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빈가? 지금 밖에는 촉촉히 비가 내리고 있다. 밭작물은 어지간히 해갈될만한 양이다. 콤바인 일이 완전히 끝나고 오랫만에 가져보는 마음의 여유로움에 어제는 선운사에 다녀왔다. 선운사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개설한 '불교강좌'를 들으러 다니는 각시 차에 찡겨타고서.. 입장료 없이 공짜로 그것도 차까지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
선운사에는 이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저기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산이 보기에 좋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물은 겨우 명줄을 잇고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아예 말라있거나 군데군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시간이 많지 않은지라 각시 차를 끌고 도솔암까지 가서 천마봉에 올라 낙조대, 용문굴을 거쳐 다시 제자리로.. 그사이 사람들이 많아졌다. 차를 끌고 내려오는데 낯바닥, 뒷통수가 근질거린다. "자는 뭇이간디 이런 길에서 차를 끄시고 다닌다냐?" 한마디씩 하는듯 하다. 아마 속으로 다들 그랬을 것이다. 수강을 마친 각시를 만나 만세루에 앉아 차를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가을일을 마친 농사꾼의 여유로움으로 선운사에 물드는 가을을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