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새벽 3~4시경이면 앞낭깥, 뒷낭깥에서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들려온 지 꽤 되었다. 
이른 새벽 호랑지빠귀 소리가 귓전에 걸리기 시작하면 쉽게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음습하고 낮게 깔리는 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 스며 있는 슬픈 기억을 긁어대는 듯하기 때문이다.  
새벽녘 가늘게 들리던 휘파람 소리가 아침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오늘은 맘먹고 소리를 추적해본다. 
특이한 울음소리 때문에 몹시 궁금했던 새, 호랑지빠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대는데도 연신 울어댄다. 
가까이에서 들으니 의외로 소리가 청아하고 맑기 그지없다. 
맑고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이따금 고음의 작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짐작하기에 열심히 암컷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이 녀석이 날아가고 다른 녀석이 날아왔으나 사진 찍기에는 실패하였다. 
인터넷을 뒤지니 '호랑지빠귀'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가 검색된다. 
시인은 '노래도 버리고 울음도 버려 더욱 청아해진... 호랑지빠귀 소리'라 표현하고 있다. 
노래도 아니고 울음도 아닌 '소리'.
공감이 간다. 
잠결에 먼발치에서 들었던 느낌 하고는 판이한 기교를 버려 청아해진, 노래도 아니고 울음도 아닌 호랑지빠귀 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horang.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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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지빠귀
/  도 종 환

기교를 버리면 새소리도 빗줄기를 수평으로 가른다
깊은 밤 무덤 가 또는 잔비 내리는
새벽 숲 초입에서 우는 호랑지빠귀   
사방이 단순해지고 단순해져
오온이 모두 한 곳으로 모이는 때
새는 노래도 버리고 울음도 버려 더욱 청아해진다
한숨에 날을 세워 길게 던지는 소리인 듯도 하고
몸의 것들을 다 버린 소리의 영혼인 것도 같은
호랑지빠귀 소리는 
단순해지면 얼마나 서늘해질 수 있는지 알려준다
금관악기 소리보다 흙피리 소리가 왜 
하늘과 땅의 소리를 더 잘 담아내는지 가르쳐준다
깊은 밤 어둠을 가르고 미명의 비안개를 자르고
그 속에서 둘이 아니고 하나인
정과 동을 거느리는 소리 
기교를 버려 단순해진 소리가 왜
가장 맑은 소리인지 들려주는 
호랑지빠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