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가리왕산에 가다.
가리왕산에 가다.
2013.08.31남부지방에는 큰 비가 내린다 했다. 오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곡식들이 좋아라 하겠다. 집에 가봐야 별 볼일 없겠다 싶어 발길이 산으로 향했다. 지난주 토요일 이야기다. 딱히 정해놓은 산 없이 일단 길을 나서 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정선땅 가리왕산으로 향했다. 본래 산에 가기 전에 해당 산에 대한 정보를 무지하게 파악하고 가는 편인데.. 그냥 무작정 갔다. 가리왕산은 큰 산이다. 대여섯시간이면 오르락 내리락하지 않겠는가 하고 물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덤볐다가 꽤 고생하였다. 허기와 갈증 속에서 매우 느릿하게 걷다보니 11시간을 산에 머물러야 했다. 다행히 물은 임도 주변에서 구해 마실 수 있었다. 넉넉하고 품이 큰 산이라고 하나 출발지에서 상봉까지 1,100여미터에 달하는 고도를 올려야 하기에 주능선에 도..
금강의 물뿌랑구 뜬봉샘을 찾아서
금강의 물뿌랑구 뜬봉샘을 찾아서
2013.08.08장수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귀농인들이 일군 하늘소 마을에서 하룻밤 머무르고 떠나는 길, 다음 행선지로 바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많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온전히 산 하나를 오르기에는 적절치 않은 날씨다. 경로 인근 뜬봉샘이 잡힌다.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로 신무산에 자리하고 있다.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에서 분기한 산줄기가 장안산을 기점으로 금남호남정맥이라는 이름으로 섬진강 수역과 금강 수역을 가르는 첫들머리 부근에 신무산이 있고 그곳에 뜬봉샘이 있다. 장수군에서 꽤 공을 들여 개발해놓은 탓에 찾기도 쉽고 오르내리기도 어렵지 않다. 다만 너무 부자연스러운 콘크리트 범벅의 인공 구조물들과 사리에 맞지 않는 안내판들이 눈에 많이 거슬린다. 탱크 몰고 갈 일 있나? 길 참 잘 닦아놨다. 이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오월, 무등산에 오르다.
오월, 무등산에 오르다.
2013.06.13오월 무등산에 올랐다. 어느새 한달이 되어간다. 5월 17일 석가탄신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지라 한적한 길을 찾아 원효사길을 골랐다. 원효사에서 서석대에 이르는 4km 남짓한 길은 무등산 옛길이라 이름붙여져 잘 닦여 있다. 계곡을 끼고 흐르는 호젓한 산길을 시간 반 가량 오르면 중봉 부근 능선에 이르러 무등산의 웅장한 산세가 드러나고 광주시내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무등산에 올라 오월 광주를 생각한다. 80년대의 '오월' 광주'에 담겨 있던 역동성과 비장함을 되새겨본다. 복사에 복사를 거듭하여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오월영령들의 사진집을 보며 느꼈던 비분강개, 피가 거꾸로 흐르는 분노에 피를 떨던 시절이다. 역사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학살자가 애국자가 되고 학살의 배후가 여전히 은인 행세를 하고..
백운산 동강할미꽃
백운산 동강할미꽃
2013.04.01몇 년을 별러왔던가? 정선 땅 동강변 바위 절벽에 피어나는 동강할미꽃, 그 존재를 안 이후 나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곳에 가는 꿈을 키워왔다. 그 꿈은 농민운동을 통해 실현되었다. 정선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회원들과 연줄이 닿은 지난겨울 막바지, 돼지 잡는다는 핑계로 몇 차례 오며 가며 동강할미꽃이 피기만을 기다려왔다. 드디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귀한 꽃 귀하게 보고 싶어 산에 올라 보기로 하였다. 오며 가며 눈에 익혀 두었던 백운산, 백운산은 동강이 크게 휘돌아 치는 곳에 수직의 절벽을 일으켜 세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산이다. 점재마을로 올라 정상을 거쳐 능선을 타고 제장마을로 내려서기로 한다. 몇 채 안 되는 마을을 지나 산기슭 밭을 지나니 산으로 드는 길이 열린다. 곧게 솟..
천마산 맛보기 산행
천마산 맛보기 산행
2013.03.19일정상 집에 내려가기 어려운 날 수도권 인근 산행 계획을 세웠다. 산행지는 들꽃을 찾아다니던 시절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너무 멀어 한번도 발 내밀어보지 못했던 천마산. 고창지역을 중심으로 꽃피는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지라 어떤 꽃이 얼마나 피었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오전중으로 산을 내려와야 하는 촉박함도 있어 입맛이나 살짝 다시는 것으로 하기로 하였다. 이러저런 이유로 같이 가기로 했던 사람들 다 자빠져불고 홀로 외로이 청춘열차에 몸을 실었다. 7시 용산역을 출발하니 30분을 살짝 넘겨 평내호평역인가에 가 닿는다. 묵현리 짝 관리사무소를 산행들머리로 삼고 택시로 이동한다. 택시비 5,500원 나왔다. 산행시작 시각 8시.산이 뭐 호젓한 맛도 없고 등산로는 고속도로마냥 넓직하고.. 초입이 그렇다는 말이다...
선운산 바위순례길
선운산 바위순례길
2013.02.18선운산은 그리 높지 않다. 가장 높다는 경수봉이 444m이니 각각의 봉우리들이 400m를 간신히 넘기거나 그 미만이다. 하지만 선운산은 품이 넓다. 능선 한바퀴를 온전히 돌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는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 수십갈레의 산길을 조합하여 무수한 산행노선을 짤 수 있겠고 완벽한 원점회귀노선을 얼마든지 구상할 수 있다. 선운산은 바위가 많다. 산이 지닌 덩치에 비해 웅장한 규모의 기암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산행의 짜릿함과 시원한 조망을 제공한다. 투구바위와 속살바위 일대는 바위타기(스포츠 클라이밍)의 요람이기도 하다. 오늘은 도솔암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용문굴, 낙조대, 천마봉 들러, 병풍바위, 배맨바위, 쥐바위 지나 사자바위, 사자바위 살짝 지나 도솔암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오는 길을 택하였다. 이 ..
억불산 며느리바위, 안양 수문 바지락회무침
억불산 며느리바위, 안양 수문 바지락회무침
2013.01.22고2때쯤 정월 초이튿날이었을 것이다. 형을 따라 처음으로 장흥에 갔었고 읍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탐진강과 강 건너 산정 부근에 박힌 며느리바위에 얽힌 전설, 멋도 모르고 한숟가락 떠넣었다가 혼쭐이 났던 매생이국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지금은 새로운 인연들이 얽히고 설켜 많이 친숙한 동네가 되었다. 간만에 물회 맛좀 볼까 하고 장흥에 갔다가 며느리바위에 이끌려 억불산을 올랐다. 천문대 쪽으로 올라 편백숲에 기댄 우드랜드로 내려왔다. 억불산 연대봉, 518미터.. 장흥 읍내가 내려다보인다. 날이 저물어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남쪽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득량만, 정면에 소록도가 있다고 나와 있다. 정상 근처에서 잠자리로 이동하는 멋쟁이새 무리를 보았다. 깎아지른 급경사면을 타고내려와 대면한 며느리바위, 돌기..
방장산 해마중 산행
방장산 해마중 산행
2013.01.02그러고 보니 방장산은 나하고 인연이 꽤 깊다. 지금은 없어진 모교 초등학교 교가에 방장산이 나온다. '바앙장산 굽어보는 희망찬 동산..' 재작년엔가 그 자리에 서서 방장산 주릉이 한 눈에 잡히는 걸 확인한 바 있다. 실제로 방장산에 올라본 건 20대 하고도 중반이 된 이후의 일이지만 뇌리 속에 이미 방장산이 깊이 각인되었을 터이다. 고창 사람들이 이런 저런 연유로 대부분 그럴 것이다. 최초로 방장산에 오른 건 아무래도 1991년도일 것이다. 1989년 가을 농사를 짓겠다고 고창에 내려온 이후 농민회 산하에 청년모임이 만들어지면서 고창의 젊은 청년 농사꾼들하고 함께 올랐었다. 지금은 딴 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만주형과 고창읍내 젊은 언니들 생각이 또렷하다. 당시 고창읍내의 끝자락에 있던 실내 체육관에서 출발..
선운산에 눈이 나린다.
선운산에 눈이 나린다.
2012.12.2523일 선운산 천마봉에서 겨울을 나는 바위종다리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분분이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 사이로 간간이 해가 비친다. 천마봉 아래 도솔암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저 위에 바위종다리가 있을 것이다. 해가 비친다. 조짐이 좋다. 도솔암 마애불, 백제 선인들은 미륵불을 바위에 새겨놓았건만 도솔암 중님들은 지장보살만 목청 높여 부른다. 용문굴을 지난다.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나즈막한 소나무들이 늘어선 능선길 따라 낙조대로 향한다. 칠산바다와 위도가 보이는 길이다. 천마봉. 눈보라가 세차다.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바위종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바위틈새기로 피신한 모양이다. 건너편 사자바위 능선이 아스라하다. 천마봉에서 내려다보는 도솔암 일대 하산길 올려다본 천마봉 천마봉으로 오르는 ..
방장산
방장산
2012.12.23동짓날, 웃녘에는 눈이 온다는데 고창에는 비가 내렸다. 겨울비, 좋지 않다. 일순 빙판이 되어 사람의 목숨을 겨냥하는가 하면 기분 울적한 사람 술독에 빠치기도 한다. 의심해 마지 않던 정권교체마저 좌절된 마당에.. ㅎㅎ 동짓날 술기운을 뒤로 하고 오래된 친구들과 방장산에 올랐다. 산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칼바람 부는 능선에는 눈꽃이 피고 있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눈꽃은 치열해지고 산기운을 받은 우리는 팔팔해졌다. 새기운을 받는다. 산이 좋다. 고창의 진산, 호남의 명산 방장산.. 내려오자 다시 오르고 싶다.
방장산 주릉의 가을
방장산 주릉의 가을
2012.10.10이번 추석 연휴 산으로, 들로, 바다로 잘 쏘다녔다. 산은 방장산을 골라 올랐다. 방장산은 가을, 겨울이 좋다. 가슴 탁 트이는 조망 좋은 능선과 그 능선에 핀 구절초, 쑥부쟁이와 같은 가을꽃이 흐드러진 가을 방장산. 눈 많은 고창, 허리까지 차오르는 능선의 눈을 헤치는 겨울 방장산의 묘미는 해본 사람만이 안다. 가을의 방장산은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쾌청함이 지나쳐 다소 흐릿한 날씨, 바람 없는 따가운 햇살이 아쉽긴 했으나 산은 역시 언제 올라도 좋다. 능선에 피어나는 가을을 감상해보시라. 억새봉에 핀 쑥부쟁이, 황금빛으로 물든 신림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구절초, 꽃잎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게 보인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이 구절초, 넋을 잃게 한다. 용담과 구절초가 나란히 ..
비봉 지나 문수봉 거쳐 의상봉 능선 타고 삼천사 계곡으로
비봉 지나 문수봉 거쳐 의상봉 능선 타고 삼천사 계곡으로
2012.09.13비 온다 핑계 대고 집에 가지 않은 날, 백두산 다녀온 여독으로 몸은 계속 산을 부르고..북한산 잘 다니는 초딩 친구와 함께 산으로 향한다. 구름 낀 흐린 날씨가 산행하기엔 더 없이 좋다. 진관사에서 올라 비봉 지나 문수봉 거쳐 의상봉 능선 타고 증취봉까지 갔다 살짝 되돌아와 삼천사 계곡으로 내려왔다. 대략 6시간 가량을 산에서 머물렀다. 주봉인 백운대, 인수봉 등을 먼 발치에서 보는 산행이었지만 바위 많은 산, 북한산의 진면목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사진기를 따로 챙기지 않아 사진은 죄다 전화기로 찍었다. 산 중턱을 넘어 꽤 높은 곳 바위틈에서 강아지들이 살고 있다. 집을 나왔거나 버려진 개들이 살림을 차린 모양이다. 어미는 보지 못하였다. 고기 몇 점 던져주었으나 경계가 심해 먹는 것을 보지는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