 기본법'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볼일까지 끼워 넣어 제주로 달린다. 맨 처음 당도한 곳은 김경훈 시인의 농막, 시인은 키우던 청계를 두 마리나 솥단지에 넣었다. 민중가수까지 동석하여 술자리는 금세 달아올랐다. 막걸리에 담금주까지 마셨다는데 나는 소주 단계에서 기억이 끊겼다. 앉은 자세 그대로 자다 쓰러졌다는.. 시인이 끓여준 떡국으로 속을 풀고 따라비 오름으로.. 토론회 장소가 표선이다. 가방을 둘러메는데 뭔가 허전하다. 하이고~ 렌즈만 챙기고 카메라를 두고 왔다. 이 무슨.. 갈수락 큰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화기 속 사진기가 있으니.. 따라비오름 끝자락 무덤가 작은 동자석이 망자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아..
우럭젓국
우럭젓국
2020.07.09왠지 속이 허하여 뭔가 보가 될만한 묵직하고 시원한 국물이 간절하다. 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우럭포가 생각났다. 지난 설 무렵 보성 율포에서 사다 둔 것이다. 서산 특급 요리사로부터 전수받은 대로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 애호박과 자그마한 배추 한 포기 사 왔다. 현미 박박 문질러 어거지로 쌀뜨물 받아 날카로운 지느러미 제거한 우럭포 넣고 호박, 배춧잎, 다진 마늘, 청양고추 등을 넣어가며 끓인다 팔팔.. 대가리를 꼭 넣으라는 말 잊지 않았다. 새우젓 넣어 간을 맞추고 불을 살짝 줄여 진득하게 끓였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길 기다리지만 썩 우러나지 않는다. 파 썰어넣고 끝.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대략 만족.. 국물이 시원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묵직한 맛은 우러나지 않았다. 우럭포에 문제가 있나? 우럭포가 아..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2020.07.06한밤중에 배가 고파, 난데없는 떡볶이에 꽂혀..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에 착수한다. 재료는 충분하다. 냉장고에서 늙어가는 떡국 떡을 한 주먹, 두 주먹.. 물 낙낙히 붓고 불을 켠다. 고추장, 조청, 고춧가루, 간장을 취향과 입맛에 맞게 투여한다. 마늘, 대파, 청양고추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인지라 요리에도 거침이 없다. 잘 되얐다. 실패하는 것은 늘 양 조절이다. 문제는 식탐, 나이와 식탐은 반비례하는가 비례하는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2020.06.14장 본지가 언젠지.. 있는 걸로 해 먹기, 오늘은 파스타. 표고버섯 세 개, 청양고추 한 개, 들깻가루 다량, 올리브기름이 없어 들기름으로.. 1. 면을 삶는다. 2. 후라이팬에 들기름 두르고 표고버섯 먼저 3. 면을 투여하고 뒤적거리다 면 삶은 물을 적당량 붓고 들깻가루 4. 베트남 쌀국수 소스 적당량 5. 청양고추 썰어 넣고 끝 맛 죻타!
우렁이 된장볶음
우렁이 된장볶음
2020.01.23얼마 전 공력 높은 호래비 집에서 하루를 묵고 받은 아침밥상. 그 밥상에 볶은 된장이 있었다. 어찌 만드는가 물었다. 우렁이, 멸치, 청양고추, 들기름.. 물 쩨까 넣고 볶으면 된다 했다. 그처럼 간편한데 이런 맛이 나온단 말인가? '나도 해 먹어야겠다', 가슴에 새겼다. 우렁이살 사놓고 집에서 밥 먹을 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나도 된장을 볶았다. 물이 약간 많아 지졌다 말해도 별반 그르지 않겠다. 멸치 다듬어 우렁이살, 다진 마늘, 달군 뚝배기에 들기름 쳐 살짝 볶다 물 자작하게 붓고, 된장 퍽퍽 퍼 넣고 달달 볶는다. 적당한 시기에 대파, 청양고추 댓 개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들기름 좀 더 치고 끝, 맛을 봤다. '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 오늘 이걸 끝내 다 먹고 말지.. 반주 한..
아바나 거리 풍경
아바나 거리 풍경
2019.12.31연수단 일정은 농업기관, 단체 혹은 여러 가지 형태의 농장 방문이 주를 이룬다. 농산물 시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장거리 이동 도중 대규모 국영농장 지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우리는 쿠바의 농업 현실을 빠르게 이해하고, 농민들의 형편과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특별히 쿠바의 농산물 가격결정 구조를 파악하고 여기에서 국가와 당, 농민단체, 생산농민이 각기 어떠한 지위를 점하고 기능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나머지 시간이야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처음 가보는 이국의 거리는 그 자체로 호기심 가득한 관광지. 일상의 모습이야 사람 사는 것이 다를 바 없다. 어딘가를 부지런히 오고 가고.. 헤밍웨이가 낚시를 즐겼다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거리의 음악가들을 만났다. 유쾌한 사람들, 느닷없이..
Yo Soy Fidel!
Yo Soy Fidel!
2019.12.30쿠바 연수 사흘째인 11월 25(2017년)일은 피델 카스트로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그 어떠한 사회적 분위기도 감지할 수 없었다. 11월 24일 혁명광장, 깊은 생각에 잠긴 호세 마르티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Voy bien Camilo?. 까밀로, 나 지금 잘하고 있어? Vas bien Fidel. 잘 하고 있어, 피델 까밀로 시엔푸에고스는 혁명 이후 토지개혁을 주도했다. Hasta la Victoria Siempre 아바나 대학 교정, 학생들이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장갑차(1957년)가 전시되어 있다. 치열하게 싸웠나 보다. 어라 무슨 행사하나? 내일이 피델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라는 걸 여기에 와서 비로소 알게 됐다. 무대를 꾸미고 의자를 배치하고, 무대 ..
아바나의 밤
아바나의 밤
2019.12.29연수 이틀째 식물방역 연구소, 관광농장, 한인회관, 아바나 대학 등을 방문했다. 연수단 공식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오직 관광객이 되어 아바나의 밤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 봐야 얼마나 들어갔겠는가? 좌우튼 가긴 했다. 여기가 카리브핸가? 해적들이 출몰하던.. 돛단배 한 척, 그림 같다. 밤에 저기에 간다 했다. 뭐라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알 수 없다. 할랑 할랑 걷기 좋더라. 빨리 걸으면 땀난다. 낮에는 저 짝에 있었겠지. 여기서 대포도 쏘고 뭔가를 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가 보다. 약간은 번잡하면서도 한가로운 분위기가 좋았다는.. 우리는 무슨 클럽같은데로 이동했다. 자정 무렵이 돼야 문을 연다던가.. 나래비 선 손님들이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심야에 들어가 새벽..
Hasta la Victoria Siempre!
Hasta la Victoria Siempre!
2019.12.27어떤 사람 쿠바 간다는 자랑질에 생각났다. 그래 나도 쿠바에 갔었는데..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강렬했던 쿠바의 기억도 이제는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쿠바는 먼 나라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쿠바에 다녀와서 3개의 글을 썼다. [쿠바연수1] 쿠바는 굴하지 않는다. 얼마 전 쿠바에 다녀왔다. 그새 보름을 넘어 한달이 되어간다. 누가 말해줬다. "가슴 속에 느낌이 살아 있을 때 메모라도 해놓게. 기억력은 시간 따라 바래고 기억은 편집되는 거라네." 이 말씀을 단단히 새겨들었.. nongmin.tistory.com [쿠바연수2] 쿠바의 전봉준, 조선의 호세 마르티 쿠바로 연수를 가자니 쿠바에 대해 아는 게 너무나 없었다. 오래 전 건성으로 읽었던 쿠바혁명사는 머리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고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
가을 호박
가을 호박
2019.10.11뙤밭에 호박이 넝쿨째.. 내 진즉 걷어낼까 했으나 밤톨만이나 한 애호박 키워 묵자 하고 내비뒀다. 제법 컸다. 오늘 점심은 호박이다. 호박에는 새우가 잘 어울린다. 새우, 마늘, 양파, 엊그제 따온 노루궁뎅이버섯 넣고 팔팔 끓인다. 아쉽게도 청양고추가 없다. 오직 새우젓, 간을 맞춘다. 강된장을 만든다. 넣는 것은 내나 같다. 마늘, 양파, 된장, 노루궁데이, 물, 거기에 쇠고기 , 북어 약간.. 어지간히 넣을만한 것 다 넣고 졸인다. 뚝딱 한 상 잘 처려졌다. 깊어가는 가을 애호박에 호박잎으로 한 끼를 잇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