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씨게 분다. 봄을 몰고 오는 바람이다. 

몽골고원과 중국에서부터 실려온 누런 먼지가 세상을 뿌옇게 가리우는 요지음..

우리 동네 매화는 아직 일러 피들 안했고 산수유만 꽃망울을 벙긋거린다. 

희여재 넘어 선운산에 들었다. 

기운만 완연할 뿐 숲은 아직 겨울이다.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할랑할랑 걸어내려가다 길을 벗어나 낙엽 두터운 숲 속으로 접어든다.  

아직 잎을 달지 않은 겨울 나무숲은 바닥까지 햇빛을 잘 받아들인다. 

봄은 계곡 옆 두터운 낙엽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보송보송 솜털을 단 노루귀가 꽃대를 올렸다. 

이론 봄 숲의 꽃들이 쌍으로 혹은 무더기로 꽃대를 올린다. 

혼자면 외로웅께..




봄바람 타고 예까지 왔을까? 

변산바람꽃이 나무 뿌리 위 무릎 관절같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

변산바람꽃은 이름과 달리 전국 도처에 자생지가 산재해 있다. 심지어 제주도까지..



군데군데 옛 산사람들의 거처 '비트'가 눈에 띈다. 

비트 안에 뿌리내린 밑둥 굵은 나무만치나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유격대의 흔적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태어난 후에 전설처럼 우리를 이야기하리라

그때는 찢겨 피묻은 깃발이 남아 삼천리 강산 위에 나부끼리라

아아 오늘도 우리는 간다. 선배들의 핏자욱 서린 이 길을.."

조국은 지금 최고조에 이른 긴장 속에서 통일로 가는 막바지 용트림을 틀고 있다.  






각도에 따라 눈높이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산골짝에서 나서 자란 꼬맹이들의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손짓을 보는 듯하다. 

지나가는 버스에다 대고 손을 흔들어대던 어릴적 생각도 나고..

그나 키 작은 막둥이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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