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솔부엉이 내외
솔부엉이 내외
2016.05.30잃어버렸던 메모리카드를 찾았다. 이것은 기적에 가깝다. 정말 샅샅이 찾아도 없기에 다른 차원 세상으로 가버린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포크레인이 밀어붙여놓은 흙이야 쓰레기야 뒤범벅되어버린 쳐진거리 밑에서.. 그것을 치우느라 삽질하는 도중 거의 찰라의 순간에 내 눈에 띄었다. 어쩌다 거기에 가 박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돌아온 메모리카드 속에 솔부엉이 한쌍이 들어 있다. 5월 8일, 내내 소리만 듣다 처음으로 녀석들을 만난 날이다.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이 필시 내외간이다. 어떤 녀석이 수컷일까? 텁석부리를 연상케 하는군, 너냐? 아니면 눈매 사나운 너? 한번 맞촤 보시라. 모를 일이다. 도감에도 솔부엉이 암수 구별법은 나와 있지 않다.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2016.05.29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1100미터 이상 고지의 관목림 초지에 서식한다. 작년 강원도 정선 두메 산골에서, 그리고 이번에 한라산 높은 산중에서 본다. 봄처녀나비, 시골처녀나비 등의 처녀나비 무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직접 접견하였다. 도감에 적힌 서식 조건에 영락없이 맞아 떨어지는 이스렁오름 정상을 점령하다시피 많은 개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모습이 수줍은 처녀와 같아 처녀나비라 이름지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활달하고 쾌활하며 호기심 많고 까칠한 처녀의 모습이다. 잠시도 한 곳에 안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옮겨다닌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도처에서 짝짓기가 시도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한참을 공을 들이는 것은 아마도 수컷일 터이다. 방금 ..
한라산 깊은 곳 이스렁오름
한라산 깊은 곳 이스렁오름
2016.05.28몇 해 전 5월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오름길에서 바라본 이스렁오름과 그 주변 경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해 두었더랬다. 언젠가는 가고 말리라.. 그리고 4년이 지나 그곳을 다녀왔다. 그것도 연중 가장 바쁜 농사철 고동목에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선거를 마친 이후 장거리 여행을 꿈꿔왔다. 본래 흑산도를 벼르고 별렀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데 왕복 6만 900원 하는 비행기 삯이 나를 결단케 했다. 흑산도보다는 제주도가 심리적으로나 물질 기술적으로 훨씬 가깝다. 오후 늦게 출발해서 아침 일찍 돌아오는 짧은 2박 3일, 다녀와서 정밀하게 다시 고증해보니 몇 해 전 내 시선을 잡아 끈 오름은 쳇망오름이었다. 쳇망오름을 이스렁오름으로, 이스렁오름을 어스렁오름으로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쳇망오름은 다시 기회를 ..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2016.05.27산길에서 앵초를 만나게 되면 눈이 크게 떠지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익히 경험해보셨을 것이다. 요정같은 녀석들, 앵초 무리를 소개한다. 좀설앵초가 아닌가 하고 나를 흥분케 했던 한라산 1100고지 습지의 설앵초.대단히 작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좀설앵초를 볼 수 있는 곳은 백두산 뿐이라 한다. 그 외 북한 지역은 들어갈 수 없겠고..좀설앵초와 설앵초의 구별은 꽃 중앙의 노란색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 있으면 설앵초, 없으면 좀설앵초. 한라산 윗세오름 주변의 설앵초, 온통 조릿대가 뒤덮고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이번에 다녀온 이스렁 오름과 어스렁 오름 사이 습지에도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방장산에서 봤던 앵초, ..
갈치조림 이야기
갈치조림 이야기
2016.05.24주룩주룩 못비가 내린다. 때아닌 무더위 땡볕에 잔디들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는데 여러모로 잘 내리는 비다. 비 소식에 잔디들 이발시켰는데 좋아라 하겠다. 잔디는 그렇다 치고 논로타리 초벌 조져놔야 하는데 가진 것이 뚜껑 없는 오픈카 뿐인지라 난감하다. 파라솔이라도 매달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며 세시간째 뭉그적거린다. 노느니 염불 하더라고 엊지녁 만들어 먹은 갈치조림 얘기를 잠시 할까 한다. 나에게는 멀리 장흥으로 시집간 절친이 하나 있다. 된장 좀 달라 했더니 된장 한되빡 가져다주면서 고사리하고 갈치 토막을 주고 갔다. "고사리 바닥에 깔고 죽순 있으면 ?&%$@# 해서 간장 붓고 꼬칫가리 어찌고 저찌고.." 뭐라뭐라 하고 갔다. 갈치를 다뤄본 적은 없고.. 인터넷을 뒤져볼까 하다 주고 간 성의를..
초간단 곤드레나물볶음
초간단 곤드레나물볶음
2016.05.23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에 불리고, 들기름 두르고 볶다, 소금 간만 했을 뿐..이것 만으로도 곤드레나물은 자신이 지닌 맛과 향을 고스란히 내주었다. 요리라는 행위 그 순간보다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따름이다. 물에 담가놓고 바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고..밥을 늘 집에서 먹는 것이 아니기에..그러다보니 또 이틀 밤을 재웠다. 물기 짜내고 적당히 칼질해서 들지름 두른 팬에 볶는다. 아차! 삶아야 하는데.. 이미 때는 늦었다. 물에 오래 불렸으니 그냥 하자고..요리에 무슨 법칙이 있나? 내 요리는 내가 한다.들지름 아까라 말자. 들들 볶다 소금 간을 했다. 끝- 간단명료한 말 그대로의 곤드레나물 볶음이다.곤드레나물 본연의 맛과 향이 구수한 들지름과 잘 어우러졌다.한번 해보시라. 정말 맛있다.
선운산 천마봉 풍경
선운산 천마봉 풍경
2016.05.21선운사를 에워싸고 있는 산군 전체를 통상 선운산이라 부른다. 선운산 안쪽 고라당 핵심부에 도솔암이 있고 마애불이 있고 천마봉이 있다. 천마봉은 그 자체가 천마의 형상이라기보다 그 언젠가 천마 한 마리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을법한 그런 봉우리다. 천마봉에 서면 굽이굽이 선운산 능선은 물론 멀리 방장산 줄기가 아스라하거나 손에 잡힐 듯 조망되고, 도솔천 기나긴 계곡을 더듬다 보면 인냇강 건너 소요산이 지척이다. 아무리 바삐 왔다손 치더라도 선운사에 왔다면 천마봉 정도는 오르고 갈 일이다. 못자리 낙종을 마치고 일손 넣어주러 달려온 딸래미하고 선운산 천마봉에 올랐다. 보름을 향해 치달리는 달이 중천에 떴다. 매사촌 울부짖는 소리를 기대했으나 기척도 없다. 며칠 전 도솔천 음습한 계곡에서 영화 찍는 것 봤다는 얘..
식량주권 유린, 국민 생명 위협, GM벼 시험재배와 상용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식량주권 유린, 국민 생명 위협, GM벼 시험재배와 상용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16.05.21[민중연합당 농민당 논평] 식량주권을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GM벼 시험재배와 상용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5월 21일,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에 즈음하여 - 오늘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 March Against Monsanto”이 전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열린다. 한국에서도 광화문과 새문안로 소재 '몬산토코리아' 일대에서 GMO반대, GM벼 상용화 반대, 몬산토 반대를 기치로 다양한 상징의식과 행진이 진행된다. 몬산토는 종자산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초국적 기업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고엽제 공급으로 성장했으며, ‘라운드업’ 제초제와 이에 내성을 지닌 GM종자 ‘라운드업레디’를 패키지로 개발 판매한 이후 현재까지 옥수수, 콩, 목화, 카놀라 등 전 세계 GMO 식품의 90%에 대한 특허권을 장..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2016.05.18제사 때 사놓은 곤드레나물이 하릴 없이 늙어간다. 먹어 치워야지.. 그래서 작심했다. 곤드레밥을 해먹겠노라.. 그런데 그 준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래 걸렸다. 곤드레나물을 물에 불린 후 삶아 알맞은 크기로 잘랐다. 여기까지 2박3일, 한 삼십분 물에 불리면 되겠지 했다가 "아 그게 아니구나" 하고 하룻 저녁 재우고.. 그러고는 곤드레밥을 까맣게 잊었다가 그 이틑날에야 물에 담긴 곤드레나물을 발견하고 "아 곤드레밥.." ㅎㅎ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다. 좌우튼 오랜 기간 물에 불렸으니 삶는 시간은 좀 짧게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맞지 않아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루를 더 재웠다. 곤드레나물을 꺼내 볶는다. 들기름 아까라 말고 볶다가 음식 싱거운 건 참지 못하는 성미대로 소금..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2016.05.17어릴 적 나는 약골이었다.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사이면 여지없이 독감을 앓아야 했고 배앓이도 자주 했으며, 하도 넘어지기를 잘해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어쩌다 오늘날과 같이 상당한 건강 체질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 옛날 심하게 앓고 나 기력이 없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것이 있었으니 부추 계란탕이다. 원기를 북돋는데 좋은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부추를 솔이라 한다. 텃밭 한켠 은행나무 아래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관리하던 두세 평쯤 되는 솔밭이 있었다. 그야말로 솔잎처럼 가는 조선 솔이었는데 우리 식구는 물론 동네 아짐들까지 다 나눠먹기에도 충분해서 바구니 들고 와서 잘라가곤 했다. 어머니는 솔밭에 늘 재를 뿌려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
검은등뻐꾸기
검은등뻐꾸기
2016.05.14새벽녘 다소 야한 꿈을 꾸다 잠에서 벗어났다. 검은등뻐꾸기 소리 온 동네에 낭자하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야한 꿈을 꾼 이유가 있었군..이동시기에만 스쳐 지나가는 녀석들인데 오늘은 우리 동네 앞낭깥 뒷낭깥을 휘젓고 다니며 울부짖는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자식들이 남사스럽게.. 동네 복판 상공에서 사진기에 잡혔다. 빨리 날지 못하면서 날개짓은 초랭이 방정이다. 집 뒤 소나무에 와서 앉은 녀석. 얼마전 보았던 벙어리뻐꾸기와 구분하기 어렵다. 올해는 매사촌을 볼 수 있을까?매사촌만 남았는데..내일 못자리 해놓고 잠시 만나러 가야겠다.
솔부엉이의 노래
솔부엉이의 노래
2016.05.14앞낭깥에서 솔부엉이가 노래를 한다. 벌건 내낮에..잠시 일손을 접고 녀석들을 보러 간다. 계속 노래를 하니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녀석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서로 소리를 주고 받는다. 아무래도 암수가 쌍으로 이러는 것이리라. 반드시 소나무 가지에만 앉는다. 그래서 솔부엉인가? 소나무에만 앉으니 배경이 늘 아쉽다. 다른 나무에 앉은 사진도 많이 있던데.. 귀깃이 없는 매끈한 올빽 머리로 나를 노려본다. 녀석들은 항시 나를 감시하고 있다. 매년 오는 녀석들, 아마도 이 근방에 둥지가 있을 듯 한데 한번도 어린 새를 보지 못했다. 윙크하는겨? 협박하는건가? 알 수가 없다. 솔부엉이 노래소리 한번 들어보시라. 자식 나는 안중에도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