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어리세줄나비
어리세줄나비
2020.06.05타박타박 임도를 걷는다. 갖가지 나비들이 혹은 날아다니거나 꽃에 앉아 꿀을 빤다. 하얀 나비, 노란 나비, 찢어진 나비, 어쩌다가 어리세줄나비.. 인기척에 놀란 나비 한 마리 날아오른다. 아직 대면하지 못했으나 책갈피에서 낯익은 녀석, 내 널 단박에 알아보겠다. 좀체로 앉지 않지만 멀리 가지 않는다. 자리를 살짝 비켜주니 비로소 내려와 앉는다. 야생의 똥, 그래 내 니 밥 위에 서 있었구나. 너는 필시 수컷이렸다. 중부 이북에 산다더니 어찌 예서 나팔거리고 다니는 게냐? 좌우튼 만나서 반가웠노라. 내륙 산지(중부 이북)를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분포하며, 서식지 및 개체수가 적어지고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연 1회 5~6월에 발생하고 애벌레로 월동한다. 계곡 주변 활엽수림에서 관찰되며, 수컷은 동물의 배설물..
외눈이지옥사촌나비
외눈이지옥사촌나비
2020.05.20외눈이지옥나비로 알았다. 이름 참 무시무시하다. 헌데 외눈이지옥사촌나비와 매우 닮았다.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외눈이지옥사촌나비가 맞다. 두 나비를 구분하는 결정적 단서는 뒷날개 아랫면 아외연부에 찍힌 흰 점이 되겠다. 맨 아랫사진이 그 증거다. 그 사진이 없었더라면 몹시 고민할뻔 했다. 지리산 이북지역 산지 관목림 숲에 국지적으로 분포, 암수 모두 조팝나무, 얇은잎고광나무 등의 꽃에서 흡밀 한다. 4월 말에서 6월에 걸쳐 연 1회 발생, 외눈이지옥나비에 비해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이 나비의 생활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봄꽃
봄꽃
2020.05.17언제까지가 봄이었을까? 모내기를 마치니 여름, 꽂아놓은 모야 이제 여름이 키우겠지. 그새 장만가? 비는 내리고.. 스쳐 지나간 지난봄 들꽃들을 구부다 본다. 그 자리에서 번성하길.. 내년에는 더 많은 봄꽃들을 보게 되길..
쇳빛부전나비
쇳빛부전나비
2020.05.17회문산 바람꽃 보러 간 날 찻길에 나와 나를 맞이한 기특한 녀석.. 내 어찌 너를 잊을소냐? 번데기로 겨울을 나고 한 해 한 번, 4월에서 5월까지.. 조팝, 꼬리조팝, 진달래, 철쭉을 먹이식물로 한다. 활엽수림 주변 관목지대에서 살며 수컷은 빈터의 풀잎 위에 앉아 점유 활동(텃세 행동)을 강하게 한다. 이른 봄 차가운 날 해를 향해 날개를 접어 수평으로 누인 다음 볕을 쬔다. 그러니 이 녀석도 볕 쬐러 나왔던 모양이다.
갯벌 나그네
갯벌 나그네
2020.05.09어제가 보름, 오늘쯤이면 물이 높아 도요새들 보기 좋겠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만조에 맞춰 갯벌에 들어간다. 갯등은 섬이 되었다. 거기 도요들이 모여 있다. 간혹 큰뒷부리가 섞인 중부리도요 무리, 여름옷을 입어 배가 까맣게 된 민물도요 무리, 소수의 꼬까도요, 노랑발도요 몇 마리, 개꿩, 갯등에서 번식 중인 쇠제비갈매기 무리, 왕눈물떼새, 종종거리고 뛰어다니는 흰물때새, 의젓한 검은머리물떼새.. 그러나 나의 관심사는 오직 좀도요 무리에 섞여 있을 넓적부리도요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다 붙잡고 물어봐도 없더라. 다들 외면하고 제 볼일만 보더라. 얘들아 넓적부리 못 봤냐~ 몰라요. 바뻐요. 건들지 마요. 도요들은 바쁘다. 다시 먼 길 떠나야 하니.. 내 분명히 봤어~ 넓적부리 나와! 안 나와~ 없네.. 내..
각시멧노랑나비
각시멧노랑나비
2020.05.03이른 봄, 숲 속은 온통 뿔나비 세상.. 낙엽과 더불어 겨울을 난 뿔나비들이 발에 걸린다. 그란디 이상한 놈 하나 아무 히마데기 없이 바람에 실려간다. 열심히 따라가 보는디 금방 앉은자리를 확인했는데도 븨들 안 헌다. 그러기를 몇 차례.. 비로소 보인다. 보호색이 장난이 아니다. 도감 첫들머리에 나오는 녀석, 각시멧노랑나비. 한 해에 한 번 6월 말에 나타나 이듬해 4월까지 활동한다 하니 이 녀석은 겨울을 나고 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셈이다. 낙엽 색에 맞춰 보호색을 띠려고 날개에 갈색 점이 생긴다 한다. 청춘 시절에는 연노랑이었던 모양이라.. 찬바람 부는 적상산, "나도 바람꽃이다" 여봐란듯이 피어 있을 줄 알았드만 너무 일렀어.. 바람꽃 대신 너를 보고 간다.
숲새
숲새
2020.05.02나른한 봄날 숲길 가다가 난 데 없는 풀벌레 소리 들리거든 유심히 귀 기울여 보시라. 겨울 뻐꾸기도 아니고 웬 가을밤 풀벌레라더냐 유심히 귀 한번 기울여 보시라. 거기 새 한 마리 있을 것이니 이마에 돋는 땀 훔치며 유심히 귀 기울여 보시라. 그 모습 쉽사리 보이지 않더라도 가던 길 멈추고 가만히 앉아 귀 한번 유심히 기울여 보시라. 숲새(Asian Stubtail) 다소 흔히 번식하는 여름 철새. 4월 초순에 도래해 번식하고 10월 하순까지 남하하는 무리를 볼 수 있다. 어두운 숲 속의 땅 위에 서식한다. 놀라면 나무 사이로 낮게 날아 가까운 거리에 앉는데, 울음 소리로 그 위치를 알 수 있다. 꼬리가 매우 짧다. 옴 윗면은 갈색이며 긴 흰 눈썹이 있고 눈선은 흑갈색이다.
들꿩
들꿩
2020.04.28바래봉 가는 길 오래된 헬기장 햇살 따스한 양지 암컷은 소스라쳐 몸을 감추고 그 자리 얼음으로 시간 벌던 녀석 슬그머니 숲 속으로 들어가 낯선 침입자를 감시한다. 추적자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신다. 일락서산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애호랑나비
애호랑나비
2020.04.23내가 나비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운곡습지에서 한국뜸부기 소리를 채록한 이후 여름내 틈만 나면 그곳에 갔다.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한국뜸부기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무더위 끝 가을이 시작될 무렵 팔랑거리는 나비들한테 사진기를 들이댔던 것이다. 나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하여 애호랑나비를 알게 되었고 봄이 오면 별렀다. 이번에야말로 너를 보고야 말리라. 봄날이 가는 건 순간이더라. 덧 없이 세월은 흐르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을 내 과연 몇 번이나 맞을 수 있단 말이더냐? 때 이른 절박함을 가슴에 품고 길을 나섰다. 무등산 중봉에 가면 너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세워 두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은 몹시 추웠다. 키 작은 관목림 속 자태를 뽐내는 진달래들도 추위..
깽깽이풀
깽깽이풀
2020.04.14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만나는 것, 오랜 바람이었다. 그란디 유독 이 녀석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는 보고야 말겠다 마음먹은 지 몇 해 만인가.. 나도 봤다. 아쉽게도 도움을 받았다. 너 참 이쁘다. 그래 너라도 보니 반갑다.. 오늘도 헛방인갑다 했다. 순간.. 거짓말처럼 너를 본다. 반갑다 깽깽이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적잖이 흥분했다. 아무리 귀한 녀석들도 자생지에서는 흔하다. 자생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구름장이 두텁다. 빛이 사라져 아쉽다. 이 놈 저 놈 구부다 보며 각을 잡아 사진기에 담는다. 안녕~ 좀 이른 듯하여 며칠 있다 다시 가보자 해놓고 가지 못했다. 봤으니 되얐다.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무탈하길..
참매
참매
2020.03.08며칠 전 만났던 흰죽지수리 생각에 저수지 아래 들판을 공연히 돌아보곤 한다. 예상대로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이동 중인 나그네였던 것이 확실하다. 해 질 무렵 잔디밭 농약 치고 홀가분해진 마음에 다시 들판을 찾았다. 길 가상 논 속에 뭔가 있다. 음 참매로군.. 새를 잡았는가? 뜯어먹느라 여념이 없다. 누가 오거나 말거나, 쳐다보거나 말거나.. 차 안에 있는 나도, 두런거리며 지나가는 할매들도 안중에 없다. 새들의 앞모습은 무척이나 무뚝뚝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심지어 사납기조차 하다. "예, 형씨.. 가던 길 가소", 짜식 한칼 하네.. 훌쩍 날아가버린 자리, 희생자는 어떤 녀석일까? 처참한 잔해만 남았다. 훌쩍 날아갔던 녀석, 저 멀리 논두렁에 다시 와서 앉았다. 너무 멀다.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다..
흰죽지수리
흰죽지수리
2020.03.05부안 갔다 돌아오는 길 동림지 아래 들판, 커다란 맹금 한 마리 자그마한 녀석한테 쫓기고 있다. 멍청한 독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끈질기게 따라붙어 되게 못살게 군다. 얼핏 까마귀로 보이는데 설마 까마귀가 이렇게 용맹스러울까 싶다. 말똥가린가 했으나 크다. 머리 쪽이 하얗다. 큰말똥? 도감을 뒤져 알아내고 싶지만 몹시 바쁘다. 이럴 때는 전문가한테 물어보는 것이 쉽다. 이런 패턴은 우리나라에 매우 드물게 온다는 말과 함께 흰죽지수리 아성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4년생 정도로 추정된다고, 5년은 커야 성조로 본다 한다. 귀한 녀석을 본 게로군.. 아마 이동 중일 게다. 너나 나나 이동 중, 이동 중에 만난 귀한 녀석.. 이런 게 조복이라는 거다. 그 날 이후 녀석은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