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굵은수염하늘소
굵은수염하늘소
2023.05.23단 한 장의 사진, 지난해 여름 가리왕산에서 만났네. 올 여름, 다시 보러 가야지. 머리는 검으려 더듬이는 굵고 넓적한 모양으로 암수 모두 몸 길이를 넘지 못한다. 딱지날개는 가운데가 홀쭉하며, 깊이 파인 점각이 있고 광택이 강한 붉은색이다. 성충은 산지의 흰 꽃에 날아와 꿀이나 꽃가루를 먹으며 수백 마리가 모이기도 한다. 유충은 녹나무과 나무에 기생하며 남한 전역에 분포한다. - 한국의 하늘소(황상환)
털두꺼비하늘소
털두꺼비하늘소
2023.05.21땔나무로 베어놓은 참나무에서 발견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흔해 빠진 녀석이라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처음 보는 녀석이니 소중히 담아왔다. 털두꺼비하늘소, 그 이름 잘 지었다. 볼수록 두꺼비 닮았다.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활동, 유충 혹은 성충으로 월동하고 월동한 성충은 이른 봄 산란하며 알에서 나온 유충은 여름에 성충이 된다. 연 2회 발생하며 남한 전역에 분포.
붉은점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2023.05.21아무리 뒤져도 없더니, 알고 보니 사라졌다. 벌써 5년 전 일이라 하네. 그라고 보니 내 여기 왔던 게 8년 전 언제 이로고.. 세월은 쏜살같다. 나비가 사라지니 내 찾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절멸, 세상이 아득해지고 꾸무럭하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 굵어져 제법 폭우가 되고 우리는 자리를 떴다. 한 군데 더, 먼 길 왔는데.. 산모롱이 돌아드니 비가 멎는다. 언뜻 보이는 파란 하늘, 산줄기 하나 사이에 두고 여기는 다른 세상 눈 밝은 애벌레 가리키는 손가락 끝 나비 한 마리, 오호라 붉은점 꿈에 본 모시나비, 붉은점이 되었네. 너 여기 살아남았구나. 나 여기도 있소, 예서 제서 툭툭! 흥분의 도가니탕. 반갑다 붉은점, 살아남아 고맙다. 암컷 수컷 암컷 수컷 암컷 수컷 암수 구분은 복부의 ..
금빛어리표범나비
금빛어리표범나비
2023.05.20나비 찾아 나선 길에서 35년 전 농활 갔던 마을 앞을 스쳐 지난다. 정확히 쌍팔년도였네. "덕산면 신현 1구 농민회에서 뀌는 방구 지서장 새끼 난리 났다 소리 지르네~" 손뼉 치며 노래 부르던 게 어제일 같다. 술을 어찌나 많이 먹어댔던지 젊은 농민회원들이 나를 피해 다녔더랬다. 들어가 볼까 하다 그냥 지나쳤다. 다 옛 일이니.. 30년 전 일은 이리 선명한데 작년에 와 본 길이 헷갈린다. 작년에는 봄처녀나비를 보러 왔더랬다. 그때는 어림짐작으로도 잘도 찾았는데.. 아무튼 도착해서 보니 딱 예상대로다. 예상했던 장소에서 예상했던 녀석들을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다. 더구나 첫 만남이다. 많다. 그리고 딱 이 나비 뿐이다. 표범나비 치고는 작은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왔다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어딜..
남색초원하늘소
남색초원하늘소
2023.05.16더듬이 특이하고 샘김새보다 이름이 더 예쁜 녀석, 드넓게 펼쳐진 몽골 초원이 그려지는.. 볕이 잘 드는 초지에 살며 봄부터 엉겅퀴, 개망초, 쑥에 날아든다. 기주식물의 줄기를 빙 돌아 갉아 시들게 한 뒤 산란, 유충은 줄기에 터널을 뚫고 살며 9월에 줄기를 자르고 구멍을 톱밥으로 막은 뒤 뿌리 부근에서 월동한다. 남한 전역에 분포. - 한국의 하늘소(황상환)
무늬소주홍하늘소
무늬소주홍하늘소
2023.05.14하늘소 한 마리 별안간 날아들다 애벌레 손에 맞고 떨어졌다. 애벌레 선생 '먹주홍'이라 소리지르며 다소 흥분했지만 알고보니 먹주홍하늘소와는 많이 다르다. 오랫동안 곤충을 봐온 사람도 이처럼 늘 헷갈리는데 나같은 사람이야 도감을 펼쳐들고도 앞뒤로 한참을 뒤적거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녀석의 정체는 '무늬소주홍하늘소'였다. 산지에 서식하며 5월부터 나타나 신나무 꽃에 많이 모인다. 남한 전역에 분포하며 기주 식물은 단풍나무, 신나무, 노각나무.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 홈페이지에 "기후 변동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서식범위가 좁아진다는 건지, 넓어진다는 건지, 남하한다는 건지, 북상한다는 건지 아무런 추가 설명이 없다. 굼금증을 자아낼 목적으로 써놨는갑다. 거 참 궁금하네..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2023.05.14변산바람, 너도바람, 꿩의바람, 만주바람, 남바람, 나도바람, 바다 건너 세바람. 이 정도 헤아리고 나면 남쪽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은 더 이상 없다. 하여 나는 소망해 왔다, 언젠가 먼 길 떠나 새로운 바람을 만나리라. 그러기를 몇 해였던가? 길 떠나는 일이야 일상이지만 꽃을 바라고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았으니 세월이 갈수록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그러던 차 하늘소 보자고 나선 길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났으니 이것은 횡재인 것이고. 고운산, 너는 보지 못했으나 고맙다 니 덕이다. 산이 온통 홀아비 천지, 단아하고 곱다. 홀엄씨바람꽃이라 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온 산을 차지한 홀아비들 사이 곳곳에 다소 드물게 피어 있던 회리바람꽃. 전체 바람꽃을 통틀어 가장 특이하고 ..
넉점각시하늘소
넉점각시하늘소
2023.05.11이쁘고 귀한 하늘소가 있다고, 그걸 봐야 한다고, 10년도 더 묵은 오랜 숙원이라고.. 강원도 심심산골에 산작약이 꽃을 피우면 그 꽃에 날아든다고.. 이름하여 '고운산하늘소'. 하여 길을 나섰네. 머나먼 길이었네. 산작약만 찾으면 되는 줄 알았다. 늘 가는 정선 귤암리에 짐을 부리고 찾아간 태백산 두문동재, 산작약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다. 돌아와 귤암리 숙소 주변, 여기라면 있겠다 하고 들어간 숲 속에서 숫제 작약밭을 찾아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시기도 잘 맞았다. 되얐다 싶었다. 그러나 정작 고운산은 보이지 않았다. 네 시간을 산에 머물며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게발딱주에, 우산나물에, 산나물만 한 보따리.. 같이 간 애벌레 선생, 강원남도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2023.05.08아직은 나비가 많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비 없소~?" 하고 들어간 작은 산골짝, "예 있소" 하고 보란 듯 앉아 있다. 어라, 거꾸로여덟팔? 저 녀석이 벌써 나오나? 북방일까? 기대를 가지고 이래저래 검토했으나 결론은 그냥 거꾸로여덟팔. 새로 산 나비도감에서 유사한 나비들에 대한 새로운 동정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하여 그간 찍었던 거꾸로여덟팔나비들을 새로 샅샅이 들여다보니 과연 그중에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가 섞여 있다. 같은 날 오대산과 가리왕산에서 찍은 거꾸로여덟팔 중에 북방이 있었다. 각각 한 마리씩.. 여름에 만난 것이니 여름형이겠다. 위 두 사진에는 북방과 그냥 거꾸로여덟팔나비를 구분하는 결정적 동정 열쇠가 잘 드러나 있다. 찾아보시라, 장담컨대 설명을 듣지 않고 찾아낸다면 정말 엄청..
갈고리흰나비
갈고리흰나비
2023.04.17봄이다. 새 봄이 오고 나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뭔가 새로운 나비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일렁이곤 한다. 정선 가는 길, 이른 봄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놓치지 말아야 할 나비를 점검한다. 한 번 지나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갈고리흰나비가 1순위로 떠올랐다. 귀한가 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봤는가, 그러지 못했는가가 중요하다. 사진기 들고 맘 먹고 나서니 생각보다 쉽게 포착되었다.다른 흰나비들보다 눈에 띄게 작아 나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인내심을 가지고 앉기를 기다린다. 맞다, 갈고리흰나비. 새 봄, 내 이렇게 새로운 녀석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그간 너를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게로구나. 그러니 사람 만나면 잘 앉아주고 그러려무나. 한없이 나팔나팔 날아다니지만 말고....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2023.01.01어느 날 길을 가다 만난 황새 떼, 황새 수십 마리 하늘 높이 떠서 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사진기를 집어 들었으나 메모리카드가 없다. 차속을 다 뒤졌지만 한 개가 없다.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발 달렸는갑다. 아쉬운 대로 전화기를 꺼내든다. 이 억센 가슴 어디에 쓰랴.. 황새 떼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https://youtu.be/j_T-QoeXEnw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 다시 황새 떼를 찾아 나선다. 황새 떼는 간 데 없고, 뜬금 없는 쇠부엉이를 만났다. 몸땡이 구석구석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고 잊힌 줄 알았던 탐조 본능이 되살아온다. 그리하여 나는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을 새와 함께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쟁기촌 논배미 아래 온통 얼어붙은 저수지, 아직 얼지 않..
만돌 갯벌 도요물떼새
만돌 갯벌 도요물떼새
2022.11.23심원 만돌 갯벌은 고창에서 새가 가장 많이 모이고 거쳐가는 곳이다. 찍어만 두고 들여다보지 못한 네 개의 폴더가 있다. 속사로 난사해놓은 수많은 사진들이 부담스러워 팽개쳐두었던 것이다. 비로소 들여다본다. 싸움 속 여유, 이것은 역설이다. 올라가는 녀석들, 내려가는 녀석들, 월동하는 녀석들, 눌러사는 녀석들, 번식하는 녀석들.. 가장 많은 것은 도요물떼새. 4월 18일, 여름 깃, 겨울 깃이 혼재된 민물도요들이 날아다니고 좀도요가 드물게 보인다. 이곳에서 번식하는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도 보이고..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겠는데 너무 일찍 갔다. 민물도요들이 어느새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많은 수의 민물도요들이 여기서 겨울을 난다. 번식을 위해 잠시 북상하는 시기를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