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겨울은 추워야 맛이라는 말이 쉽지 않다.  

하지만 봄같은 겨울을 나면서 가슴 한구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농민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늦추위가 몰아닥쳤다. 늙발에 뭇 앵긴다더니 다소 맵다. 

내린 눈에 한파가 겹쳐 보기 드물게 도로가 얼어붙었다. 

길 얼어붙어 다른 일 하기 어렵다 핑계대고 하얗게 손짓하는 방장산으로 차를 몰아간다. 




방장산은 그야말로 하얀 세상이다.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밟지 않은 새 눈을 밟는 느낌이 남다르다.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용추폭포에서 출발해서 상봉으로 통하는 직등길을 톺아오른다. 

고도를 올릴수록 눈은 깊어지고, 산길은 가파르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방장산 능선은 장쾌하다. 

장쾌한만큼 조망이 좋다. 

날이 좋으면 멀리는 지리산, 무등산이 바라보이고 지척에서 꿈틀대는 호남정맥과 영광 방면으로 뻗어가는 영산기맥 산줄기가 늠름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오늘은 보이느니 그저 하얀색 뿐이다. 



라면 하나 끼레묵는다. 

하얀 눈밭에서 먹는 빨간 국물 라면이 눈과 입을 호강시킨다. 




지금 이 순간 방장산은 무인지경. 걸어온 길 한번 돌아보고 다시 길을 잡아 나선다.



가야 할 길, 저 멀리 억새봉이 손짓한다.



환상적인 눈꽃 터널을 통과한다.



방장산 상봉, 연지봉에 이르니 비로소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고창 사람들이 예까지 왔다 되돌아갔으리라. 





억새봉에서 고창벌을 내려다본다. 

해는 아직 중천인데 서짝 하늘은 그새 달아오른다.




다시 능선길을 달려 수월봉.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영산기맥 산줄기, 멀리 고산이 우뚝하다. 

양고살재를 넘는 도로가 구불구불 산을 오른다. 


수월봉에서 석정온천 방면으로 길없는 길을 잡아 내려간다. 

딱히 길이 없는 길, 그저 능선을 고수하며 눈길을 미끄러지다보면 산악자전거 도로를 만난다. 

산악자전거 길은 석정온천 부근에서 끝나고..

온천탕에 몸을 푹 담그는 것으로 하얀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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