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잔디밭에 나타난 두더지
잔디밭에 나타난 두더지
2016.07.03두더쥐가 아니라 두더지, 우리 동네에서는 뒤지기라 한다. 다만 색깔과 몸집이 유사할 뿐 두더지는 쥐가 아니다. 자세히 보니 생김새도 쥐와 영판 다르다. 튼튼한 앞발과 날카롭게 발달한 발톱, 다소 길쭉한 코는 개미핥기를 닮았다. 꼬리는 길 필요가 전혀 없는지 짧고 뭉툭하다. 흙을 뒤집어가며 땅 속을 기어 다니기 좋게 진화한 결과겠다. 눈구녁이 박혀 있는 자리는 있으나 눈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시력은 전혀 없다 한다. 이런 녀석이 잔디밭에 나타났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단단하게 얽혀 있는 잔디 뿌리를 어쩌지 못한다. 잔디밭에는 아무런 피해를 줄 일이 없어 보인다. 예전 철쭉 삽목상에 난입하여 상당한 피해를 입힌 적이 있는데 이때를 제외하고 나는 이 녀석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하도 오랜..
어느날 저녁노을
어느날 저녁노을
2016.07.01어느날 석양 무렵 차창에 비친 노을에 홀려 차를 세웠다. 옥제 앞 저수지 가상..오전 소나기 내리고 석양 무렵 비가 올듯 말듯 하더니 이렇듯 이쁜 노을 보여주려 그랬나 보다. 노을 사진 잘 안찍어지는 아이폰 사진기지만 아무대나 대고 누르기만 해도 그림이 된다. 한참을 바라보다 어두워져서야 다시 제 갈길을 간다. 술 마시러 가는 길에 만난 술맛 돋는 노을..
새끼를 거느린 호사도요
새끼를 거느린 호사도요
2016.06.28이른 아침 호사도요가 살고 있는 논으로 간다. 이른 아침에 오길 잘했다. 녀석들은 사람 다니는 길 쪽으로 많이 접근해 있다. 이번에는 단박에 찾았다. 그간 익숙해졌는지 어미도 과히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 불과 1미터 정도를 후진했을 따름이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새끼들을 길게 자주 품는다. 이렇게 새끼를 품은 채로 서서 밤을 새우나? 논둑에 올라가지는 않을 터이고 그렇다고 따로 둥지도 없고.. 번식에 성공한 녀석들은 이 녀석들뿐일까? 암컷은 어디에 있을까? 새끼를 돌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부근에 있을 터인데..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좌우튼 고생이 많다, 호사도요. 호사도요는 암컷의 세력권 안에 여러 마리 수컷이 함께 서식하는 일처다부제 습성을 지니고 있다. 호사도요 암컷은 오로지 알을 낳아주는 것으로 ..
호사도요
호사도요
2016.06.26한창 모가 자라고 있는 논으로 들어간 호사도요는 어찌 살고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고 망원경 챙기고 렌즈 초점거리 연장해주는 컨버터 장착하고 논을 찾는다. 녀석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포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다. 한숨만 늘어가는 농민들과 달리 녀석들은 태평세월을 맞았다. 어미는 연산 논바닥을 더듬어 먹을 것을 새끼에게 전해준다. 어미가 논바닥을 더듬는 동작은 주걱같은 부리로 물 속을 휘젓는 저어새의 부리질과 흡사하다. 구름이 끼고 날이 좀 쌀랑하다 싶으면 어미는 새끼들을 정기적으로 품에 넣어 체온을 관리한다. 비 오는 동안에는 어디 은신처에서 쉬는 것인지 한참을 더듬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새끼들은 이제 날쎈돌이가 되었다. 모가 커 갈수록 관찰이 어려워진다. 망원경..
부산 덕천 냉칼국수
부산 덕천 냉칼국수
2016.06.24살다 냉칼국수는 첨 먹어봤다. 농활에서 맺어진 오래된 인연이 있어 멀리 부산 덕천에 있는 치과를 다녔다. 치과 옆 너댓 개 되는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밥을 먹을라 치면 늘 줄이 있는 집이 하나 있어 저 집은 뭘 파는 집인가 했더랬다. 한산한 골목 안 늘 줄이 있던 집,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줄이 없다. 이제야 제대로 간판을 본다. 홍천 칼국수, 음.. 칼국수 집이란 말이지.. '여름 별미 냉칼국수 개시!', 아 이거 좋은데.. 나는 이런 거에 심쿵한다. 총각 일지 유부남 일지 알쏭달쏭한 주방장, 밀가루 반죽 다루는 칼질이 가히 예술이다. 오래지 않아 한 그럭 빡빡한 냉칼이 나왔다. 국물이 남실남실.. 나는 밀가리 것을 징하게 좋아한다. 어지간하면 맛있게 먹지만 그렇다고 다 맛있어서 그리 먹..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2016.06.23호사도요가 나타났다. 5년만에 다시 본다. 언젠가 소성 사는 농민회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놈 보시거든 신고하라 했더랬다. 대뜸 우리 논에서 봄마다 본다 말하기에 믿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대답하기에 아마도 꺅도요랄지 하는 녀석을 잘못 본 것일거라 생각했다. 애써 물어봐놓고 믿지 않은건 무슨 심보였던지 모를 일이다. 상대를 앝잡아 본거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몇년 전 일이다. 그런데 전화기로 사진이 날아왔다. 논에서 로타리 치는데 이 녀석들이 논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도요다. 잘못 본게 아니었군..녀석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논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차 트렉터 작업으로 은신처가 사라지자 이처럼 새끼를 달고 논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기로 박은 것이니..
농협, 뿌리부터 개혁하라!
농협, 뿌리부터 개혁하라!
2016.06.222011년 3월.. 그로부터 5년 후 정부는 농협중앙회의 지주회사로의 탈바꿈을 마무리하겠다는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의 의도와 저의는 무엇이며 농협개혁을 위한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민중연합당 농민당 논평이 답한다. 농협, 뿌리부터 개혁하라! 정부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부쳐 농식품부는 지난 5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정부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2017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완료(2017년 2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농협 운영의 미비점을 법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는 핑계에 불과할 뿐 실제 목적은 다른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입법예고안은 농협을 관치농협, 돈벌이농협으로 완벽하게..
김치된장찌개
김치된장찌개
2016.06.21된장찌개에 묵은지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게 궁합이 맞나? 꽤 오래된 의문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것이 될 것 같아 시도해보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된 날, 잔디밭 맨다고 호미 들고 덤성거리다 비에 살짝 젖은 몸으로 집에 들어오니 만사가 귀찮다. 밥은 먹어야 되겠고.. 이럴 때는 된장찌개가 제격이다.된장찌개는 아무렇게나 끓여도 항상 맛있다. 어찌하면 된장찌개를 맛없게 끓일 수 있는지 그 또한 재주라고 생각하며 산다. 여느때처럼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보새기가 눈에 들어온다. 또 냉장고에 넣는 걸 잊어버렸군..저 보새기 속 묵은지는 이래저래 찬밥 덩어리만도 못한 신세로 풍미를 잃어가고 있다. 애라 모르겄다. 반보새기나마 되는 묵은지를 그대로 끓고 있는 된장찌개에 투여했다. 아...
5월 갯벌, 도요물떼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2016.06.19지난 5월 6일, 음력 그믐날이니 물이 높은 날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리 물때에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 갯등이 있으니 이 곳은 각종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이자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 등의 번식처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혹 여름깃으로 갈아입은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의 갯등을 찾았다. 드넓은 갯벌이 물에 잠기고 갯등이 섬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점점이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물떼새들이 갯등으로 모여든다. 밀물이 최고조에 달하자 갯등은 기다란 섬이 되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꽤 많은 녀석들이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배에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여름깃으로 갈아입었다. 이 녀석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하고 나면 갯등은 몹시 한산해지게 될 것이다. 소수의 세가락도요 무리, 개중에 ..
모내기 전투를 마치고..
모내기 전투를 마치고..
2016.06.07북에서는 모내기를 그냥 모내기라 안하고 모내기 전투라 하는 모양이더라. 다른 건 몰라도 모내기에 전투를 붙여 부르는 것은 십분 공감이 간다. 일도 일이거니와 무엇보다 우리민족 전래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첫번째 공정이 아니던가? 제아무리 우리쌀이 천대받고 수입밥쌀이 주인행세를 한다 해도 쌀농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농업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무엇이 질기고 누가 살아남는지 두고 볼 일이다. 침종, 5월 13일 쌀농사 경력 26년차, 26번째 씨나락을 담근다. 종자 발아기에 담궈 약 48시간이면 침종 과정이 완료된다. 과거 1주일에서 열흘까지 물 갈아가면서 담그던 때에 비하면 많이 간편해졌다. 반면 각종 병해가 늘어나 못자리를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종자 소독에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최근에는 ..
중고딩 딱새
중고딩 딱새
2016.06.07둥지를 차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을 본 것이 엊그젠데 그 사이 제법 컸다. 좀 더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먹이도 직접 챙겨 먹는지 더 이상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도 안 보이고 먹이를 보채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아직 단독생활보다는 형제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다니거나 어린 딱새들을 근심스레 지켜보는 어미새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유아기를 벗어나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사람으로 치면 까칠한 중고딩쯤 되겠다. 전깃줄에 앉아 새끼들을 지켜보는 애비 딱새 쳇! 나도 이제 혼자 살 수 있다고.. 자 보라구! 이렇게 잘 나는데.. 이얍! 지붕 꼭대기에도 혼자 올라가고.. 까짓 세상 뭐가 무섭다고.. 근데 아자씬 뭘 보나? 딱새 첨 보나?
집 주변의 새들
집 주변의 새들
2016.06.02집 뒤 작은 낭깥, 솔밭이 있다. 몇 차례 태풍으로 많이 망가지고 사람 손이 가지 않아 대밭이 되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소나무가 주인이다. 그리고 솔밭 가상 쭉나무(참죽나무) 몇 그루 집을 옹위하듯 푸르르고.. 많은 텃새와 철새들이 이 작은 숲에서 은밀하게 혹은 보란 듯이 살아가고 있다. 물까치, 개체 수가 많다. 조폭이라 이름난 까치도 당해내지 못하는 집단적 힘을 과시하는 녀석, 개사료도 다 퍼먹어버리는.. 한창 새끼들을 달고 다니더니 다 컸는지 좀 조용해졌다. 파랑새는 여름 철새다. 도착하자마자 창공을 휘저으며 주인 행세를 하더니 요즘은 기척이 없다. 아마도 포란 중인 듯.. 육추가 끝나면 불어난 새끼들까지 해서 이 녀석들로 다시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장서방 어딜 가시나.. 일상에서 꿩을 자주 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