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이런 녀석도 왔었다. 

2008/07/21 22:19

한 1주일쯤 되었을까?
해질녘 논에서 개치고 있는데 아래 저수지 쪽에서 뜸부기 소리가 유혹한다.
하지만 뜸부기 쯤이야 서너차례 사진에 담아본지라 꾹 참고 일을 계속한다.
한데 좀 묘한 소리가 섞여서 들리기 시작한다.
뜸부기 소리보다 다소 높은 음정과 빠른 박자로 울어대는... 뜸부기 소리같기는 한데 아닌 소리.
한번도 들어보진 못했지만 저거이 '쇠뜸부기사촌'쯤 되는 녀석인가보다 하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일을 좀 서둘러 마치고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우리 논 아래 가물치 키우던 양어장 방죽에서 소리가 난다.
다가가보지만 줄이 들어찬 수풀 속에 숨어있는 녀석의 모습을 찾을 재간이 없다.
그 후로 며칠간 꼭 일하는 석양에 울어대거나 내가 집에 없거나 그렇게 지내왔다.

태풍이 온다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대던 어제, 오전부터 줄기차게 나는 그 녀석 소리에 마음먹고 다가가보았다.
까마치 양어장보다 높은 밭 어덕에 쭈그리고 앉아 소리가 어디쯤에서 나는지 가늠해보고 있는 차에 시커먼 놈이 갑자기 튀어날아 반대편 수풀 속으로 숨어드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한데 대그빡 하얗고 몸땡이 시커먼것이 꼭 물닭이다.
물닭이 그렇게 우나?
지난 겨울 숱한 물닭들을 봐왔지만 우는 소리는 한번도 들은 바 없기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밭에서 내려와 좀 더 다가가보는데 이번에는 그 방죽 너머 다른 방죽에서 좀 다른 소리가 난다.
그런데 아주 위급한 듯 하다. 뱀이 달려드나? 둥지에 침입자가 있나? 하는 갖가지 생각 끝에 숨겼던 몸을 일으켜 달려가는데 새 한마리 황급히 몸을 숨긴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쇠뜸부기사촌'의 생김새을 갖춘 녀석이다.  
자그마한 방죽인지라 주변을 돌며 나름 샅샅이 뒤져보지만 그림자도 볼 수 없다.
아무튼 쇠뜸부기사촌일거라는 내 짐작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켠 좀 이상하다.
아까 그 녀석은 뭐지?
사진기에 담지 못한 '순발력'을 탓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오늘 오후 2시경 사진기 챙겨 다시 가보았다.
어라 오늘은 논에서 운다. 세마지기짜리 우리 논이다.
기껏해야 20분도 채 넘기지 못하는 인내심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울다 그쳤다를 반복할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에이 물총이나 보러 가자.
하지만 내 그림자만 보고도 십리는 줄행랑을 치는 물총새 찍기도 실패하고 이제는 다 작파하고 일할 시간이다.
다시 논을 지나는데 이제는 길 옆에서 소리가 난다.
차를 세우고 다가가니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이것이 첫번째 사진이다.
어제 일을 교훈 삼아 사진기를 거의 눈에 들이대고 다가간 탓에 이나마 건질 수 있었다.
아래논 논두렁 근처에 내려앉는다.
황급히 돌아서 달려가는데 이번엔 다른 녀석이 논가운데서 다시 날아올라 아까 그 녀석 떨어진 곳으로 내려앉는다.
이것이 두번째 사진이다.
논두렁에 서서 가늠하자니 바로 코 앞에서 녀석들이 울어댄다.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애라 모르겠다. 신발 벗고 논으로 그냥 들어섯다. 다시 날아오르기라도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
개친지 얼마 되지 않은 논은 아직 마르지 않아 푹푹 빠진다.
그런데 소리는 어느새 저쪽에서 난다. 이쪽 저쪽 쫓아다녀보지만 헛일이다.
아뿔싸! 보리밭에서 꿩새끼를 찾지 이게 무슨 짓인가? 헛움음이 절로 나온다.
흙투성이 된 옷을 질질 끌며 걸어나오는데 녀석은 뒤통수에다 대고 더 세게 울어댄다.
너 이놈 어디 가지만 말아라. 제대로 박아줄 날이 있을 터이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진은 허접하지만 멋진 녀석임에 틀림없다.


흰배뜸부기

영문명


White-breasted Waterhen
학명 Amaurornis phoenicurus chinensis BODDAET
몸길이 3.30
성별차이 없다
털색 수컷의 이마는 흰색이며, 머리부터 등 까지는 올리브색을 띤 어두운 석판 검은색이다. 가슴과 배는 흰색이며, 귀깃 뒤끝에서 몸옆을 따라 한 줄의 검은선이 지나간다. 부리는 녹색이며, 다리는 흐린 올리브 황색이다.
서식지 갈대밭,도랑,물가의 풀숲,논 연못
둥우리 갈대나 대나무 등의 나무 위
산란수 4-8
먹이 낟알,연체동물의 패류,곤충류
분포 인천의 해안가 습지
기타 동남아시아의 열대지방에 살며, 태풍이나 이상기후에 의해 길을 잃어 우리나라로 찾아온다.



인터넷 검색을 톻해 확인하니 싸우는 듯하고 고양이 앙탈부리는 듯한 소리도 '흰배뜸부기'가 그냥 저 혼자 내는 그런 소리다.  황급히 몸을 숨긴 녀석이 '쇠뜸부기사촌'과 같은 생김새였다는 것은 그럴것이라는 지레짐작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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