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전농은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했다. 

민중당에 대한 조직적 지지를 명시한 정치방침 결정과 전국 농민 통일문화제 개최 결정이 그것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평화 통일 올림픽으로, 그리하여 우리 민족끼리 평화와 통일의 길로, 그 길에 농민이 앞장서겠다는 결의의 장을 마련한다>

전국 농민 통일문화제는 그렇게 제출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전농은 자신의 방침을 멋지게 실현해냈다. 

고창군 농민회는 전농 결정을 받들어 22일 예정되어 있던 총회를 하루 앞당겨 치르고 전국 농민 통일 문화제에 참석했다. 

 

전국농민 통일문화제(강릉 대학로)

 

전국 각지에서 1천여 명의 농민들이 달려왔다. 

우리는 대학로 행사가 종료될 무렵에야 도착했다.

사람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던 듯, 행사가 마무리되자마자 북측 응원단이 기다린다는 정동진으로 향한다. 

전농은 본래 북측에서 내려온 손님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나누겠다는 취지로 '통일밥상' 행사를 기획하고 성사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북측 응원단이 정동진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동진으로의 신속한 이동을 결정한 것이다.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북측 응원단 취주악단이 공연을 위해 도열해 있다. 

경찰과 국정원 직원들(?)만 가득하다. 

우리 말고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속속 도착하는 농민들, 각 지역 농민회 깃발들이 입장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다. 

농민들과 응원단 사이에 질서 유지선, 그리고 경찰들이 한 줄 늘어서 있다. 

여기저기서 경찰들 비키라 불만이 터지지만 요지부동, 충돌이 있을 법도 한데 농민들 잘 참아낸다. 

 

 

웃을 듯 말 듯 미묘한 표정으로 클라리넷을 불고 있는 응원단 처녀

 

 

 

참으로 곱다.

 

 

 

고1 때 잠시 밴드부 생활을 했더랬다. 

그때 만졌던 악기가 호른이다. 

영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대걸레 자루로 스무 대 맞고 때려치웠다. 

옛 생각 나누나. 

 

 

춤사위가 경쾌하면서도 고전적이다. 

어깨춤이 절로 덩실덩실..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농민들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답하고..

 

 

북측 응원단과 남측 농민들 "우리는 하나다!"로 하나가 된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북측 응원단을 태운 버스까지 다 보내고 나서야 농민들은 발길을 돌렸다. 

농민들 고성 숙소로 이동, 건조한 날씨에 세차게 부는 바람으로 통일 기원 달집 태우기 행사는 취소되었다. 

대신 많은 농민들이 밤을 새워 술을 마시는 것으로 통일의 염원을 불태웠다. 

 

 

평화통일대장군과 민족공조여장군

통일전망대 출입 관리소 마당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농업교류 실현을 기원한다. 

 

 

1박 2일 전국 농민 통일문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전농 박행덕 의장께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만세 3창으로 마무리..

민족공조 만세! 조국통일 만세! 통일농업 만세! 

 

 

고창군 농민회 참가단

 

고창농민들 서울 사람들 먹일 수박 심느라, 고추 모종 관리하느라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통일기원제에서 받은 기 듬뿍, 그 힘으로 힘찬 통일농사 지어보자 결심한다. 

 

 

금강산 가는 길, 저 건너 북녘 땅

 

 

그리운 금강산

 

먼발치에서나마 금강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통일문화제 1박 2일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 농민들 가슴마다에는 '민족공조' '평화통일' '통일농업'을 향한 벅찬 기운이 그득했으리라. 

머지않아 반드시 성사될 '남북농민 통일한마당'을 기대하며..

우리 민족끼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