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저동에서 섬목까지 울릉도를 걷다.
저동에서 섬목까지 울릉도를 걷다.
2015.08.13울릉도 2박3일은 다소 짧은 감이 있다. 어느새 돌아가야 할 날이 밝아온다. 오늘은 일행과 떨어져 저동에서 섬목까지 걷기로 한다. 일주도로가 아직 없는 울릉도, 걷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구간이다.이 구간에는 내수전에서 석포에 이르는 옛길이 포함되어 있다. 어제 행남등대 부근에서 설핏 스쳐지난 청띠제비나비가 눈에 삼삼하다. 산과 마을을 지나며 할랑할랑 걷다보면 청띠제비나비는 물론 울릉범부전나비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다. 울릉도의 아침은 고창보다 20분이 빠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목표로 길을 나섰으나 거리타산이 잘못되어 내수전마을 입구 바닷가에서 해를 맞았다. 해는 죽도와 북저바위 사이에서 떠올랐다. 언제나 올라올까 싶게 동짝 하늘만 붉히더니 떠오르자마자 하늘로 담박질친다. 저동항 방파..
우리땅 독도
우리땅 독도
2015.08.12성인봉 넘어 나리분지, 산마을 식당에서 하루를 묵었다. 5년 전과 똑같은 여정이지만 세월은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다. 음식 맛도 술맛도, 손님 대접도 예전만 못하다. 나리분지의 밤은 싱겁게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8시 반에 저동항에서 출발하는 독도 여정을 잡아놓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다시 저동으로 돌아간다. 섬목에서 저동에 이르는 구간은 찻길이 없는 탓에 섬을 거의 한 바퀴 에돌아 1시간여를 달려야 한다. 택시비 10만 원, 성수기인 탓에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백 리.. 쾌속선을 타고도 1시간 반가량이 소요된다. 너울성 파도가 일렁인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배는 흡사 바이킹처럼 요동치며 독도로 향한다. 이 정도 바람이면 독도에 접안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지만 일정을 바꾼다..
성인봉 지나 나리분지로
성인봉 지나 나리분지로
2015.08.09포항을 출발한 우리누리호는 저동항으로 들어갔다. 기록을 더듬어 햇수를 헤아리니 5년 만이다. 첫 방문에서 받았던 감동의 기억이 너무도 선연하여 사뭇 가슴이 뛴다. 이번에도 성인봉을 오른 후 나리분지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울릉도 일정을 시작한다. 점심을 먹는 사이 애, 어른, 아녀자 할 것 없이 성인봉 산행에 함께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둘러 점심을 해결하고 KBS 중계소 위쪽 산행 기점으로 간다. 택시비 1만 원. 3시 반,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비좁은 협곡에 자리 잡은 도동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폭염에 신음하는 본토와 달리 울릉도는 섭씨 30도를 넘지 않는다. 산에 드니 서늘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오고 숲 바닥을 차지한 양치식물이 발산하는 청량..
군산 뽀빠이 냉면
군산 뽀빠이 냉면
2015.08.02요사이 군산 갈 일이 잦았다. 어쩌다 보니 점심 무렵 혼자가 되었다. 짬뽕을 좋아하지만 줄지어 기다릴 수는 없다. 날도 더운데.. '군산 냉면'을 검색하니 뽀빠이 냉면이 나온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복성루 앞을 지난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짬뽕집을 에워싸듯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뽀빠이 냉면집은 복성루를 지나 길 좁은 구도심에서도 작은 골목 속에 있었다. 줄은 없지만 사람이 많다. 늘 먹는 물냉면, 닭가슴살을 고명으로 얹었다. 닭을 고와 육수를 낸 모양이다. 좋다. 잘 만든 막국수와 일면 상통하는 맛이 있다. 정통 평양냉면보다는 다소 강한 맛, 이 육수로 군산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나 싶다. 육수는 그렇고 면발, 메밀면 특유의 짤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다. 대책 없이 질기기만 하고 형편없..
빕쌀수입 저지! 박근혜, 새누리당 규탄 전국농민대회
빕쌀수입 저지! 박근혜, 새누리당 규탄 전국농민대회
2015.08.01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폭염 속 7월, 그 마지막날 전국의 농민들이 상경투쟁에 나섰다.밥쌀수입 반대! 붉은 띠를 두른 밀짚모자 행렬이 한여름 서울 도심을 둥실둥실 구름처럼 떠다닌다. 너 살리고 나 살리는 아스팔트 농사!농민해방 앞당기는 아스팔트 농사!식량주권 수호하고 민족밥상 지켜내는 아스팔트 농사!이 농사가 최고로세!! 서울역 [사설] 폭염 속 상경투쟁 나선 농민들 민중의 소리 오늘 전국 각지 농촌 들녘에서 1천여명 농민이 서울로 집결한다. 서울역에 모인 이들은 도심을 가로질러 서울광장을 지나 정부청사로 몰려갈 것이다. 농민들은 이제 막 이삭이 팬 벼포기를 들고 행진할 계획이다. 바로 두 달 전에는 모내기철에 논으로 나가야 할 모판을 들고 똑같은 길을 행진한 바 있다. 무엇이 농민들을 자꾸만 아스팔트 위..
설악산 대청봉 주변의 새, 노랑허리솔새, 솔새사촌, 진홍가슴
설악산 대청봉 주변의 새, 노랑허리솔새, 솔새사촌, 진홍가슴
2015.07.30가파른 설악산을 무겁고 커다란 대포 렌즈를 짊어지고 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은이한테 대신 짊어지게 하고 잣까마귀와 긴다리솔새사촌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올랐다. 한계령 위쪽 능선 삼거리 부근부터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너무 어두워 소리만 들었을 뿐 어떤 녀석들인지는 확인이 불가하다. 끝청에 당도하자마자 종류를 알 수 없는 칼새 한마리 쏜살같이 날아간다. 부랴부랴 렌즈를 꺼내보지만 영영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끝청과 중청 대피소 중간 지점쯤에 이르러서야 잣나무 가지 틈새기에서 노닐던 솔새류 한 녀석을 담아 확인해보니 노랑허리솔새다. 노랑허리솔새(Pallas Leaf Warbler)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 주로 한반도 중부 이북을 통과한다. 강원도 산악지역(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일대..
범부전나비의 과격한 비행
범부전나비의 과격한 비행
2015.07.30무더위를 무릅쓰고 방장산을 오른 데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몫했더랬다. 오랜만의 방장산 능선 산행으로도 녀석들을 보지 못하고, 해질 무렵 임도 순찰에서 정신 사납고 강렬하게 점유 행동을 하는 나비를 포착하였다. 이토록 민첩하고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나비는 보지 못했다. 나비가 시푸레 보이 기도 하고 필시 푸른큰수리팔랑나비다 싶었다. 허공에 대고 공연한 속사만 날리다 녀석들이 임도 주변 칡넝쿨 꼭대기에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300mm 달고 트럭 지붕 위로 올랐다. 녀석들을 포착한 순간.. 녀석들이 범부전나비였음을 단숨에 알아보았다. 날개 무늬가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켜 '범'을 가져다 붙였다는 석주명 선생의 직관적인 혜안이 빛을 발한다. 도감에서 익히 낯을 익..
7월의 방장산
7월의 방장산
2015.07.29장마에, 태풍에, 몹시 어수선한 날들이 지나고 있다. 오랫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 진정한 여름이 도래하였다. 도저히 일할만한 날씨가 아니다. 이런 날은 산으로 가야 한다. 방장산이 나를 부른다. 때로는 아스라히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는 방장산이 오늘은 손에 잡힐듯 만만해보인다. 방장산은 고창과 장성이 능선을 갈라 도계를 이루고 한짝 귀텡이는 정읍에 속한다. 방장산은 고창 들녘에서 바라볼 때라야 웅장한 산세를 제대로 드러낸다. 특히 고창읍내에서 바라보는 방장산은 듬직하기가 이를데 없어 고창의 진산으로 손색이 없다. 오늘은 용추계곡에서 올라 봉수대 봉우리 찍고 정상(연지봉) 거쳐 고창고개(파릿재)길를 타고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과거 차 귀하고 양고살재가 포장되기 전에 많이 애용하..
논이 품은 작은 생명체들
논이 품은 작은 생명체들
2015.07.28언제 클까 싶던 모가 자라 벼가 되고, 어느새 수잉기가 되어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다. 이삭거름을 할 시기, 때는 바야흐로 한여름.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땀이 흐르지만 잘 자란 벼를 보는 농사꾼의 마음은 꽤나 여유롭다. 이삭거름 뿌리고 삽자루 들고 물꼬 단속하러 다니면서 벼 포기를 들여다본다. 잠깐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무쟈게 많은 작은 곤충들을 본다. 논 말리기 전 모 때울 때 보니 묘하게 생긴 수중 동물들이 우글거리더니 다 자란 벼 포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이 바글바글하다. 논은 참으로 생태계의 보고로구나. 이름표 붙이다 삽자루 썩겄다. 아직 이름표를 못 받은 녀석들은 분야별 전문가 그룹에 의뢰해놓았다. 쇠포리쯤으로 보이는데 갓 나온 녀석인지 순해 보인다. 이 녀석들은 계보가 복잡하다. 우..
군산미군기지 탄저균 실험 규탄대회, 탄저균 가지고 미군은 떠나라!
군산미군기지 탄저균 실험 규탄대회, 탄저균 가지고 미군은 떠나라!
2015.07.27탄저균 사태 진상을 규명하라!실험기지 폐쇄하고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오바마는 공식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불평등한 SOFA협정 지금 당장 개정하라! 지난 토요일 오후(25일) 군산 미군기지와 수송동 롯데마트 앞에서 미군의 탄저균 불법반입과 비밀실험을 규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탄저균 전북대책위(전북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주 평통사, 진보광장,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와 광주, 전남 진보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전남북 노동자, 농민, 시민 등 500여명이 참가하였다. 군산미군기지는 일제에 의해 비행장으로 건설된 이래 미군기지로 사용중이다. 지난 1991년까지 전술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지금 현재 세균전 실험실이 설치되어 있다. ..
전농 전북도연맹 민족농업전진대회 특별결의문
전농 전북도연맹 민족농업전진대회 특별결의문
2015.07.257월 23일 정부는 기습적으로 3만톤 밥쌀수입을 입찰 공고하였다. 24일 전농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농식품부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으며 7월 31일 농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같은날 전농 전북도연맹은 전북 농민들의 한마당 잔치인 민족농업전진대회에서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고 밥쌀수입 저지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기습적 밥쌀수입 시도 농식품부장관 사퇴하고, 우리쌀 지킨다던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바로 어제 정부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밥쌀용 쌀 3만 톤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밥쌀 수입은 지난 5월 처음 시도되었지만 농민과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미국산이 주를 이루는 수입밥쌀은 국내 식당가 등 대형 소비처를 급속 잠식하며 국내 쌀값을 폭락시킨 주범이다. 시장을 파고들던 미국산 칼로..
설악산 바람꽃
설악산 바람꽃
2015.07.23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으로..중청 대피소를 지나 대청봉 목전에 이르니 바람꽃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만개한 바람꽃 군락이 흐르는 땀과 거친 숨을 위로한다. 태풍과 장마의 와중에 절묘하게 날이 좋은 하루. 단군왕검, 조상님을 잘 만나 이렇게 좋은 날씨에 수려한 산천을 굽어본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 공룡능선 너머 황철봉으로 북진하는 대간길을 가늠해본다. 황철봉 너머에는 미시령길이 산을 넘고 있을 터이고.. 적지 않은 바람꽃 종류 중 아무런 수식어를 달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바람꽃'.청초함과 단아함, 설악의 세찬 바람을 이겨낸 강인함까지..섬천리 방방골골 조선의 누이를 닮아 사무치게 곱고도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