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불씨
불씨
2025.02.04아궁잇속 시뻘건불씨가 마치보석처럼 영롱하다.이 불씨 나무를 태워물을 덥히고 그 물이 돌아 집을 데워그 온기로 내겨울을 난다.아궁잇속 불씨는높뛰는 심장 속 뜨거운 피,그래 불씨가 그토록시뻘겠던 게로군입춘,올겨울 마지막 추위 속 눈이 내린다.이번 추위 물러가면 봄이 성큼 다가올 것이고,겨울 내 열나게 돌아가던 나무 보일러 한 숨 돌리게 될 것이다.한 해 겨울이 간다.
눈사람
눈사람
2025.02.03잔디밭 복판 눈 녹아 사라지고눈사람만 덩그러니동네 손주 녀석들곱은 손 녹여가며 혼을 불어넣었을 눈사람눈 녹듯 사라져간다 잔디밭 주인 기다리는잔디 장시는 내내 소식조차 없고눈사람이야 어찌 되건잔디밭 주인은운수대통 입춘을 고대한다절기 바뀌니 봄기운 완연해진다.강추위 내려온다 하나 오는 봄 막지 못할 것이다.맘은 벌써 봄을 향해 일렁인다.
대죽도ㆍ소죽도
대죽도ㆍ소죽도
2025.02.02날은 우중충해도둘이라 외롭진 않겠다.설 연휴 끝 초사흗날,물때에 맞춰 갯벌에 머무는 새들을 조사한다.OUV, 갯벌이 가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보수가 지급되는 유급 활동.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이 사진 속에도 수백 마리 도요물떼새가 바글거린다.거시적으로도, 미시적으로도 외롭지 않은 풍경이다.
바라본다.
바라본다.
2025.02.01설 연휴,산에 갈 계획을세우고 지우길 반복한다.문득 생각한다,한 살만 젊었어도..나는 저 산만 보면눈 쌓인 저 산만 보면지금도 피는 끓는데손발 게으르고 눈만 부지런한내가 되었다내 나이 육십줄,마음보다 육신이 먼저 세월에 적응한다.오십줄에 접어들며 시작한 백두대간,올해는 꼭 마치는 걸로..죽지랑이 개척한 죽령을 넘어 죽죽 나아가자.
새만금
새만금
2025.01.31참수리를 보러 갔으나참수리는 보지 못하고새만금 너머 붉은 해만저물도록 바라보았다. 인간의 탐욕과 헛된 정치적 야망이 부른 생태학살의 현장 새만금의 낙조가 아름답다.이 풍경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설날 아침 들판에서
설날 아침 들판에서
2025.01.31설날 아침,눈 깔린 들판쪼꼿이 뻗은 들길평지돌출 두승산몰려오는 눈구름이 풍경 영원하길 차례상 물려 떡국에 술 한 잔,윤혁, 수명과 함께 나선 산책길훌쩍 커버린 녀석들과 나이 들어가는 나와 오늘 함께 하지 못한 수연까지 합세한 설날 산책을 그린다.
설눈이 내린다
설눈이 내린다
2025.01.29읍성 가는 길,눈보라 몰아친다.함박눈 쏟아진다.건강을 위한 산책길,병길 형님과 길을 나서다.20대 중반, 30대 초반 처음 만난 우리는이제 동반 60대, 형님은 70을 바라본다.든든한 인생의 동반자이자 다함없는 나의 후견인,부디 건강하시라. 오래오래~
하루 한 장은 남기며 살자
하루 한 장은 남기며 살자
2025.01.28곰소만 깊숙한 갈곡천 하구갑오년 삼월 스무나흗날,이 물골을 타고제주도 농민군이 사포에 상륙했다.피부 탄력이 눈에 보이게 사라진다. 눈에 띄게 나이를 먹어가는 게다. 내일 설 떡국 한 그릇 먹고 나면 내 나이 육십,많이도 먹었다. 갈수록 세월이 빨라진다. 이제 못 따라집겠다. 하여 생각한다. 세월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고 내 아무리 바쁘게 돌아쳐도 하루 한 장은 남기며 실자. 그리하여 세월이 흘러 더 늙어 할 일 없을 때뭇 한 가지라도 돌아볼 것 있게 하자. 옛날 식으로 말하면추억의 앨범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 했다. 어제 것 한 장.
보리로만 만든 보리국수
보리로만 만든 보리국수
2024.12.01국수는 나의 영혼의 단짝, 국수를 무쟈게 좋아했다. 나로 하여금 혈당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로 만든 원인 중의 하나가 국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원망은 없다, 맛있게 먹었으니.. 그러니 영영 끊고 살 수는 없다. 하여 나는 혈당 걱정 없이 맘껏 먹을 국수를 찾는다. 우연히 들른 한살림 매장에서 사둔 국수가 있었으니 보리국수, 그것도 보리로만 만들었다는..곤약국수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샀더랬다. 두어 달만에 드디어 먹을 결심을 한다. 어젯밤 일이다. 국수 삶는 법은 봉지에 쓰여 있다.특이하게도 5분 삶고 5분 뜸을 들이라 했다. 삶는 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일어나 찬물 두어 차례 부어가며 잘 저어주었다. 뚜껑 닫아 5분 정도 뜸 들이는 것 말고는 일반 국수 삶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꽤 쫀득거린다, 보리..
참송이와 닭가슴살이 만나..
참송이와 닭가슴살이 만나..
2024.11.27제주에서 정선까지 멀리도 뛰었다.며칠 만인가? 집에서 몸을 누인 것이..추워진 날씨, 겨울비가 오락가락 후드득거리며 겅중거린다. 밤사이 눈이 될 수도 있겠다.온기를 잃은 방은 싸늘하다. 아궁이에 불 지피고 넘실거리는 불꽃 앞에서 잠시 불멍..시나브로 온기를 되찾아가는 방에서 사르르 잠이 들었던 것이다. 잘 자고 일어났다. 방장산이 하얗다. 어느새 점심과 맞물려 난처해질 시간, 아침 요기를 어찌해야 할까 머리를 굴린다. 어젯밤 정선에서 가져온 참송이 몇 개 찢어먹고 잤더랬다. 숲향 그윽한 참송이와 제주 동백기름이 잘 어우러졌다. 참송이, 닭가슴살 쪽쪽 찢어 올리브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소금 살짝 뿌려 굴린다. 구운 건지 볶은 건지..동백기름 살째기 둘러 접시에 담는다. '참송이닭가슴살볶음'이라 해두자.고소하..
술자리 혈당 관리
술자리 혈당 관리
2024.11.25여기는 정선, 술자리가 이어진다.술꾼들 사이, 주지육림에서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다.술을 먹지 않겠다 선언하고 운전병을 자임한다.처음 접해보는 음식 향어백숙은 맛이 순하다. 어죽 비스무리한데 강냉이쌀이 들어 있다. 조심스레 두어 사발 후루룩..송어회무침은 달다. 역시 뙤작거리며 조심스레 젓가락질..묵무침을 시켰는데 설탕 범벅,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푸른 엄나무순무침만이 마음놓고 젓가락질 할 만하다. 요건 한 접시 더..나름 선방했다.자리를 옮겨 2차전 돌입,화목난로 불관리, 군고구마 공급책을 자임한다.정선 사과, 몹시 달다.사과는 당도에 비해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는다.한 개 정도는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만하다.군고구마는 구워만 주고 먹지 않는다.생고구마 한 입 베어무는 것으로 만족..오..
한라산 산중 점심
한라산 산중 점심
2024.11.24한라산에 스며들다.추적추적 비가 내렸다.어찌어찌 비를 가리고 점심을 먹는다.각자 가져온 도시락들을 꺼내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허나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썩 좋은 음식들이 아니다.김밥에 순대, 막걸리, 인스턴트 비빔밥까지..하지만 산중이니 거침없이 먹었다.제피나무 장아찌는 정말 맛났다.돼지고기 잡내를 잡아주는..시커먼 커피로 마무리..다시 시작된 산행, 물장오리까지 거친 오르막에도 불구하고 혈당 스파이크 발생.이크..혈당 곡선이 산행 고도 그래프와 거의 일치한다.식후 200여 미터 고도를 올리는 동안 혈당도 올랐다.정상에 머무는 동안 혈당도 정점, 정상에서 내려오는 동안 혈당도 쭉 내려와 두자릿수 진입..산중이 아니었으면 엄청난 혈당 폭발이 있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