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선운산 경수봉
선운산 경수봉
2016.01.26밤 늦게까지 쏟아지던 눈이 그치고 아침해가 쨍 하고 솟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짚시랑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하고 햇살을 머금어 무거워진 눈이 비닐 하우스를 묵직하게 쓸어 내리며 눈보라를 일으킨다. 공음, 무장 쪽 비닐 하우스들이 꽤나 찌그러졌다는 소식이 들린다.눈은 정읍이 더 왔다는데 왜 그짝 하우스들이 무너지는지 모를 노릇이다. 이래저래 농민들 시름은 가실 날이 없다. 그나 눈 왔는데 뭐 하나? 산이나 가야지..길바닥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바퀴에 채워놓은 체인은 아직 풀지 않아도 되겠다. 부안면 사는 선홍이를 싣고 선운사로 간다. 아직 그 누구도 가지 않았을 경수봉을 오른다. 경수봉은 선운사를 휘감아 도는 산군들 중 최고봉으로 인냇강 너머 소요산과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산세도 밋밋하고 오르는데 ..
눈 내리는 내소사
눈 내리는 내소사
2016.01.24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다. 바람이 세차게 치더니 마루에까지 눈이 올라왔다. 이 정도면 폭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염없이 퍼붓고 있다. 참 많이도 온다. 눈이 내리면 한없이 싸돌아다니고 싶어지는 사람인지라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적재함 뒷쪽에 묵직한 호안블럭 대여섯개 얹고 체인을 걸었다. 이정도 채비면 어지간한 눈길은 까딱없이 헤쳐나갈 수 있다. 자만해서는 안되겠지만 고창 사람들은 눈길 운전에 꽤나 익숙하다. 눈길을 달려 부안으로 갔다. 폭설에 잠긴 주차장에서 차를 뽑아내느라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날 할라 춘디.. 위 모씨 내외와 내소사로..눈 내리는 내소사는 가히 선경이었다. 설경을 넘어선 선경. 전나무 숲길 지나 벚나무 가로수 그리고 사천왕문에 이른다. 벚나무에 쌓인 눈이 가히 환상적이다. 말 그대..
전농 대의원대회와 총선방침의 의미
전농 대의원대회와 총선방침의 의미
2016.01.221월 21일 전농 16기 1차년도 대의원대회가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렸다. 전농은 대의원대회에 앞서 충남 경찰청 앞에서 백남기 농민 살인폭력진압 규탄 및 살수차를 가동한 충남경찰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우원대회에서는 16기를 이끌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신년 계획을 세웠는데 총선 방침은 별도의 안건으로 처리했다. 지난해 총궐기투쟁 이후 민주노총과 함께 선거연합정당 건설 논의를 주도해온 전농은 조직 내의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반새누리당 전선과 진보정치 토대 마련, 새누리당 심판, 농민(전농) 국회의원 진출을 목표로 진보정당, 총선 공동대응기구, 야권단일화 활동에 함께 하기로 하고 후보전술 등 구체적 총선방침은 차기 중앙위원회로 위임한다"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설] 전농 총선..
풍년 고드름
풍년 고드름
2016.01.22어릴적 어머니는 길게 자란 고드름은 따지 못하게 했다. "고드름이 질게 달려야 풍년 든다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눈도 올만큼 오고 어지간히 강치도 하고 그래야 내년 농사(아직은 설 전이니 농사는 내년 일이다)가 잘 된다는 것을 길게 자란 고드름에 빗대 말씀하신게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처마 끝에 달린 젤로 길게 자란 고드름을 따다 니께 크네 내께 크네 재기도 하고 칼쌈도 하고 놀았다. 입에 넣기 좋게 자란 고드름은 우두둑 우두둑 깨물어먹기도 하고..첫눈은 만병통치약이라 집어먹고 고드름은 깨먹고 그랬다. 문 맛이 있었을까 싶은데 그때는 맛나게 묵었다. 올해는 고드름도 못보고 넘어가나 했더니 요 며칠새 고드름이 제법 길게 자랐다. 그런데 말이다.풍년 들면 뭐 할건데.. 어쩔건데..풍년을 구가하지 못하..
눈 덮인 하얀 방장산을 가로질러 온천탕으로..
눈 덮인 하얀 방장산을 가로질러 온천탕으로..
2016.01.21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겨울은 추워야 맛이라는 말이 쉽지 않다. 하지만 봄같은 겨울을 나면서 가슴 한구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농민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늦추위가 몰아닥쳤다. 늙발에 뭇 앵긴다더니 다소 맵다. 내린 눈에 한파가 겹쳐 보기 드물게 도로가 얼어붙었다. 길 얼어붙어 다른 일 하기 어렵다 핑계대고 하얗게 손짓하는 방장산으로 차를 몰아간다. 방장산은 그야말로 하얀 세상이다.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밟지 않은 새 눈을 밟는 느낌이 남다르다.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용추폭포에서 출발해서 상봉으로 통하는 직등길을 톺아오른다. 고도를 올릴수록 눈은 깊어지고, 산길은 가파르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방장산 능선은 장쾌하다. 장쾌한만큼 조망이 좋다. 날이 좋으면 멀리는 지..
꼭 읽어야 할 책, '나라 없는 나라'.
꼭 읽어야 할 책, '나라 없는 나라'.
2016.01.15나라가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나라 없는 나라'.. 제목 치고는 참 거시기하다. 제목이 왜 이럴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120여년 전, 소용돌이치던 조선 말기의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다. 조선 말기 부패한 조정과 탐관오리들의 가혹한 수탈과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외세의 침탈에 맞선 농민들의 저항은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으로 폭발한다. 혁명 초기 파죽지세로 전주성을 점령한 농민군의 위세에 놀란 봉건 통치배들은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기에 이르는데..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자기나라 백성을 압살하려 한 정신 나간 사대매국 행위는 조선을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몰아간다. 청나라의 파병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일본에게 조선 진출의 빌미를 제공하고, 일본은 이때다 하고 청나라보다도 앞서 제물포에 군대를 상륙시..
고부 두승산
고부 두승산
2016.01.14호남 서해안, 그중에서도 고창과 정읍 접경에 집중적으로 눈이 내렸다. 정읍 가는 길, 두승산이 눈길을 잡아끌며 이리 오라 손짓한다. 두승산은 길을 나서는 나를 가장 멀리까지 바래 주고, 돌아오는 길 가장 먼저 달려 나와 반기는 그런 산이다. 돌아오기 어려운 길을 나선 농민 혁명군들에게도 그리 했을 것이다. 오전 내내 눈발이 오락가락하다 해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푹한 날씨 탓에 봄눈 녹 듯 눈이 스러지는 가운데 두승산이 홀로 아련하게 빛난다. 정읍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두승산으로 달려간다. 시간이 많지 않다. 눈이 제법 왔다. 정갱이까지 푹푹 빠진다. 묘하게 산을 오를수록 눈이 적어진다. 나는 아무래도 돌탑 쌓는 마음을 알아낼 길이 없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다. 엉성한 돌탑들이지만 경건하면서 정갈한..
타는 저녁놀, 가창오리 날다.
타는 저녁놀, 가창오리 날다.
2016.01.12지난 6일 사라진 듯했던 가창오리들은 더 큰 무리가 되어 하루 만에 돌아왔다. 이래저래 바쁜 나날들의 연속이다. 통 가볼 짬이 나질 않는다. 석양이 좋겠기에 집에 와 있는 아들놈을 시켜 사진을 찍어오라 했다. 그런데 행장을 차리고 집을 나서는 찰나 한 무리 가창오리 떼가 지붕을 스치고 정읍 방면으로 날아간다. 이렇게 일찍 날다니.. 방향도 제대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갈걸 그랬다. 사진을 찍어본 녀석이 아닌데 기대 절반, 걱정 절반.. 그런데.. 나보다 잘 찍었다. 내가 갔으면 어땠을까? 복권 한 장 사줘얄랑갑다.
한건에 5천만원, 농식품부와 언론사의 이상한 직거래
한건에 5천만원, 농식품부와 언론사의 이상한 직거래
2016.01.10박근혜 정부 부처와 언론사간에 기사를 사고팔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연말의 일인데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질 않으니 이제사 알아차렸다.이들의 거래관계에서 정부 부처는 갑이었고 언론사는 을이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사 실어주고 돈을 받은 것이고, 정부는 돈을 주고 정부 정책을 찬양하는 기사를 언론에 노출시켜온 것이다. 이 부당한 거래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것은 농식품부다. 도찐개찐이겠지만 농식품부 장관 이동필이 특별히 박근혜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박근혜와 마지막까지 함께 갈 것이라는 전망의 이면에는 이런 비결이 있었던 셈이다. .미디어스 : 기사 한 건에 5천만원? 언론인가 장사꾼인가국방부를 비롯해 외교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중소기업청, 통계청,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소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저수지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2016.01.09동네 앞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물 속에는 물고기가 살 것이고, 수면에서는 새들이 노닌다. 물 가에는 사람들이 살고 개들도 산다. 코도배기에 사는 진돌이 다섯마리와 새침한 진순이 한마리..녀석들은 아마도 생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코도배기가 섬처럼 떠 있다. 코빡처럼 튀어나와서 코도배기다. 뒷산은 방장산 누가 됐건 사람이 나타나면 이렇게 우루루 몰려들어 바짓가랭이를 물어뜯고 흙을 발라댄다. 왜요? 강아지 첨 봐요? 틈만 나면 붕가붕가 연습..누가 가르쳐줘서 되는게 아닌 모양이다. 실은 나름 서열을 정하는 행동이라.. 녹색 목걸이를 한 새침한 진순이저 녀석을 데려오기로 주인과 약조가 되었는데 당췌 곁을 주지 않는다. 때론 분위기도 잡을 줄 아는.. 뭐냐 너는?
가창오리 취중군무
가창오리 취중군무
2016.01.06가창오리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싶더니 오늘 아침에는 종적이 없다.어제 저녁 우리집 지붕을 넘어 정읍 방면으로 날아가는 녀석들을 봤는데 새벽녘 돌아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먹이가 부족했을까? 아마도 며칠간은 저수지 오리보다 저수지 가상에 오리구경 온 사람들 숫자가 더 많겠다. 새해 첫날 담아놓은 가창오리 사진을 이제사 떠들어본다. 산에서 내려와 마신 술에 꽤나 취해 있었다. 취한 건 가창오리가 아니고 나였지만 어찌됐건 취중군무.이날 녀서들은 특이하게도 코도배기 주변을 배회하며 꽤 긴 군무를 펼쳤다.황혼도 좋았기에 코도배기에 있던 사람들 땡 잡은 날이다. 어디론가 대거 이동한 녀석들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지..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선운산 낙조대에서..
선운산 낙조대에서..
2016.01.05겨울이면 눈이 펑펑 내려 수북이 쌓이고 세상이 온통 꽁꽁 얼어붙기도 해야 제격인데.. 자연의 순환에 기댄 소박한 소망마저 겉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세상살이.. 거리에서, 하늘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참으로 고단하고 치욕스러운 세월이다. 새해 대둔산 해맞이 산행 이후 팔다리에 뻗치는 기운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 쑤시는 좀을 참다못해 선운산 낙조대를 찾았다. 천마봉 오르는 길 계곡 으슥한 곳에서 밤톨만 한 굴뚝새 한 마리 발길을 붙잡는다. 가는 겨울과 오는 봄 사이 주로 출몰하는 녀석인데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몹시 촐랑거리며 부산을 떤다. 반나마 오르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숨을 고른다. 마애 미륵불과 도솔암 내원궁이 내려다보인다. 도솔암 내원궁에는 보물급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어 지장보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