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잦다.
봄비가 잦으면 풍년이 든다 하나 제때에 일을 굴리지 못하는 농민들은 애가 탄다.
허나 어쩔 것인가 내리는 비 손바닥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만만한게 술타작이라 술을 먹다 먹다 지쳐 비가 꺼끔한 틈을 타 산으로 간다.
연록색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산길이 청량하기 그지없다.
녹음이 우거지기 전에 볼일을 다 봐야 하는 숲 바닥의 야생화들은 이미 지고 없거나 끝물이다.
이 골짝에 특별히 많은 족도리풀만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흉악한 사람의 손을 타 사라질뻔 했던 황록선운족도리풀이 보인다.
누군가 보고 간 흔적은 있지만 손을 타지는 않았다.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자생지가 겨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걸 캐다 뭐할건가? 그 양반 잘 살고 있나 모르겠다.
그냥 족도리풀
각시붓꽃, 쳐지고 상처입은 꽃잎이 애처롭다.
금붓꽃, 야도 끝물이다.
돌배나무는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아직 잎을 펴지 못한 우산나물
고비
사다리고사리
진달래, 꽃 떨어지고 이파리 나오고..
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