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를 경유하여 덕유산을 오르다.
14일 장수군 농민대회가 열리는데 딱히 갈 사람이 없다고 나더러 다녀오란다.
200여 명이 모인 농민대회는 짜인 순서대로 질서 있게 진행된다.
대표단이 군수와 농협지부장을 만나러 들어간 사이 "씨벌 좆같이..."로 시작하여 농민대회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은 군수를 성토하는가 하면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 이명박이를 씹어대는 농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진다.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사항들을 받아 안고 들어간 대표단의 귀환이 늦어진다.
농민들의 요구는 크게 두가지다.
비료값 폭등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농협중앙회는 면세유 취급수수료를 폐지하고 남해화학 수익금을 농민에게 환원하라는 것이다.
놈들은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를 예견하고 있는 농민들은 착잡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며 대표단을 기다린다.
농협은 차기 이사회에서 면세유 취급수수료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군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남 못지않게 하겠노라 하였다 한다.
이에 대해 어찌할 것인지를 놓고 다시 발언들이 이어진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장수 농민들의 기개를 짐작하고 자리를 뜬다.
여기까지 온김에 무주를 들려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무주에서 한살림에 납품하는 닭을 키우는 수호 형과 해발 700미터가 넘는 고랭지에서 농사를 짓는 무풍면 농민회원들에게 연락을 하여 술 약속을 잡는다.
옻닭을 먹자고 한다.
소주 다섯병 사들고 가 맛있게 먹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잔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모기도 없고 청량하기 그지없다.
여기까지 온김에 덕유산을 오르지 않고는 그냥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구천동으로 향한다.
다들 스키장 곤돌라를 타고 상봉에 오르는 탓에 사람이 없다.
향적봉에 오르는 동안 겨우 10여 명의 등산객을 보았을 뿐이다.
향적봉에 오르니 엄청난 잠자리 떼가 반긴다.
정상에 선 아주머니 한분 무주군수가 들으면 귀 솔깃할 한마디 말씀을 날린다.
"잠자리 축제해야 쓰겄네"
진짜 잠자리 많다. 사람 옷이고 귀때기고 막 들어붙는다.
산정의 날씨는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는가 하면 해가 나타나고 일순간 안개가 몰려와 시야를 흐리기도 한다.
그탓에 장엄한 덕유산의 주릉을 볼 수는 없다.
대피소 컵라면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중봉으로 향한다.
능선의 꽃밭이 장관이다.
휘파람새 몸을 숨긴 채 숲 속에서 지저귀고 '홀딱 벗겨 주!'를 반복하는 두견이의 울음소리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중봉에서 능선을 버리고 오수자골을 경유하는 하산길을 택한다.
다시 출발지점으로 가는 동안 단 두 사람의 등산객만을 보았다.
평일이기도 하지만 구천동 계곡은 너무나 한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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