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흰뱀눈나비와 조흰뱀눈나비, 제주산 왕자팔랑나비
흰뱀눈나비와 조흰뱀눈나비, 제주산 왕자팔랑나비
2017.07.17무더운 여름 다랑쉬오름을 오르며 나비를 본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 오름길, 땀이 줄줄 흐른다. 매실을 상상케 하여 갈증을 이겨냈다는 조조를 생각하며 등성이에서 맞을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털어낸다. 이 꽃 저 꽃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겁나 부럽다. 전혀 더위를 안타는 듯 날각지가 뽀송뽀송하다. 흰뱀눈나비는 주로 엉겅퀴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날개에 박힌 둥근 무늬가 뱀눈, 뱀눈을 가진 나비를 '뱀눈나비아과'로 분류한다. 조흰뱀눈나비를 고창에서 본 적이 있어 조흰뱀눈나비겠거니 생각해 두었는데 틀렸다. 운곡습지에서 보았던 조흰뱀눈나비, 다랑쉬 흰뱀눈나비와 어디가 다른지 찾아보시라. 이름에 들어간 '조'는 나비연구가 조복성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그 양반하고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나비 찾아 떠난 길에서..
나비 찾아 떠난 길에서..
2017.07.05정말로 나비가 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어디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좌우튼.. 먼 길 다녀왔다. 강원도 정선 늘 가는 그 집.. 정선에서 다시 200여 리 오대산 상원사, 홍줄나비를 보러 갔으나 보지 못했다. 상원사 뜨락을 서성이며 한나절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귤암리, 골짝 묵정밭, 무덤가 풀밭을 뒤져 나비를 본다. 별박이세줄나비 튀어나오고 물 없는 골짝 돌팍 위에는 황줄나비 내려앉아 쉬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부전나비들을 본다. 처음 튀어나온 녀석 범부전나비려니 했고 다 같은 녀석들이라 생각했다. 범부전나비도 아니려니와 같은 듯 다른 녀석들이 사진 속에 있다. 찍을 때는 몰랐다. 어째 그 차이가 안보였을까. 참 내.. 앗! 범부전나비, 열심히 쫓아다녔다. 까칠한 녀석 곁을 주지 않는다..
거꾸로여덟팔나비
거꾸로여덟팔나비
2017.07.04우리나라 나비 이름은 대부분 석주명 선생이 붙여준 것이다.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의 작명법은 매우 통속적이고 직관적이며 학술적이다. 그는 학명과 조선 이름, 일본 이름까지 비교해가며 나비의 형태와 무늬, 습성, 생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이름을 붙였다. 거꾸로여덟팔나비는 "거미줄이라는 의미를 지닌 학명보다는 나비의 형태를 더 잘 표현한 일본 이름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매우 활발하고 과격하게 날아다니며 점유활동을 벌이던 녀석은 꼭 나와 마주보고 앉아 나를 노려보느라 끝내 등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개 안쪽 기부의 무늬가 거미줄같기도 하다. 오뉴월, 칠팔월 연 2회 발생하며 번데기로 월동한다. 식초는 거북꼬리.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06.24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꺅도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 북상 중인 도요새 무리들은 영양보충에 여념이 없다. 귀한 손님 안 계시나.. 휘리릭 둘러보는 눈길 저 멀리 호사도요 한쌍 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집어내기 어려운 거리, 하지만 나는 호사도요만큼은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있기만 하다면.. 호사도요와 나의 인연은 길고도 각별하다. 10여 년 전 논에 앉은 황로 무리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사도요 암컷, 참 특이하게 생긴 오리가 다 있다 싶었다. 두어 달간의 망각기를 지나고서야 오리 이름이 궁금해졌고 탐조 사이트에 문의한 바 오리가 아니라 몹시 귀하게 관찰되는 도요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소쩍새, 그라고 솔부엉이
소쩍새, 그라고 솔부엉이
2017.04.24밤마다 귀찮게 울어대던 녀석들을 오늘은 내가 불러내 귀찮게 한다. 소쩍새나 솔부엉이나 거의 같은 시기에 도래한다. 녀석들은 이동 초기에 소리를 많이 낸다. 이 시기에는 심지어 낮에도 운다. 밤새인 주제에.. 아마도 짝을 찾거나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등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 이때가 녀석들을 관찰할 수 있는 적기, 소쩍새 소리를 내면 소쩍새가 솔부엉이 소리를 내면 솔부엉이가 나타난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깊은 산중보다는 동네 낭깥이 좋다. 녀석들은 거짓말같이 홀연히, 그리고 바람처럼 나타난다. 짝으로 오인하는 것인지 침입자를 물리치러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쩍새를 먼저 불러낸다. 소쩍새는 우렁찬 소리에 비해 몸집이 작다. 매미보다 좀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 좀 심한가? 좌우튼 작다. 이 녀..
수리부엉이(Eurasian Eagle-owl)
수리부엉이(Eurasian Eagle-owl)
2017.03.02하얗게 손짓하는 덕유산 주릉을 제대로 눈에 담아보겠다고 인근 야산을 오르다 만난 수리부엉이. 주위를 둘러봐야 둥지가 있을만한 서식환경이 아닌데 대낮에 나타난걸 보니 아마도 새끼가 딸린 듯.. 산 아래 우사에 드글거리는 쥐를 잡으러 오지 않았나 싶다. 훌쩍 날아 소나무에 앉는다. 그 자리 가만 있으라 하고 먼지 앉은 망원렌즈를 달고 돌아오니 역시 그 자리 그대로 있다. 그 언젠가 아침 나절 멧돼지 사냥길에 찜해둔 긴점박이올빼미를 해질 무렵 그 자리에서 사진에 담은 적이 있다. 하루 종일 꿈쩍 않고 있었던 모양이라..반갑다 수리부엉이새들의 아련한 시선이 좋다.안보는 척 나를 본다.그래 그렇게 대놓고 보자고.. 안잡아묵는다. 너 닥도 잡아묵제? 폐닥은 안묵는다고? 그려.. 닥은 우리가 잡으마..주식인 쥐로 하..
노랑부리저어새(Eurasian Spoonbill)
노랑부리저어새(Eurasian Spoonbill)
2016.12.17저수지보다는 작고 둠벙보다는 큰 우리 동네 방죽에 한 무리 새떼가 내려앉았다. 노랑부리저어새, 귀하신 몸 천연기념물 205-2호. 300마리 미만의 적은 수가 10월 중순 도래하여 3월 하순까지 머물며 월동한다는데 30여 마리가 모였으니 대략 10%. 물 빠진 방죽, 짠질짠질 미세하게 일렁이는 얕은 물속에 주뎅이를 처박고 연신 휘휘 저어가며 식사 중이다. 비는 내리고.. 배가 고픈 겐가 차가 지나가건 말건, 누가 쳐다보건 말건 제 볼일에 열중이다. 다소 까칠한 녀석들인데.. 녀석들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사진기에 망원렌즈 달아본다. 렌즈 후드에 서린 거미줄을 걷어냈다. 진짜로.. 고맙다. 노랑부리야.
석곡
석곡
2016.07.04석곡은 왜 이토록 위태로운 환경에서 자생하는가? 제아무리 바위를 기본으로 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하지만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만 자생 석곡이 발견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약용으로, 드물게는 식용으로, 근래에는 호사가의 관상용으로 자생지에서 뜯겨져나간 석곡. 날이 갈수록 보기 힘들어짐에 따라 귀한 것을 더욱 탐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더욱 흉포해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리 되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의 손길을 피해, 눈길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꼭꼭 숨은 석곡.자생지 석곡의 환경을 보면 한번 훼손되면 회복 불가능할 것임이 명백하다. 향후 석곡의 운명은 다름 아닌 우리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귀하게 여겨 우리..
새끼를 거느린 호사도요
새끼를 거느린 호사도요
2016.06.28이른 아침 호사도요가 살고 있는 논으로 간다. 이른 아침에 오길 잘했다. 녀석들은 사람 다니는 길 쪽으로 많이 접근해 있다. 이번에는 단박에 찾았다. 그간 익숙해졌는지 어미도 과히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 불과 1미터 정도를 후진했을 따름이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새끼들을 길게 자주 품는다. 이렇게 새끼를 품은 채로 서서 밤을 새우나? 논둑에 올라가지는 않을 터이고 그렇다고 따로 둥지도 없고.. 번식에 성공한 녀석들은 이 녀석들뿐일까? 암컷은 어디에 있을까? 새끼를 돌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부근에 있을 터인데..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좌우튼 고생이 많다, 호사도요. 호사도요는 암컷의 세력권 안에 여러 마리 수컷이 함께 서식하는 일처다부제 습성을 지니고 있다. 호사도요 암컷은 오로지 알을 낳아주는 것으로 ..
호사도요
호사도요
2016.06.26한창 모가 자라고 있는 논으로 들어간 호사도요는 어찌 살고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고 망원경 챙기고 렌즈 초점거리 연장해주는 컨버터 장착하고 논을 찾는다. 녀석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포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다. 한숨만 늘어가는 농민들과 달리 녀석들은 태평세월을 맞았다. 어미는 연산 논바닥을 더듬어 먹을 것을 새끼에게 전해준다. 어미가 논바닥을 더듬는 동작은 주걱같은 부리로 물 속을 휘젓는 저어새의 부리질과 흡사하다. 구름이 끼고 날이 좀 쌀랑하다 싶으면 어미는 새끼들을 정기적으로 품에 넣어 체온을 관리한다. 비 오는 동안에는 어디 은신처에서 쉬는 것인지 한참을 더듬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새끼들은 이제 날쎈돌이가 되었다. 모가 커 갈수록 관찰이 어려워진다. 망원경..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2016.06.23호사도요가 나타났다. 5년만에 다시 본다. 언젠가 소성 사는 농민회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놈 보시거든 신고하라 했더랬다. 대뜸 우리 논에서 봄마다 본다 말하기에 믿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대답하기에 아마도 꺅도요랄지 하는 녀석을 잘못 본 것일거라 생각했다. 애써 물어봐놓고 믿지 않은건 무슨 심보였던지 모를 일이다. 상대를 앝잡아 본거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몇년 전 일이다. 그런데 전화기로 사진이 날아왔다. 논에서 로타리 치는데 이 녀석들이 논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도요다. 잘못 본게 아니었군..녀석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논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차 트렉터 작업으로 은신처가 사라지자 이처럼 새끼를 달고 논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기로 박은 것이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2016.06.19지난 5월 6일, 음력 그믐날이니 물이 높은 날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리 물때에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 갯등이 있으니 이 곳은 각종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이자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 등의 번식처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혹 여름깃으로 갈아입은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의 갯등을 찾았다. 드넓은 갯벌이 물에 잠기고 갯등이 섬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점점이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물떼새들이 갯등으로 모여든다. 밀물이 최고조에 달하자 갯등은 기다란 섬이 되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꽤 많은 녀석들이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배에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여름깃으로 갈아입었다. 이 녀석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하고 나면 갯등은 몹시 한산해지게 될 것이다. 소수의 세가락도요 무리, 개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