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중고딩 딱새
중고딩 딱새
2016.06.07둥지를 차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을 본 것이 엊그젠데 그 사이 제법 컸다. 좀 더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먹이도 직접 챙겨 먹는지 더 이상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도 안 보이고 먹이를 보채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아직 단독생활보다는 형제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다니거나 어린 딱새들을 근심스레 지켜보는 어미새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유아기를 벗어나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사람으로 치면 까칠한 중고딩쯤 되겠다. 전깃줄에 앉아 새끼들을 지켜보는 애비 딱새 쳇! 나도 이제 혼자 살 수 있다고.. 자 보라구! 이렇게 잘 나는데.. 이얍! 지붕 꼭대기에도 혼자 올라가고.. 까짓 세상 뭐가 무섭다고.. 근데 아자씬 뭘 보나? 딱새 첨 보나?
집 주변의 새들
집 주변의 새들
2016.06.02집 뒤 작은 낭깥, 솔밭이 있다. 몇 차례 태풍으로 많이 망가지고 사람 손이 가지 않아 대밭이 되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소나무가 주인이다. 그리고 솔밭 가상 쭉나무(참죽나무) 몇 그루 집을 옹위하듯 푸르르고.. 많은 텃새와 철새들이 이 작은 숲에서 은밀하게 혹은 보란 듯이 살아가고 있다. 물까치, 개체 수가 많다. 조폭이라 이름난 까치도 당해내지 못하는 집단적 힘을 과시하는 녀석, 개사료도 다 퍼먹어버리는.. 한창 새끼들을 달고 다니더니 다 컸는지 좀 조용해졌다. 파랑새는 여름 철새다. 도착하자마자 창공을 휘저으며 주인 행세를 하더니 요즘은 기척이 없다. 아마도 포란 중인 듯.. 육추가 끝나면 불어난 새끼들까지 해서 이 녀석들로 다시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장서방 어딜 가시나.. 일상에서 꿩을 자주 보지만 ..
솔부엉이 내외
솔부엉이 내외
2016.05.30잃어버렸던 메모리카드를 찾았다. 이것은 기적에 가깝다. 정말 샅샅이 찾아도 없기에 다른 차원 세상으로 가버린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포크레인이 밀어붙여놓은 흙이야 쓰레기야 뒤범벅되어버린 쳐진거리 밑에서.. 그것을 치우느라 삽질하는 도중 거의 찰라의 순간에 내 눈에 띄었다. 어쩌다 거기에 가 박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돌아온 메모리카드 속에 솔부엉이 한쌍이 들어 있다. 5월 8일, 내내 소리만 듣다 처음으로 녀석들을 만난 날이다.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이 필시 내외간이다. 어떤 녀석이 수컷일까? 텁석부리를 연상케 하는군, 너냐? 아니면 눈매 사나운 너? 한번 맞촤 보시라. 모를 일이다. 도감에도 솔부엉이 암수 구별법은 나와 있지 않다.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2016.05.29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1100미터 이상 고지의 관목림 초지에 서식한다. 작년 강원도 정선 두메 산골에서, 그리고 이번에 한라산 높은 산중에서 본다. 봄처녀나비, 시골처녀나비 등의 처녀나비 무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직접 접견하였다. 도감에 적힌 서식 조건에 영락없이 맞아 떨어지는 이스렁오름 정상을 점령하다시피 많은 개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모습이 수줍은 처녀와 같아 처녀나비라 이름지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활달하고 쾌활하며 호기심 많고 까칠한 처녀의 모습이다. 잠시도 한 곳에 안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옮겨다닌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도처에서 짝짓기가 시도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한참을 공을 들이는 것은 아마도 수컷일 터이다. 방금 ..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2016.05.27산길에서 앵초를 만나게 되면 눈이 크게 떠지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익히 경험해보셨을 것이다. 요정같은 녀석들, 앵초 무리를 소개한다. 좀설앵초가 아닌가 하고 나를 흥분케 했던 한라산 1100고지 습지의 설앵초.대단히 작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좀설앵초를 볼 수 있는 곳은 백두산 뿐이라 한다. 그 외 북한 지역은 들어갈 수 없겠고..좀설앵초와 설앵초의 구별은 꽃 중앙의 노란색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 있으면 설앵초, 없으면 좀설앵초. 한라산 윗세오름 주변의 설앵초, 온통 조릿대가 뒤덮고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이번에 다녀온 이스렁 오름과 어스렁 오름 사이 습지에도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방장산에서 봤던 앵초, ..
검은등뻐꾸기
검은등뻐꾸기
2016.05.14새벽녘 다소 야한 꿈을 꾸다 잠에서 벗어났다. 검은등뻐꾸기 소리 온 동네에 낭자하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야한 꿈을 꾼 이유가 있었군..이동시기에만 스쳐 지나가는 녀석들인데 오늘은 우리 동네 앞낭깥 뒷낭깥을 휘젓고 다니며 울부짖는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자식들이 남사스럽게.. 동네 복판 상공에서 사진기에 잡혔다. 빨리 날지 못하면서 날개짓은 초랭이 방정이다. 집 뒤 소나무에 와서 앉은 녀석. 얼마전 보았던 벙어리뻐꾸기와 구분하기 어렵다. 올해는 매사촌을 볼 수 있을까?매사촌만 남았는데..내일 못자리 해놓고 잠시 만나러 가야겠다.
솔부엉이의 노래
솔부엉이의 노래
2016.05.14앞낭깥에서 솔부엉이가 노래를 한다. 벌건 내낮에..잠시 일손을 접고 녀석들을 보러 간다. 계속 노래를 하니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녀석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서로 소리를 주고 받는다. 아무래도 암수가 쌍으로 이러는 것이리라. 반드시 소나무 가지에만 앉는다. 그래서 솔부엉인가? 소나무에만 앉으니 배경이 늘 아쉽다. 다른 나무에 앉은 사진도 많이 있던데.. 귀깃이 없는 매끈한 올빽 머리로 나를 노려본다. 녀석들은 항시 나를 감시하고 있다. 매년 오는 녀석들, 아마도 이 근방에 둥지가 있을 듯 한데 한번도 어린 새를 보지 못했다. 윙크하는겨? 협박하는건가? 알 수가 없다. 솔부엉이 노래소리 한번 들어보시라. 자식 나는 안중에도 없군..
선운사 나도수정초
선운사 나도수정초
2016.05.12선운사 골짜기로 매사촌을 보러 갔더니 매사촌은 아직 일러 오지 안했고 숲 바닥 깊은 곳 나도수정초 올라왔습디다. 조용히 우리를 훔쳐보고 있습디다.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붉은뺨멧새와 쇠붉은뺨멧새
붉은뺨멧새와 쇠붉은뺨멧새
2016.05.06새들 가운데는 다른 종과 확연히 구분되는가 하면 꽤 닮았지만 다른 녀석들도 많다. 개중에는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분 불가능해보이는 녀석들도 있는데 그래도 이 녀석들은 좀 나은 편에 속한다. 붉은뺨멧새, 2011년 1월 동림지 아래 들판에서 본 녀석이다. 드문 여름철새이며, 드문 나그네새, 매우 드물게 월동한다 했다. 이동 시기가 아니니 월동하는 개체일 터이고 나는 매우 보기 드문 녀석을 본 셈이다. 아래 사진은 이듬해 12월 같은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 녀석이다. 뺨의 붉은 기운으로 보아 둘 다 수컷으로 보인다. 무리들 가운데서 뺨이 도드라지게 붉은 녀석들만 포착해 찍은 탓이다. 그 이후에는 다시 확인하지 못했으나 그 부근이 녀석들이 매년 찾는 월동지가 아니겠는가 짐작해본다. 쇠붉은뺨멧새, 2013년 4월 ..
섬휘파람새
섬휘파람새
2016.05.05그 모습을 보기는 어려우나 울음소리는 많이 들어보았을 휘파람새. 특히 제주도의 오름, 한여름의 덕유산 능선에 오르면 귀에 못이 박힐 지경으로 경쾌하고도 힘찬 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휘파람새와 섬휘파람새는 그 모습이나 울음소리가 매우 흡사하다. 나로서는 도감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둘을 구분해낼 도리가 없다. 파란색과 초록색도 잘 구분 못하는 나에게 올리브 회색, 올리브 갈색, 진한 갈색 기운, 때묻은 듯한 흰색 따위의 색상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다만 놈들의 생태나 서식환경, 지역 등이 사뭇 달라서 그것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이에 따르면 나는 아직까지 휘파람새는 보지 못하고 섬휘파람새만 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섬휘파람새와 휘파람새를 구분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은 어떻게 하면 ..
벙어리뻐꾸기(Oriental Cuckoo)
벙어리뻐꾸기(Oriental Cuckoo)
2016.05.03크지는 않지만 힘 좋은 가물치 낚는 꿈을 꿨다. 낚시대가 뿌러질 듯한 힘겨루기 끝에 겨우 낚아 올렸는데..복권을 사야 되나 잠시 생각했으나 족보에 없는 짐승이니 별볼일 없을거라 금새 단념하고 말았다. 잔디밭 이슬 가시는 동안 다녀온 운곡습지 탐조. 갖은 새소리 들리는 가운데 벙어리뻐꾸기 소리 가깝다. 이동 시기 숱하게 들어왔지만 울창한 숲 속에서 움직이는 은밀성으로 하여 한번도 실체를 확인한 적이 없다. 하여 "내 이번에는 기어코 보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번번히 때를 놓치곤 했다. 녀석들 이동시기가 바쁜 농사철과 겹치는 탓도 있다. 내 오늘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아직 잎이 채 무성해지지 않은 나뭇가지 높은 곳에 앉아 벙어리 냉가슴 앓는 듯한 답답한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녀석 이내..
새만금 야미도 쏙독새
새만금 야미도 쏙독새
2016.04.22군산 가는 길, 잠시 짬을 내 들른 곳. 새만금 야미도, 육지가 되어버린 섬. 모두가 떠나가고 동네가 거의 비었다. 이토록 황량할 수가..바야흐로 철새들의 이동시기. 몇년 전 이 곳에 들렀을 때는 비교적 많은 종의 새들을 보았는데..오늘은 새도 사람도 없다. 할매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 텃밭조차 묵어 있다. 마을과 숲의 경계를 따라 이동한다. 새매? 조롱이? 맹금 한마리 떴다가 금새 숲 속으로 사라진다. 살살 따라가보는데 땅바닥에서 새 한마리 황급히 난다. 쏙독새. 생각보다 날렵하게 난다. 이제는 녀석을 따라가는데..소나무 삭정이 위에 아닌보살하고 앉아 있다. 까칠한 놈 표정하고는..음.. 이 녀석은 소나무에 즐겨 앉는군. 용케도 발견했다. ㅎㅎ대박이다. 쇠솔딱새 한마리 날아와 앉는다. 불쑥.. 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