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백두대간 2차 : 성삼재에서 여원재까지.
백두대간 2차 : 성삼재에서 여원재까지.
2015.02.08국립공원에 속한 산길은 봄, 가을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이 통제되는 구간이 있다. 지리산은 2월 16일부터, 덕유산은 3월 2일부터..때문에 설 안에 남은 지리산 구간, 설 이후 덕유산 구간까지 통과하지 않으면 3~4월 내내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될 형편이다.기왕지사 시작한 일 속도를 높여 빠르게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2월 7일 새벽 네시 반 집을 출발하여 다섯시 반 순창 대가리, 여섯시 반 성삼재에 당도했다. 성삼재에 나를 내려주고 순창사람 정룡이는 바로 돌아가고 이따 다시 마중나오기로 했다. 해발 1,100미터가 넘는 고갯마루임에도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날씨가 의외로 푹하다. 남방 하나 걸치고 달빛 은은한 산길로 접어든다. 고리봉 부근에 이르니 동녘이 희뿌연하게 밝아오고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반야봉..
백두대간
백두대간
2015.02.04東史曰 朝鮮音潮仙 因仙水爲名 又云鮮明也 地在東表日先明 故曰朝鮮 《동사》에 이르기를 조선(潮仙)이라 소리나는 ‘朝鮮’은 선수(仙水)로 말미암아 이름을 삼음이요 또한 이르기를 선명(鮮明)한 것이라, 땅이 동쪽에 있어 해가 뜰 때 먼저 밝아오므로 조선이라 한다 하였다. 山經云 崑崙一枝 行大漠之南東 爲醫巫閭山 自此大斷 爲遼東之野 《산해경》에 이르기를 곤륜의 한 갈래가 대막(넓은 사막)의 남동으로 가 의무려산이 되고 이로부터 크게 끊어져 요동 벌판이 되었다. 漉野起爲白頭山 爲朝鮮山脈之祖 山有三層 高二百里 橫亘千里 其巓有潭 名謂達門 周八百里 南流爲鴨綠 東分爲豆滿 마른 벌이 일어나 백두산이 되니 조선산맥의 시조다. 산은 셋으로 층졌는데 높이는 200리, 가로는 1000리에 걸쳐 있으며, 그 산꼭대기에는 못이 있어 이..
1차 둘째날 : 노고단에서 용의 눈알을 찍다.
1차 둘째날 : 노고단에서 용의 눈알을 찍다.
2015.02.03치밭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쉬 녹지 않는 몸을 밤새 뒤척이다 새로 두시가 넘어서야 편안해졌다. 새벽 5시,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어젯밤 남겨놓은 밥을 끓여 훌훌 넘기고 길을 나선다. 그럭저럭 6시가 다 되었으나 아직 어둠 속, 하동 쯤으로 생각되는 도시의 불빛이 한치잡이 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룬 제주 밤바다같다. 바람은 없으나 몹시 추워 출발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선답자들에 의해 잘 다져진 눈길이 수월하다. 한시간쯤 걸으니 어둠이 물러나고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늘 천왕봉 일출은 그지 없이 장관이겠다. 천왕봉 그만 쳐다보고 이젠 나를 보란듯 반야봉이 지척에서 손짓한다. 덕평봉 지나 벽소령 사이 중간, 어느 골짝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지..
1차 첫째날 : 백두대간에 내딛는 첫발, 지리산 종주.
1차 첫째날 : 백두대간에 내딛는 첫발, 지리산 종주.
2015.02.02백두대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인다. 대간의 기원과 의미가 회자되기 시작하던 80년대 말부터 줄곧 흠모해왔다. 그 길에 첫발을 내딛는다. 나이 50, 뭔가 기념비적인 일 한가지는 하고자 함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되새김질도 하고 새날을 그리며 사색도 하고, 몸 튼튼 마음 튼튼 두루두루.. 서울에 살던 시절 저전거 타고 집에 내려오는 계획을 무수히 세웠더랬다. 이제 더 이상 계획으로만 머무르지 않으리라. 시작을 해야 끝을 볼 수 있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내딛는 첫걸음에 하룻밤 재워주고 새복길 달려 산청땅까지 실어다준 구례 사람 내외간과 지리산 종주길에 함께 한 순창 사람에게 감사디린다. 대원사 골짜기를 거슬러 윗새재 마을까지 차로 올라가려 했으나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가 언덕을 못이겨먹는다..
도솔암 천마봉 바윗길, 선운산 속살을 헤집다.
도솔암 천마봉 바윗길, 선운산 속살을 헤집다.
2015.01.25잠시간이지만 한때 암벽등반을 하던 영태 따라 그 세계에 발을 내디딘 적이 있었다. 선운산 동백 호텔 지하의 자그마한 실내암장과 암벽등반 초급 코스가 있던 할매바위에서 땀 깨나 쏟았고 도솔암 주변의 바윗길을 싸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났다. 그 길을 간다. 다만 그 존재를 모를 뿐 장비 없이도 약간의 담력과 주의력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길이다. 도솔암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애 미륵불을 스쳐 지난다. 미륵불은 여전히 경외와 치성의 대상이다. 마애불 위에 자리 잡은 도솔암 내원궁에서는 오늘도 지장보살을 찾는 염불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마애불 지나 용문굴로 가는 어느 지점에서 오른쪽 바위로 붙는다. 갈라진 바위틈을 비집고 침니 등반으로 오르는 길을 못 찾고..
낮지만 아찔하다, 순창 책여산.
낮지만 아찔하다, 순창 책여산.
2015.01.19'책여산'이라고도 하고 '채계산'이라고도 하고 또 남원으로 가는 국도를 사이에 두고 연이어 선 두 산을 '순창 책여산'과 '남원 책여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책여산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책같은 산'이 되겠고, 채계산은 '비녀산'이 되겠다. 둘 다 그럴듯하다. 깎아지른 암벽이 책을 쌓아놓은 것도 같고 날카로운 암릉이 머리에 꽂은 비녀처럼 보일법도 하다. 그런데 전라도 사람인 내가 듣기에 채계산은 책여산을 전라도식으로 쉽게 발음해버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석교가 섹개가 되고 남원이 남안이 되고 담양이 대맨으로 불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뭐 그렇다 치는데 순창 책여산, 남원 책여산으로 구분하는 것은 순창 사람 입장에서는 영 부대건한 모양이다. 순창 책여산 능선의 상당구간이 순창과 남원의 경계를 ..
입암산을 오르는 가장 편안한 경로
입암산을 오르는 가장 편안한 경로
2015.01.16입암산을 정읍 쪽에서 바라보면 깎아지른 성채와 같다. 반면 남창계곡이 흐르는 장성 쪽으로는 매우 펑퍼짐하면서 유순한 산세를 보인다. 입암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남창계곡을 기점으로 삼는다. 남창계곡에서 입암산성 남문을 지나 북문 거쳐 갓바위에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편안할 뿐만 아니라 잘 정비되어 있어 부담없이 산보하듯 오르내릴 수 있다. 산 아래에는 빗방울이 오락가락, 산 입구에 드니 진눈깨비, 산중에는 눈이 얄포롬하게 깔린다. 임암산성 남문 사이로 계곡물이 흐른다. 임암산성은 삼한시대 때 처음 축조되었으며 몽고 침략군을 맞은 송군비 장군이 대승을 거뒀던 전적지로, 정유재란 때는 의병들이 순절한 곳으로, 최근 120년 전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첫 잠행처로 역사의 굽이마다 굵은 궤적을 남기고 있다...
장수 팔공산
장수 팔공산
2015.01.15백두대간이 함양 영취산에서 한 자락을 내놓아 장안산을 크게 일으키고 수분재, 신무산 지나 다시 한번 솟구치니 팔공산이다. 이 산줄기는 성수산, 마이산 지나 주화산에 이르러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따로 나뉘게 된다. 하여 장안산에서 주화산에 이르는 구간을 금남호남정맥이라 일컫는다. 장수와 함양을 가르며 북진하는 백두대간은 육십령 지나 장수덕유에 이르기까지 장수의 동쪽 방면을 감싸고돌고, 대간에서 분지한 금남호남정맥 또한 장안산, 팔공산, 성수산에 이르기까지 장수의 서쪽 방면을 휘감고 돈다. 사정이 이러하니 장수는 천상 산고랑창이 아닐 수 없어 보이느니 산뿐이다. 어찌어찌하다 장수에서 하룻저녁을 보내고 맞은 아침 장수읍내에서 마주보이는 팔공산이 하얗게 손짓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에 서구리재..
산에서 쓰는 내비게이션, '산길샘'에 대하여
산에서 쓰는 내비게이션, '산길샘'에 대하여
2015.01.14산과 산을 잇는 능선 산행을 하거나 난생처음 가보는 오지의 산을 오를 때 길을 잃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때문에 해당 산줄기와 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 지도를 펼쳐놓고 머릿속에서 미리 산을 올라보는 예행연습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막상 산을 오르다 보면 어떻게 길을 잡아야 할지 애매하고 막막해지는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큰 산이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 조망이 터지는 능선으로 치고 올라 산줄기를 가늠하여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고 길을 잡아나가겠지만 덩치가 큰 산의 경우에는 무조건 확실한 길이 나올 때까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가서 다시 길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 산에서 자만은 금물이며 철저한 준비만이 안전한 산행을 보장한다 하겠다. 그런데 보다 수월하게 정해진 경로대로 산길을 찾아가고 길을 ..
선운산 능선 일주
선운산 능선 일주
2015.01.13실상 선운산이란 산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도상에는 경수산, 개이빨산, 청룡산, 비학산 등이 표기되어 있으며, 혹간 석상암 뒤편 수리봉을 도솔산 혹은 선운산이라 표기한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저 선운사를 에워싼 산군 전체를 통칭하여 선운산, 혹은 옛 이름대로 도솔산이라 보면 속이 편하다. 선운산은 낮지만 깊은 산이다. 도솔천을 가운데 놓고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뺑 도는 거리가 20여 km에 달한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의 주릉 길이가 대략 24km,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근접하는 수준이다. 지리산에 들고자 하나 여간 틈을 낼 수 없어 지리산을 대신하여 선운산 능선 일주에 나선다. 능선이 둥그렇게 형성돼 있어 종주라기보나 일주라 하는 것이 어울릴 듯하다. 내 다리힘으로 지리산 주릉을 하루에 답파할만..
방장산(양고살재~상월마을) 짧게 오르내리기
방장산(양고살재~상월마을) 짧게 오르내리기
2015.01.09늘 혼자만 다니다가 실로 오랫만에 여럿이 함께 산길을 탔다. 다들 바쁜 사람들인지라 짤막한 코스를 선택, 양고살재 말랭이에서 억새봉 거쳐 상월 마을로 내려온다. 상월마을에서 방장산을 오르는 길은 양고살재가 포장되기 이전, 자가용 차도 별로 없던 시절 고창 사람들이 애용하던 길이다. 당시 실내체육관이 읍의 경계를 이뤘고 그 바깥은 완전한 농촌지역이었다. 겨울이면 실내체육관 앞에서부터 풍풍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방수도 되지 않는 운동화들을 신고 그렇게 방장산에 올랐더랬다. 그때와 비교하니 고창도 엄청 팽창했다. 읍내의 가장 변두리에 있던 실내체육관이 이제는 읍내 깊숙히 들어앉은 모양새다. 농촌은 무너지고 읍내는 팽창하고.. 무너지는 농촌만큼이나 읍내의 팽창도 실속이 없다. 방장산은 고창의 진산이다. 방장산 ..
산길샘(나들이) 앱과 함께 한 진안 고산(대덕산) 산행
산길샘(나들이) 앱과 함께 한 진안 고산(대덕산) 산행
2015.01.08진안에 여러 차례 들락거렸어도 동향면은 처음이다. 수련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뭐 이렇게 숭악한 산 고랑창이 또 있을까 싶게 사방이 산뿐이다. 이튿날 아침 수련회를 마치고 산을 탔다. 산속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차는 미리 산행 종점에 가져다 놓았다. 죽도 고개 말랭이에서 일행과 헤어져 산길로 접어든다. 이번 산행에서는 전화기에 새로 설치한 '산길샘(나들이)' 앱을 특별히 사용해볼 요량이다. 이 앱은 산길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고 기록자 역할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산 일대 지형도를 적당한 면적으로 잘라 미리 다운받아놓고 선행자의 트랙 파일을 설치하여 지형도에 표시되게 하였다. 산행 시작과 함께 '기록하기'를 실행하면 나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되어 선행자의 궤적과 일치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