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섬휘파람새
섬휘파람새
2016.05.05그 모습을 보기는 어려우나 울음소리는 많이 들어보았을 휘파람새. 특히 제주도의 오름, 한여름의 덕유산 능선에 오르면 귀에 못이 박힐 지경으로 경쾌하고도 힘찬 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휘파람새와 섬휘파람새는 그 모습이나 울음소리가 매우 흡사하다. 나로서는 도감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둘을 구분해낼 도리가 없다. 파란색과 초록색도 잘 구분 못하는 나에게 올리브 회색, 올리브 갈색, 진한 갈색 기운, 때묻은 듯한 흰색 따위의 색상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다만 놈들의 생태나 서식환경, 지역 등이 사뭇 달라서 그것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이에 따르면 나는 아직까지 휘파람새는 보지 못하고 섬휘파람새만 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섬휘파람새와 휘파람새를 구분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은 어떻게 하면 ..
벙어리뻐꾸기(Oriental Cuckoo)
벙어리뻐꾸기(Oriental Cuckoo)
2016.05.03크지는 않지만 힘 좋은 가물치 낚는 꿈을 꿨다. 낚시대가 뿌러질 듯한 힘겨루기 끝에 겨우 낚아 올렸는데..복권을 사야 되나 잠시 생각했으나 족보에 없는 짐승이니 별볼일 없을거라 금새 단념하고 말았다. 잔디밭 이슬 가시는 동안 다녀온 운곡습지 탐조. 갖은 새소리 들리는 가운데 벙어리뻐꾸기 소리 가깝다. 이동 시기 숱하게 들어왔지만 울창한 숲 속에서 움직이는 은밀성으로 하여 한번도 실체를 확인한 적이 없다. 하여 "내 이번에는 기어코 보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번번히 때를 놓치곤 했다. 녀석들 이동시기가 바쁜 농사철과 겹치는 탓도 있다. 내 오늘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아직 잎이 채 무성해지지 않은 나뭇가지 높은 곳에 앉아 벙어리 냉가슴 앓는 듯한 답답한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녀석 이내..
새만금 야미도 쏙독새
새만금 야미도 쏙독새
2016.04.22군산 가는 길, 잠시 짬을 내 들른 곳. 새만금 야미도, 육지가 되어버린 섬. 모두가 떠나가고 동네가 거의 비었다. 이토록 황량할 수가..바야흐로 철새들의 이동시기. 몇년 전 이 곳에 들렀을 때는 비교적 많은 종의 새들을 보았는데..오늘은 새도 사람도 없다. 할매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 텃밭조차 묵어 있다. 마을과 숲의 경계를 따라 이동한다. 새매? 조롱이? 맹금 한마리 떴다가 금새 숲 속으로 사라진다. 살살 따라가보는데 땅바닥에서 새 한마리 황급히 난다. 쏙독새. 생각보다 날렵하게 난다. 이제는 녀석을 따라가는데..소나무 삭정이 위에 아닌보살하고 앉아 있다. 까칠한 놈 표정하고는..음.. 이 녀석은 소나무에 즐겨 앉는군. 용케도 발견했다. ㅎㅎ대박이다. 쇠솔딱새 한마리 날아와 앉는다. 불쑥.. 찬조..
물닭이 기가 막혀
물닭이 기가 막혀
2016.02.01며칠간 지속된 강추위로 저수지가 얼고 뒤이어 내린 폭설로 들판이 눈에 잠겼다. 그러기를 일주일째 배곯은 날짐승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저수지를 가득 메웠던 가창오리떼는 종적이 없고 물닭들은 물을 떠나 떼를 지어 논으로 걸어나온다.물닭이 물을 벗어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행동이다. 녀석들 급기야 사람들이 다니는 길 위에까지 진출했다. 사람 그림자만 비쳐도 물수제비를 뜨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녀석들인데 사람이 오는지 마는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간절한 발걸음이 애잔하다. 비둘기도 배고프기는 마찬가지..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흰죽지 등이 작은 목욕탕 크기로 변해버린 저수지에 몰려들었다. 여기는 큰고니 목욕탕 외출나온 물닭들은 물 속 생활에 최적화된 두툼한 발바닥으로 눈밭을 두드리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타는 저녁놀, 가창오리 날다.
타는 저녁놀, 가창오리 날다.
2016.01.12지난 6일 사라진 듯했던 가창오리들은 더 큰 무리가 되어 하루 만에 돌아왔다. 이래저래 바쁜 나날들의 연속이다. 통 가볼 짬이 나질 않는다. 석양이 좋겠기에 집에 와 있는 아들놈을 시켜 사진을 찍어오라 했다. 그런데 행장을 차리고 집을 나서는 찰나 한 무리 가창오리 떼가 지붕을 스치고 정읍 방면으로 날아간다. 이렇게 일찍 날다니.. 방향도 제대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갈걸 그랬다. 사진을 찍어본 녀석이 아닌데 기대 절반, 걱정 절반.. 그런데.. 나보다 잘 찍었다. 내가 갔으면 어땠을까? 복권 한 장 사줘얄랑갑다.
가창오리 취중군무
가창오리 취중군무
2016.01.06가창오리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싶더니 오늘 아침에는 종적이 없다.어제 저녁 우리집 지붕을 넘어 정읍 방면으로 날아가는 녀석들을 봤는데 새벽녘 돌아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먹이가 부족했을까? 아마도 며칠간은 저수지 오리보다 저수지 가상에 오리구경 온 사람들 숫자가 더 많겠다. 새해 첫날 담아놓은 가창오리 사진을 이제사 떠들어본다. 산에서 내려와 마신 술에 꽤나 취해 있었다. 취한 건 가창오리가 아니고 나였지만 어찌됐건 취중군무.이날 녀서들은 특이하게도 코도배기 주변을 배회하며 꽤 긴 군무를 펼쳤다.황혼도 좋았기에 코도배기에 있던 사람들 땡 잡은 날이다. 어디론가 대거 이동한 녀석들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지..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동림 저수지 가창오리,15/12/28
동림 저수지 가창오리,15/12/28
2015.12.28서짝 하늘에 두터운 구름장으로 노을이 좋지 못했다. 그제는 고부, 어제는 입암, 장성 방면으로 날아가더니 오늘은 정반대 줄포 방향 부안 들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과 주변의 너른 들판을 번갈아가며 찾는다는 것 외에 날아가는 방향을 예측하기란 실로 어렵다. 멀리서 펼쳐지는 군무를 잡는데는 광각 렌즈보다 적당한 망원 줌 렌즈(40-150)가 유용했다. 노을 없는 밋밋한 배경지를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대신 메꿔주었다.
가창오리 아침 군무, 15/12/27
가창오리 아침 군무, 15/12/27
2015.12.27동창이 붉게 번지는 걸 보니 날이 좋은 모양이다. 코도배기에 나가니 가창오리들이 이미 돌아와 있다. 꽤 많다. 점점 불어나는 듯..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자리를 잡느라 부산하다. 좀 더 이른 새벽 미명에 오면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먹이터에서 돌아오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15/12/24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15/12/24
2015.12.25자리 선정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배경지가 영 시원치 않았던 날. 크리스마스 특별공연같은 건 없었다.몇마리나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으나 도저히 가늠할 재간이 없다. 이 정도면 몇마리나 되는걸까?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아쉬운 한판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아쉬운 한판
2015.12.22올 겨울, 동네 앞 저수지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박근혜 탓이다. 박근혜는 농정 핵심 공약으로 쌀값보장을 내걸었지만 쌀값이 폭락되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고, 쌀값폭락에 항의하다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에 대한 사과는 커녕 언급조차 없다. 지어 연말을 코 앞에 두고 기어이 밥쌀수입 추가 입찰을 강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만신창이가 된 농민들의 살림살이, 피투성이가 되어 벌떡거리는 농민들의 심장에 소금을 치고 재를 뿌린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우리 농민의 생존 문제는 아랑곳 않고 코쟁이 미국놈들 비유 맞추느라 노심초사하는 친미 사대주의에 미친 정권이다. 그래서인지 올 겨울 날씨 또한 그야말로 최악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겨울장마에 온실 작물들은 해를 보지 못해 탈이 ..
사투
사투
2015.09.25허공에서 바둥거리는 새를 보았다. 황조롱이, 낚시줄에 걸려 있었다.낚시줄은 전기줄에 걸리고..얽히고 설킨 인연의 끈이 모질기도 하다.
왜가리청
왜가리청
2015.08.15북이 "지뢰매설 안했다"는 담화문을 발표했고 그 전문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전문] 북한 국방위 “막강 화력 두고, 지뢰 따위 주물러댔겠나”(한겨레) 읽어봤더니 "왜가리청을 돋구어댔다"는 표현이 특별히 눈길을 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왜가리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왜가리는 한밤중에도 난데없이 외마디 소리를 내곤 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꽥" 하고 운다. 몹시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왜가리청'을 검색어로 집어넣었더니 아래와 같이 검색된다. 왜가리청---聽 명사 [북한어] 왜가리처럼 떠드는 목소리.마을 작인의 아낙네들이 웅성거리며 드나드는 그림자들이 보이고 뭐이라 왜가리청으로 떠들고 있는 장 씨의 목소리도 들렸다.출처 : 꽃 파는 처녀, 조선말 대사전(1992)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내친 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