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넘어오는 길, 새만금 제방을 탄다. 

야미도 지나 신시도, 섬과 섬을 다리로 이어 무녀도, 장자도까지 들락거리는 찻길을 냈다. 

찻길을 따르자니 아름다운 고군산군도의 섬들 사이사이 아늑한 해변, 한적한 섬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거친 난개발의 흔적 또한 역력하다. 10년, 20년 후 이곳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새만금 제방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신시도는 15년쯤 전 핵폐기장 부지로 지목된 바 있다. 

신시도에 들어서니 산 꼭대기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해는 뉘엿뉘엿, 이미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지만 산이 땡기는 힘은 강력하다. 

 

 

전망대에 올라 새만금을 굽어본다. 

신시도 옆 야미도,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되었지만 야미도는 여전히 바다 위에 떠 있다. 

어디가 뭍이고 어디가 바다인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가?

금 하나 그어놓고 다 내 땅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의 탐욕을 비웃는다. 

저 멀리 군산의 불빛, 아련하다. 

고군산군도에 어둠이 내린다. 

 

 

선거를 치르면서 새만금의 불편한 진실과 새롭게 마주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새만금, 

이명박이 내지른 새만금판 4대 강 사업이 '새만금 수변도시'라는 이름으로 시퍼렇게 살아 있고

사람들은 여기에 국제공항도 짓고, 수십층짜리 빌딩도 짓겠다며 지랄 염병을 다 하고 있더라. 

언제 끝날 거라는 기약도 없는  무모한 삽질뿐이더라. 

새만금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더라. 

 

새만금에는 역대 정권이 남발한 헛된 공약들이 고스란히 적폐로 쌓여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 역시 앞선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습니다. 

새만금 개발공사요, 국제공항이요 하는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매립토가 날려 미세먼지의 원천이 되고, 

물이 썩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생태환경의 무덤 위에 그 무엇을 건설하겠단 말입니까? 

조건 없는 해수유통과 내부준설 전면 중단으로 생태와 환경부터 살려야 합니다. 

 

기왕에 만들어진 땅만으로도 새만금은 벅찹니다. 

새만금에 쌓여 있는 개발 지상주의, 수출농업이라는 허상을 걷어냅시다.

그리고 여기에 통일의 씨앗을 뿌립시다. 

새만금을 남북 농업교류와 경제협력의 터전으로, 통일농업 전진기지로 키워나가자는 것이 저의 구상입니다.

......

 

- 민중당 이광석 도지사 후보 TV 토론 발언

 

 

새만금에 부치는 노래라 해도 손색없을 시를 발견했다. 

제주도 김경훈 시인의 절창..

 

멈춰라!

-길이 구부러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장 멈춰라
이 삽질을 멈춰라
이 헛발질을 멈춰라
이 난개발을 멈춰라

내버려 두어라
진정 제주를 제주답게 하려면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어라

길이 구부러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직선은 파멸의 탐욕을 부르고
과속은 탕진의 파국을 재촉한다

지금도 벅차다
지금도 숨 막힌다
지금도 등골이 휜다
지금도 충분히 복잡하고 한계용량을 초과했다

그러니 멈춰라
탐라 섬 속살을 헤집고 가르는
이 야만의 돈질을 멈춰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고 민심을 뭉개는
이 불통의 뻘짓을 멈춰라

너희가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 넘긴다면
세상 또한 너희를 삶 밖으로 내동댕이칠 것이다

그러니 내버려 두어라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 둘수록
우리의 삶은 풍부해진다

그러니
멈춰라
이 미개한 삽질을 멈춰라
한라산의 명령이다

멈춰라
이 무모한 헛발질을 멈춰라
설문대할망의 엄명이시다!

멈춰라 
이 천박한 돈질을 멈춰라
양용찬 열사의 절절한 유언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