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두루미 춤추는 논벌
두루미 춤추는 논벌
2018.12.07얼마만의 일인가? 새를 보겠다고 꽤 먼 길을 다녀왔다.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그리고 흑두루미 세 마리가 함께 지내고 있다 했다. 녀석들은 지목해준 그 장소, 그 논에 그린 듯이 내려앉아 있다. 배가 고픈가? 사람이 왔는데도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슬금슬금 멀어질 뿐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남유럽, 아프리카 북동부, 인도 북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겨울 철새. 눈 앞, 턱 밑, 앞 목, 뒷 머리가 검은색, 눈 뒤에서 옆 목을 따라 길게 흰색.. 북아메리카 북구, 시베리아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북아메리카 중부와 남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매우 희귀한 겨울철새. 전체적으로 회색, 날개덮깃과 등깃에 눅슨 듯한 갈색 깃. 이마에서 정수..
황새
황새
2018.11.26옅은 안개, 하늘엔 구름. 어제 내린 비까지 생각하면 쉽게 이슬이 걷히들 않겄다. 메밀 타작, 콩 타작이 걸리지만 어차피 기계는 오후나 돼야 오겠고.. 실로 오랜만에 망원렌즈 장착하고 길을 잡아 나선다. 저수지 아래 들판 둘러보고 후포 지나 갈곡천 하구 주변 들판까지 훑어볼 요량이다. 저수지를 들여다보니 다수의 기러기떼, 소수의 큰고니 그린 듯 앉아 있다. 백여 마리도 채 안돼 보이는 가창오리들만이 어지러이 날고 있다. 올해는 조류독감 소식이 없어 다행이다. 탈 없이 넘어가길.. 후포 지나 갈곡천 하구 배수 갑문을 지난다. 썰물의 정점. 갯벌에 물이 전혀 없다. 갈곡천을 빠져나온 물이 갯고랑창으로 쫄래쫄래 흘러든다. 수앙리 들판, 얼핏 황새가 스쳐 지난다. 차를 멈춘다. 후진.. 도합 다섯 마리, 한 마..
노련한 뜸부기
노련한 뜸부기
2018.07.10논이라고 달랑 다섯 배미뿐인데.. 물꼬를 자른다는 것이 하나를 빼먹었다. 농사 많은 사람 어찌고 그 많은 물꼬 관리하며 농사짓는지 모를 일이다. 뙤밭 하나 풀이 많이 났다. 콩밭이나 뙤밭이나 메꽃이 말썽이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 풀을 매는데 저 멀리 저수지 가상에서 뜸부기 소리 간간이 들린다. 뜸부기 소리 크지 않지만 울림이 깊어 멀리까지 간다. 뜸부기 우는 모냥을 볼작시면 혼신의 힘을 다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를 토해낸다. 좌우튼 왔으니 봐야지..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냥 말 수 없다. 300미리 망원렌즈를 장착한다. 실로 오랜만이다. 뜸부기 은신처로 짐작되는 곳에 차를 세우고 뜸부기 울음소리를 튼다. 반응이 없다. 왜가리한테 묻는다. 뜸부기 못 봤냐? 왜가리, 고개를 외로 꼰다. 찰나.. 뜸부기 ..
동림 들판 밭종다리
동림 들판 밭종다리
2018.02.20명절 뒤끝 텅 빈 마을은 중 떠난 절간보다도 고요하다. 맹칼없이 틈 밑 들판으로 차를 몬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텅 빈 들판, 한무리의 작은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닌다. 관심없이 보면 그저 참새떼겠거니 하겠다. 하지만 이래 저래 노는 품새가 다르다. 잠시 차를 멈추고 새들을 기다린다. 약간의 인내심만 발휘한다면 새들은 굳이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다. 어지러이 날아다니던 녀석들이 내려 앉는다. 밭종다리다. 몸 윗면은 회갈색이며 불명확하게 가는 흑갈색 줄무늬가 있다. 눈 앞은 엷은 색. 턱선이 뚜렷하다. 다리는 붉은색을 띠는 살구색, 허리에 줄무늬가 없다. (겨울깃) 머리, 등이 갈색이며 불명확한 줄무늬가 있다. 몸 아랫면은 흰색 기운이 강하며 검은 줄무늬가 여름깃보다 더 뚜렷하고 진하다. 흰색 날개선이 ..
혹독한 겨울, 굶주린 가창오리
혹독한 겨울, 굶주린 가창오리
2018.02.10급격히 날이 풀어지고 눈이 마구 녹아내린다. 오는 봄을 어찌 막을쏘냐. 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파의 위력은 어마 무시했다. 얼어붙은 저수지, 눈 덮인 들판은 월동 중인 가창오리들에게는 꽤 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지금 동림 저수지에는 가창오리들이 없다. 아마도 해남 방면으로 더 내려갔겠지.. 그런데 눈 덮인 논바닥에 내려앉아 먹이활동 중인 가창오리 한 무리를 보았다. 신림 들판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변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수확을 포기한 채 방치된 논이었다. 누가 보건 말건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가창오리는 본래 밤에 먹이 할 동을 한다. 지금 이 시각이면 드넓은 호반에 모여 앉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때이다. 하지만 강추위와 폭설이 불러온 위기상황에서 녀석들은 대규모 군집생활과..
입춘대설, 눈 속의 새
입춘대설, 눈 속의 새
2018.02.05입춘대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다. 얼어붙은 날씨에 눈까지 내리니 새들이 고달프다. 물닭들이 얼어붙은 저수지를 뒤로 하고 길바닥에 나앉았다. 몹시 지친 녀석들 사람이 다가가도 잘 도망가지 않는다. 떼거지로 조문 가는 문상객 같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더라고 물닭 본 김에 들판을 잠시 돌아본다. 기러기 한 떼 눈 쌓인 논에 망연자실 앉아 있다. 참새만 한 녀석들은 그래도 뭘 좀 먹는다. 주로 쑥새들이지만 드물게 이것저것 섞여 있다.
곰소만 황새
곰소만 황새
2018.02.03동림지 아래 들판에서 방달이(솔개)를 보고, 내친김에 수앙리 들판으로 간다. 갈곡천 하구 갯벌에 바닷물이 그득하다. 엊그제 보름달이 떴으니 때는 마침 사리 물때로다. 황새를 볼 수 있겠군.. 아니나 다를까, 예의 그 자리에 그린 듯이 앉아 있다. 망원으로 당기니 바다 건너 줄포가 손에 잡힐 듯하다. 한 마리 먼저 훌쩍 날아간 빈자리를 가늠하면 녀석들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물이 차오르면서 한 마리 두 마리 자리를 뜬다. 바다 건너 줄포와 이짝 고창 갯 뚝 곳곳에서 황새들 날아다닌다. 10마리 이상은 되어 보인다. 많이도 와 있군.. 어지러이 날던 녀석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중 한 녀석 수앙리 들판 논에 내려앉았다. 무수한 왜가리, 백로 떼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띄는 녀석들, 군계일학이라고나 할까..
방달이 떴다.
방달이 떴다.
2018.02.03하늘 높이 솔개가 난다. 그 옛날 '애국조회' 시간이면 틀림없이 떠 있던 녀석들, 주로 나른한 봄이었을 것이다. 하늘을 뱅뱅 도는 솔개를 보고 있노라면 교장선생 말씀 따위는 귓전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정말 솔개였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늘 높이 떠서 뱅뱅 도는 녀석들을 우리는 통칭 '방달이'라 불렀다. 예전엔 솔개가 흔했다 하니 아마도 솔개였겠지.. 혹은 더 흔했을지 모를 길 떠날 채비하는 말똥가리였을 수도.. '방달이'를 검색하니 이런 글이 걸린다. "매와 비슷하면서 가슴이 붉고 등이 희며 눈이 검은 것을 방달이(方達伊)라 하는데 매도 죽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이 쓴 '한죽당섭필'이라는 책에 나오는 우리나라 맹금에 대한 묘사 중 한 대목이다. 딱 솔개다. 매도 죽이는지는..
눈 쌓인 들판, 들판에 머무는 새
눈 쌓인 들판, 들판에 머무는 새
2018.01.15동림 저수지 아래 눈 쌓인 들판을 간다. 뚝 너머 저수지 가득 가창오리 떼 웅성거리고, 하얀 들판 너머 두승산 떠 있는 곳,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가창오리는 엊그제 눈 오는 날 다시 왔다 한다. 불가촉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가창오리, 그러거나 저러거나 가창오리 떼는 창공을 자유로이 오간다. 오히려 사람들이 발이 묶였다. 지금 우리 동네는 아무나 들어오지 못한다. 물론 형식적인 것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눈 내린 들판에 새 둘러보러 간다. 눈 쌓인 논바닥을 뒤지는 한 무리 새떼를 발견했다. 그냥 보기엔 참새떼, 그런데 덩치가 좀 크다. 나는 품새에 지저귀는 소리까지 다르다. 음.. 종다리들이로군,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 살펴보니 비슷하지만 제각각이다. 헷갈리는 멧새류, 들여다보자니 눈이 침침해진..
지리산 잣까마귀
지리산 잣까마귀
2017.08.18새재 마을에서 치밭목 거쳐 천왕봉을 오른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산은 온통 구름과 안개에 갇혔다. 중봉에 다다를 무렵 앞서가던 등산객 우는 새소리 뭐냐 묻는다. 까마구 소리 아니냐 무심코 답하고 나니 까마구 아니다. '잣까마귀로구나!' 내심 이 녀석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부리나케 렌즈를 갈아끼워 놈을 겨냥한다. 몇 해 전 이 녀석들을 보겠다고 설악산을 오른 적이 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뚫고 오른 대청봉, 비에 젖은 흑백 사진으로 간신히 알현했던 잣까마귀.. 너하고 나는 어찌하여 뿌연 안개 속 흑백사진으로만 만나게 되는가? 다행히도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 녀석들, 가까이 다가와 나와 마주한다. '잣까마귀'라는 이름자는 깃털에 박힌 잣 모양의 흰 반점에서 비롯되었음이 분명..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06.24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꺅도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 북상 중인 도요새 무리들은 영양보충에 여념이 없다. 귀한 손님 안 계시나.. 휘리릭 둘러보는 눈길 저 멀리 호사도요 한쌍 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집어내기 어려운 거리, 하지만 나는 호사도요만큼은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있기만 하다면.. 호사도요와 나의 인연은 길고도 각별하다. 10여 년 전 논에 앉은 황로 무리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사도요 암컷, 참 특이하게 생긴 오리가 다 있다 싶었다. 두어 달간의 망각기를 지나고서야 오리 이름이 궁금해졌고 탐조 사이트에 문의한 바 오리가 아니라 몹시 귀하게 관찰되는 도요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소쩍새, 그라고 솔부엉이
소쩍새, 그라고 솔부엉이
2017.04.24밤마다 귀찮게 울어대던 녀석들을 오늘은 내가 불러내 귀찮게 한다. 소쩍새나 솔부엉이나 거의 같은 시기에 도래한다. 녀석들은 이동 초기에 소리를 많이 낸다. 이 시기에는 심지어 낮에도 운다. 밤새인 주제에.. 아마도 짝을 찾거나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등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 이때가 녀석들을 관찰할 수 있는 적기, 소쩍새 소리를 내면 소쩍새가 솔부엉이 소리를 내면 솔부엉이가 나타난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깊은 산중보다는 동네 낭깥이 좋다. 녀석들은 거짓말같이 홀연히, 그리고 바람처럼 나타난다. 짝으로 오인하는 것인지 침입자를 물리치러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쩍새를 먼저 불러낸다. 소쩍새는 우렁찬 소리에 비해 몸집이 작다. 매미보다 좀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 좀 심한가? 좌우튼 작다. 이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