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우포늪 따오기
우포늪 따오기
2022.01.03연말이면 떠다니고 싶다, 어디로든.. 그러니 가는 것이다, 연말이니까.. 속 풀자 만나 배짱이 맞았다. 하여 떠났네, 따오기 만나러..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오기 만나러..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 우포늪, 그곳에 따오기가 있다. 따오기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관리하는 사람, 관찰하는 사람, 도움 주는 사람, 도움받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무심한 사람.. 그리고 생태계 속에서, 먹이사슬 속에서.. 자연에 방사되었으나 아직 떠나지 못..
미안하다, 넓적부리도요
미안하다, 넓적부리도요
2021.10.08음력 9월 초이틀 여덟물, 지난번 사리 때보다 물이 높다. 물을 텀벙거리며 갯등에 들어간다. 갯등은 좁아졌지만 새들이 줄어들어 자그마한 갯등이 황량해 보일 지경이다. 막차 탄 녀석들이라서일까? 이리저리 날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정신이 없다. 배터리 잔량 18%에 메모리 카드도 없는 카메라를 메고 들어왔다. 다행히 배낭 속에 여분의 카드가 있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넓적부리도요를 찾는다. 온몸이 새하얗게 보이는 깔끔한 세가락도요 무리를 주시한다. 녀석들은 주로 파도의 끝자락에서 파도와 노닐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언뜻 넓적부리도요가 눈에 들어왔지만 쌍안경을 떼고 카메라를 들면 사라진다. 녀석의 위치를 추적하고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그러는 동안에도 녀석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배터리 없..
만돌 갯등 도요물떼새
만돌 갯등 도요물떼새
2021.10.02음력 날짜에 6을 더한 다음 15로 나누고 남은 나머지 숫자를 헤아려 한물, 두물, 세물 헤아리는데 일곱물, 여덟 물일 때 물이 가장 높고 간만의 차가 커 이때를 사리라 한다. 반대로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때를 조금, 그 이튿날을 무시라 하는데 열네물, 열다섯물이 이에 해당한다. 보름이나 그믐 2~3일 뒤 바닷물이 가장 높게 들어와 갯벌의 대부분을 바닷물이 삼키게 되는데 이때에도 잠기지 않는 갯땅에 있어 갯벌을 누비던 온갖 새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일시적으로 작은 섬이 되는 이 갯등에 들어가려면 시간을 잘 맞촤야 한다. 음력 8월 열이렛날 나는 갯등에 들어갔다. 갯등에 들어가 가장 먼저 대면한 것은 마도요와 알락꼬리마도요 무리, 녀석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 외모로 섞여 있다. 일단 배 부위가 하얗게 보이..
운봉 산덕 임도
운봉 산덕 임도
2021.07.03산덕 임도, 작년 이 길에서 어리세줄나비를 만났더랬다. 6월 초였다. 보기 힘든 녀석을 얼떨결에 보고 나니 이 길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지금은 7월 초, 내일부터 늦은 장맛비가 내린다 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산덕 임도, 하늘엔 구름이 많다. 해가 들락날락하는 무더운 날씨지만 숲길은 청량하다. 오늘은 어떤 녀석을 만나게 될까.. 부푼 마음을 안고 타박타박 산길을 걷는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나비. 급하지 않게 나분 나분 날아다니는 흔하지만 품위가 있는.. 길 가엔 산수국이 만발하였다. 절로 노래가 나온다. 흥얼흥얼~ 산국은 피고 당신은 가고 돌아서다가 돌아보았네 아아~ 임이시여 아아~ 임이여~ 산수국 핀 이 길에서 당신을 그린다. 편편흑접 자웅쌍의.. 암컷일까, 수컷일까? 수컷은 오전 중에 길바닥에 ..
오가며 만난 나비
오가며 만난 나비
2021.06.21동강할미꽃 피었던 자리 돌단풍도 이미 지고 없고 참나리가 꽃대를 올렸다. 동강할미꽃은 아무래도 농업전선에서 은퇴해야 다시 보게 될 모양이다. 내 정선에서 참나리를 본 기억이 없다. 이 시기 첫걸음이라는 게지.. 참나리꽃에서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나더라. 처음 알았다. 이렇게 흐드러진 쪽동백꽃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얼핏 때죽나무와 혼동하기 쉬운데 잎사귀도 다르고 송이송이 피는 꽃도 다르다. 결정적으로 향이 많이 다르다. 향기론 때죽에 비해 쪽동백은 향이 구리다. 쪽동백이건 때죽나무건 농사꾼들이 이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말할 나위 없이 단아하고 곱다. 강원도나 되니 이 시기 싱싱한 꽃을 본다. 이 꽃이 북의 국화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북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더라. 흰색 꽃들은 단아하고 고결..
솔부엉이와 소쩍새
솔부엉이와 소쩍새
2021.05.164월 말에서 5월 초면 어김없이 이들이 온다. 생김새는 다르나 같은 올빼미목인지라 닮은 점이 많다. 올해는 솔부엉이 소리가 먼저 들리고 사나흘 후에 소쩍새가 울었다. 5월 초 낮은 기온 탓이었는지 소쩍새 소리 과히 우렁차지 않았다. 벌써 번식에 들어갔을까? 날이 갈수록 소쩍새 소리 뜸하다. 번식이 시작되기 전 이들은 동료들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무래도 침입자로 간주하는 듯하다.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다니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가만히 노려보기도 한다. 야행성인 데다 움직임이 은밀해서 보기 어려운 녀석들과 대면하기 좋을 때다. 이것들이 와서 인사하지 않으니 내가 인사드리러 간다. 소리를 틀어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와 앉았다. 누구 많이 닮았는데 모르겠다. 눈싸움 한 판을 벌인다. ..
총각 황새 B93
총각 황새 B93
2021.05.16모판 가지러 가는 길 갈곡천 하구 수앙 들판을 지난다. 곰소만 깊숙이 자리한 너른 간척지인 이 곳은 철새 이동시기 많은 나그네새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나는 이 곳에서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긴부리도요, 호사도요 등의 귀한 녀석들을 만난 바 있다. 하여 이 곳을 지날 때면 귀한 녀석들 없는지 눈을 밝힌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청다리도요, 흑꼬리도요 등이 보인다. 귀한 녀석 없다. 저 멀리 황새 한 마리 보인다. 압도적인 크기와 허리 아래 검은 깃털로 백로 무리와 쉽게 구분이 된다. 예전 같으면 "와~ 황새다" 했겠으나 지금은 "음 저기 황새가 있군"이라 반응한다. 황새 많이 늘었다. 지난겨울 고창 일대에서 최대 80여 마리까지 일시에 관찰되었다 하니 늘어도 많이 늘었다. 그래도 황샌데 보고는 가야지.. ..
맨 처음 흑산 탐조
맨 처음 흑산 탐조
2021.05.15내 흑산에 처음 갔던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그 해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장흥 사는 어떤 내외와 동행했더랬다. 아마 그들 내외간은 이른 봄부터 쎄 빠지게 일 하다가 숨 좀 돌리자고 갔을 것이고, 나는 놀던 걸음 내쳐 놀아불자는 심산이었을 게다. 진보당 당원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그의 안내로 섬을 한 바퀴 돌고 밤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술 싹싹 긁어 마셨다. 이튿날 아침부터 배에 오르기 직전까지 새를 보러 싸돌아다녔다. 5월 10일이었다. 멋진 구레나룻에 과묵한 인상, 너 왔냐? 실컷 봐라 하는 듯.. 깃털 모양새가 달라 잠시 헷갈렸으나 꼬까참새 수컷의 1회 겨울 깃과 가장 흡사해 보인다. 흔한 나그네새였으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철새연구센터 박종길 박사님이 직접 안내하고 ..
검은이마직박구리
검은이마직박구리
2021.05.13이상스러울 정도로 이 녀석이 보고 싶었다. 봄철 철새 이동시기에 이따금 올라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녀석을 볼 날이 있겠다 싶었다. 그 사이 10여 년이 흐른 듯.. 그러던 녀석을 안면 트고 나니 연달아 다시 보게 된다.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북부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라 하는 이 녀석을 한반도에서 보기 쉬워진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뚜렷한 증거로 된다. 2003년 처음 관찰된 이래 2007년 가거도, 소청도 등 서해 도서 지역에서 번식이 확인되었고 이제 가거도에서는 1년 내내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륙으로까지 번식지가 확대될 전망이라 하니 이 녀석의 출현을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허나 어쩌랴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또 그렇게 적응하며 ..
흑산 탐조 2
흑산 탐조 2
2021.05.06나이가 들면서 자기 전에 세워둔 계획을 아침에 일어나 쉽게 포기해 버리곤 한다. 산에 올라 해 뜨는 것을 보겠다 다짐해놓고 그냥 잤다. 산에 가겠다는 계획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할까 고민 중에 동행키로 한 사람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하여 산으로 갔다. 그러니 흑산도에서의 산행은 순전히 그 냥반 덕이다. 마리재에서 올라 큰재 거쳐 샘골, 약 5km 능선 산행길이다. 얼마간 산을 오르니 조망이 툭툭 터진다. 눈 아래 진리 마을의 두 팽나무, 새 잡는 렌즈로 당긴다. 위쪽 가지가 붙은 연리목이라는데 실상은 붙었다 떨어졌다 비바람에 상처가 심하다고.. 좌우튼 두 나무, 자세는 참 사랑스럽다. 능선에서는 새를 보기가 어렵다. 다만 공중 높이 나는 맹금이 이따금 스쳐 지날 따름이다. 이 녀석의 정체는..
흑산 탐조 1
흑산 탐조 1
2021.05.05문득 바람이 불었다. 한동안 잔디밭에 매달려 살았으니 한 번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섬에 가고 싶었다. 외연도에 가고 싶었으나 표가 없다. 하여 흑산도, 냉큼 달려온 애벌레가 함께 한다. 목포에 내리던 비는 온 데 간 데 없고 흑산은 쾌청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밥이고 뭇이고 새부터 보러 간다. 가장 먼저 만난 녀석들은 왕눈물떼새, 주댕이가 좀 더 길었으면 좋으련만.. 좌우튼 반갑다 왕눈아~ 음.. 이것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처음 본다. 흰 눈썹이 약하긴 하나 틀림없다. 여러 개체가 풀밭을 뒤지고 있었다. 해안가 절벽에 도요 한 마리, 꺅일까? 뭔가 달라 보였다. 그냥 꺅은 아닐 것이라는.. 접근에 접근을 거듭하여 남긴 가장 근접한 사진, 도요는 풀밭으로 날아갔다. 전문가는 바늘꼬리도요로 동정해..
탐조
탐조
2021.04.30새 보러 나선 길, 섬으로 간다. 때는 4월 4일, 바야흐로 봄이었다. 비안도, 새만금 방조제 바로 옆 고군산군도에 속한 작은 섬. 가력도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빌려 타고 섬에 들었다. 벚꽃 흐드러졌더라. 한 달 요량이나 지난 사진을 왜 이제야 들추는가? 그날 이후 종적을 감췄던 메모리카드가 나타났던 것이다. 어제 일이다. 너무 일찍 길을 나섰을까? 새가 없다. 검은머리물떼새, 좀 외로워 보인다. 음.. 제비 수 없이 날아다니더라. 여기서 처음 봤던 것인지 확실치 않다. 쑥새, 가만있자 이 친구도 이동 중인 겐가? 아.. 곧 번식지로 가겠군. 이미 떠났으려나? 거의 만리길을 간다 하네. 먼 길 무탈하길.. 다시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뿐인가 했더니 여기저기 꽤 있더라. 굴 까먹는 검은머리물떼새. 서양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