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공심채볶음
공심채볶음
2024.01.03다들 그러더라, 베트남에서 먹어본 공심채 맛에 반했노라고.. 나도 그랬다, 깜짝 놀랐더랬다. 어라 이게 뭐지? 그것은 공심채였던 것이다. 돌아와 공심채를 찾았다, 온라인 매장(지리산 살래농장)에 있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간도 맞추고, 양도 맞추고, 맛도 근접하게 되었으니 여기 기록해 둔다. 우선 양이 중요한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 주먹 듬뿍 움켜취고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 물기를 뺀다. 팬을 달궈 다지거나 으깬 마늘 넣고 살살 궁글리다 올리브유 아까라 말고 두어 숟갈, 월남고추 대여섯 개, 굴 소스, 치킨 스톡으로 간을 맞춘다. 이제 공심채를 넣고 대략 3등분 해서 줄기부터 잎파리 순으로 볶는다. 처음에는 팬이 수북하여 너무 많나 싶지만 숨이 죽으면서 극적으로 졸아든다. 뒤집어가며 잘 볶아주는 가운..
믿고 먹는 마라탕
믿고 먹는 마라탕
2023.11.07나는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약 없이.. 혈당 신경쓰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마라탕, 식후 혈당이 거의 전혀 오르지 않는다. 때론 오히려 내려가더라. 이것은 내 경험이다. 마라탕은 집에서 해먹는 거나 식당에서 사먹는 거나 다를 게 없더라. 집에서 내 입맛대로 해먹는 게 더 좋더라. 팽이, 목이, 느타리 등 각종 버섯 넣고 팔팔 끓이다가 두부 반 모와 만두 서너 개, 마라소스와 약간의 간(간장 그짓갈로 살짝).숙주나물, 배추, 쑥갓, 청경채.. 채소 듬뿍 넣고..청양고추 두 개, 마라소스 추가. 끝.
묵은지닭가슴살볶음
묵은지닭가슴살볶음
2023.11.07오래된 김치 냉장고 속에서 잊혀진 채 늙어가던 묵은지, 3년인지 4년인지.. 넘겨지지 않는 배랑빡 달력마냥 마냥 늙어가다 갑작스레 세상구경, 말강물에 흔들흔들 때깔 곱게 목욕재계하고 생면부지 닭가슴살과 상봉하다. 들지름 치고 청양고추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끝. 5분 완성, 맛나다.
한우사골 마라탕
한우사골 마라탕
2023.10.15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입맛도 그렇다. 토마토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으나 더 이상 손이 안 간다. 그 입맛, 마라탕으로 옮겨왔다. 마라탕 좋아하는 아들놈 따라 고창읍내까지 나가길 몇 차례, 맵고 얼얼한 맛에 중독되었다. 생각과 달리 혈당이 오르지 않으니 더욱 좋다. 여러 번 측정해도 역시 오르지 않더라. 포만감 좋고.. 집에서 해 먹지 못할 이유가 없겠다. 마침 한우 사골국물 선물 받은 날, 각종 야채와 마라탕 소스를 샀다. 그리고 끓였다. 사실 그냥 맹물로 해도 별 탈 없더라. 이왕이면 다홍치마 정도.. 사골국물 끓이고 고기 대신 두부, 어묵, 만두, 작고 야무진 베트남 고추를 먼저 넣었다. 마라 소스 적당량 풀어넣으니 대번에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각종 버섯(목이, 양송이, 표고) 넣고, 각종 야채..
초간단 고품격 멸치 안주
초간단 고품격 멸치 안주
2023.07.21무더운 여름 땀 흘려 일하다 잠시 땀을 식히며 먹는 깡맥주 맛을 어디에 비길 것인가? 숨을 헐떡이며 에어컨을 잠시 가동한다. 땀에 젖은 몸에 이내 냉기가 스며들지만 뱃속까지 식히기에는 역부족, 바로 이때 속을 식힐 깡맥주가 필요한 것이다. 맥주도 오래될수록 맛이 깊어지는가? 유통기한 지났다 히피 볼 일 아니다. 간단한 안주가 필요하다. 오래 걸려서도, 복잡해서도 안 된다. 생멸치 그냥 씹자니 좀 거시기하고, 하여.. 동남아 냄새나는 바질, 파슬리 살살 뿌려가며 멸치를 볶다가 치즈를 뿌렸다. 그런데 아니 글쎄 치즈가 삽시간에 녹아 사라지면서 멸치와 어우러지더란 말이지(내 치즈는 다뤄본 적이 없다). 따로 놀던 바질, 파슬리도 한 덩어리가 되어 고소한 냄새에 때깔까지.. 하~ 이것 봐라?! 겁나 맛있다. 짭..
토달과 당뇨
토달과 당뇨
2023.06.04지난해 8월 갈빗대 부러져 난생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난데없이 내과의 부름을 받았다. 혈당이 높아 당화혈색소 수치를 살펴보니 7.8, 이 정도면 꽤 진행된 당뇨병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부터 당뇨인이 되었다. 하루 두 차례 당뇨약이 지급되고 안 먹던 아침밥도 먹어야 된다 강요받았다. 그것도 당뇨식으로.. 한 이틀 약을 받아먹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 약 받아먹고 아침밥 먹으면 해결될 문제란 말인가? 아니다 싶었고, 하여 약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노라 결심했다. 일단은 아픈 갈빗대 부여잡고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병원살이 할 일도 없어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늘 걸어 다녔다. 의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그래도 약은 먹어야 된다고, 대신 하루 한 번이라도 먹으라 했다. 나는 그..
잡솨보셨소? 새끼회라고..
잡솨보셨소? 새끼회라고..
2023.01.23여기서 새끼는 아기돼지를 말한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어미돼지 태중에 든 새끼가 되겠다. 본래는 그랬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다. 요즘은 생후 한 달이 안 된 갓 태어난 녀석들이 희생된다고도 하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돼지의 운명인 게지, 슬퍼 말어라 아기돼지야. 일찍 죽어 빨리 환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매우 느린 만연체 소설 '화산도'를 읽으면서, 참으로 술 좋아하고 한 잔을 먹어도 맛나게 먹는 주인공 이방근과 함께 많이 마셨더랬다. 그이가 마시면 나도 마시고 그이가 취하면 나도 몽롱해지는 하나 됨의 경지를 맛보았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머릿속 깊이 각인된 술자리가 있었으니 '새끼회' 로 속 푸는 장면이 그렇다. 어떤 맛일까? 궁금..
석이버섯
석이버섯
2022.10.19가을이면 능이 딴다고 온 산을 뒤지고 다니는 친구가 손질이 까다롭다는데 해먹을 수 있겠는가 물으면서 석이를 건넨다. 걱정되면 손질해서 줄 일이지.. 많다. 한 주먹 집어내 그릇에 담고 손질법을 검색한다. 음식 다루는 데는 '만 개의 레시피'가 가장 도움이 된다. 나 같은 호래비한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 따뜻한, 혹은 뜨거운 물에 10 여 분 불려 비벼 씻기를 세 차례 반복, 비로소 까실까실하던 석이가 부들부들해졌다. 물에 불린 석이는 양 손바닥으로 박박 비벼도 부스러지지 않고 잘 견딘다. 빨래하듯 박박 비볐다. 딱딱한 배꼽을 떼어내야 한다는데 그다지 제거할 것이 없다. 이제 조리법을 찾아보는데 역시 만 개의 레시피, 오늘은 볶음을 선택했다. 프라이팬에 들기름 두르고 살살 뒤적거리며 볶다 소금으로 간 맞..
가지너물무침
가지너물무침
2022.10.09가지를 부쳐준다더니 진짜로 보냈다. 어찌 알아낸 주소인지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사흘 밤을 자고서야 내 손에 들어왔다. 제법 묵근해서 이걸 언제 다 먹지 했는데 가지 말고도 책 두 권, 풋고추, 애호박까지.. 이건 종합 선물 꾸러미, 복 받을지어다. 가지를 이리 가차이에서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두어 개 날로 삼켜버리고 옛 기억 더듬어 가지너물을 무쳐본다는디.. 적당한 크기로 잘라 찜솥에 넣고 10여 분 짐이 폭폭 들게 쪄 식어라 하고 둔다. 손으로 쪽쪽 찢어 물켜지지 않게 물기를 살째기 짠다. 찬지름 아까라 말고 담뿍 치고 조선간장, 마늘, 고춧가루, 청양고추,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뒀다 먹을 놈 따로 담아두고.. 한 상 차려 맛나게 먹는다. 세상 간편하고 맛난 가지너물무침이다. 저녁은 애..
애기무시 얼지
애기무시 얼지
2022.09.29애기무시 한 보따리가 내게로 왔다. 영태가 돈 좀 만져볼 요량으로 숨었단디, 좌우튼.. 애기무시는 '어린 무', 아삭한 것이 생으로 막 집어먹어도 맛나다. 쌈으로 혹은 고추장 넣고 쓱쓱 밥 비벼먹어도 되겄고.. 그래도 끕이 있제, 홀애비 3년에 얼지 정도는 버물러야제~ 암만! 애기무시 한 주먹 물에 헹궈 다진 마늘, 조선간장, 고춧가루, 깨소금, 대파, 참기름.. 그냥 먹기는 맛이 째까 거시기한 비트 한 조각 썰어 넣고, 오미자청 적당량. 각각의 양념이야 입맛대로 양을 조절하면 되겠는데 홀애비 3년에 손맛은 언감생심, 손에 묻어날 양념조차 아까 젓가락으로 뙤작뙤작.. 이쁘게 접시에 담아 한 상 뒀다 먹을까 했으나 마저 다 묵어부렀네. 얼지는 얼른 묵어부러야제~ 암만! 거 참 맛나네. 어리다고 히피 보지 말자
콩나물국
콩나물국
2021.12.01나는 콩나물국을 좋아한다. 하여 이따금 콩나물을 사곤 한다. 허나 집에서 밥 먹는 일이 가물에 콩 나듯 하니 자칫 버리기 일쑤, 콩나물 사 둔 지 또다시 일주일. 콩나물국을 끓인다, 늦은 밤이었다. 콩나물 한 움큼, 소금 간 적당히, 뚜껑 닫고 팔팔.. 이때다 싶을 즈음 다진 마늘 적당량, 청양고추 서너 개, 부족한 간은 새우젓으로.. 시원하고 칼칼한 콩나물국, 이건 뭐 식은 죽 먹기다. 단지 콩나물국이 끓었을 뿐인데 술 생각이 잇따른다. 이럴 양이면 황태를 좀 넣을 걸.. 눈치 볼 사람, 망설일 이유 없다. 콩나물국 한 보새기, 술 한 잔 딱 한 잔. 속이 훈훈해진다. 이건 약이다. 겨울비는 나리고..
메밀국죽, 국과 죽의 경계에 머물다.
메밀국죽, 국과 죽의 경계에 머물다.
2021.10.22의문의 배앓이 이후, 나았다고는 하나 여파가 있다. 굶는 게 가장 편할 듯 하나 뭐라도 먹는 쪽으로 결정하고 속 편할 음식을 찾는다. "메밀국죽 먹어요"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나에게는 메밀쌀이 있다. 메밀쌀 살포시 두 주먹 집어 열심히 조랭이질, 정선된 메밀쌀은 흡사 싸레기다. 메밀을 껍질째 삶아서 다시 딱딱하게 말려 도정한 것이라 했다. 하여 요즘 시판되는 메밀쌀과는 많이 달라보인다. 이 메밀쌀 두 줌에도 정선 농민의 땀이 배어 있다. 멸치 다시물 만들어 메밀쌀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물은 과도하게 많다 싶을 정도가 적당하다. 된장 아까라 말고 한 숟가락 담뿍 떠 넣는다. 된장 만으로 간을 하니 감이 중요하다. 열심히 끓이다가 메밀쌀이 부풀어 퍼질 무렵 약간의 묵은지, 청양고추, 대파를 썰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