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풀,꽃이야기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2020.07.25석 달 가뭄보다 보름 장마가 더 징허다는데.. 장마가 너무 길다. 비는 내리고 몸은 무겁다. 그래! 진노랑상사화, 때는 지금이다. 내 몇 해 전 산길을 걷다 우연히 진노랑상사화 자생지를 발견했더랬지. 목책과 전기 철책으로 심하게 보호받고 있는, 꽃은 지고 없었고.. 그 후로 매년 와보곤 했지만 늘 때를 놓쳤더랬다. 보호구역을 벗어나 홀로 핀 독립된 개체들을 본다. 새로운 영토 개척을 기원하노라. 보호구역 전기 철책 너머.. 이뻐라.. 계곡을 거슬러 원적암 입구에 이른다. 여기부터 불계인 건가? 분위기 좋고.. 그냥 상사화가 낯선 손을 반긴다. 고3 겨울방학, 9시간 걸리는 완행열차 타고 정읍역에 내려 새벽 댓바람에 서래 불출봉 거쳐 원적암에 왔더랬지. 눈은 펄펄 내리고.. 지금 같았으면 아마 대설경보가 ..
봄꽃
봄꽃
2020.05.17언제까지가 봄이었을까? 모내기를 마치니 여름, 꽂아놓은 모야 이제 여름이 키우겠지. 그새 장만가? 비는 내리고.. 스쳐 지나간 지난봄 들꽃들을 구부다 본다. 그 자리에서 번성하길.. 내년에는 더 많은 봄꽃들을 보게 되길..
깽깽이풀
깽깽이풀
2020.04.14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만나는 것, 오랜 바람이었다. 그란디 유독 이 녀석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는 보고야 말겠다 마음먹은 지 몇 해 만인가.. 나도 봤다. 아쉽게도 도움을 받았다. 너 참 이쁘다. 그래 너라도 보니 반갑다.. 오늘도 헛방인갑다 했다. 순간.. 거짓말처럼 너를 본다. 반갑다 깽깽이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적잖이 흥분했다. 아무리 귀한 녀석들도 자생지에서는 흔하다. 자생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구름 짱이 두텁다. 빛이 사라져 아쉽다. 이놈 저놈 구부다 보며 각을 잡아 사진기에 담는다. 안녕~ 좀 이른 듯하여 며칠 있다 다시 가보자 해놓고 가지 못했다. 봤으니 되얐다.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무탈하길..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0.02.25갑자기.. 꽃바람이 불었다. 선운사에서.. 내장산에서.. 변산바람꽃은.. 전국 도처, 사방천지에 있다. 때를 맞추는 게 힘들 뿐..
석곡
석곡
2016.07.04석곡은 왜 이토록 위태로운 환경에서 자생하는가? 제아무리 바위를 기본으로 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하지만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만 자생 석곡이 발견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약용으로, 드물게는 식용으로, 근래에는 호사가의 관상용으로 자생지에서 뜯겨져나간 석곡. 날이 갈수록 보기 힘들어짐에 따라 귀한 것을 더욱 탐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더욱 흉포해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리 되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의 손길을 피해, 눈길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꼭꼭 숨은 석곡.자생지 석곡의 환경을 보면 한번 훼손되면 회복 불가능할 것임이 명백하다. 향후 석곡의 운명은 다름 아닌 우리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귀하게 여겨 우리..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2016.05.27산길에서 앵초를 만나게 되면 눈이 크게 떠지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익히 경험해보셨을 것이다. 요정같은 녀석들, 앵초 무리를 소개한다. 좀설앵초가 아닌가 하고 나를 흥분케 했던 한라산 1100고지 습지의 설앵초.대단히 작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좀설앵초를 볼 수 있는 곳은 백두산 뿐이라 한다. 그 외 북한 지역은 들어갈 수 없겠고..좀설앵초와 설앵초의 구별은 꽃 중앙의 노란색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 있으면 설앵초, 없으면 좀설앵초. 한라산 윗세오름 주변의 설앵초, 온통 조릿대가 뒤덮고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이번에 다녀온 이스렁 오름과 어스렁 오름 사이 습지에도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방장산에서 봤던 앵초, ..
선운사 나도수정초
선운사 나도수정초
2016.05.12선운사 골짜기로 매사촌을 보러 갔더니 매사촌은 아직 일러 오지 안했고 숲 바닥 깊은 곳 나도수정초 올라왔습디다. 조용히 우리를 훔쳐보고 있습디다.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만가실 구절초
만가실 구절초
2015.10.23여름이 가나 싶었는데 가을이 깊어간다.눈 한번 깜작 했을 따름인데..만가실 구절초.. 풍성한 꽃차례를 보며 쓸쓸한 가을 심사를 밀어낸다.타조하고 나면 가을도 끝이다 싶어 저만치 밀어놨는데낼 모래 비 온다 하네..어찌야 옳아?
설악산 바람꽃
설악산 바람꽃
2015.07.23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으로..중청 대피소를 지나 대청봉 목전에 이르니 바람꽃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만개한 바람꽃 군락이 흐르는 땀과 거친 숨을 위로한다. 태풍과 장마의 와중에 절묘하게 날이 좋은 하루. 단군왕검, 조상님을 잘 만나 이렇게 좋은 날씨에 수려한 산천을 굽어본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 공룡능선 너머 황철봉으로 북진하는 대간길을 가늠해본다. 황철봉 너머에는 미시령길이 산을 넘고 있을 터이고.. 적지 않은 바람꽃 종류 중 아무런 수식어를 달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바람꽃'.청초함과 단아함, 설악의 세찬 바람을 이겨낸 강인함까지..섬천리 방방골골 조선의 누이를 닮아 사무치게 곱고도 곱다.
석곡
석곡
2015.05.18석곡이 피었구나. 사람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벼랑 끝, 울창한 수림을 방패 삼아 너희끼리 그렇게 꽃을 피웠구나. 향기조차 전해지지 않는 먼 거리, 향기는 그저 느낌으로 음미할 뿐이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그 곳에서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석곡(석란)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상록성 착생종, 근경에서 굵은 뿌리가 많이 돋는다. 줄기는 높이 5~25cm로 직립하고 원기둥 모양이며 오래 된 것은 잎이 없고 마디만 있으며 마디 사이는 1.5~3cm로 녹갈색이다. 잎은 2~3년생으로 수개가 호생하고 길이 3~7cm, 너비 0.5~1.2cm로 피침형이며 혁질이고 윤기 있는 짙은 녹색이며 끝이 다소 둔하다. 꽃은 백색으로 5월 중순~6월 상순에 오래된 줄기 상부 마디에 1~2개가 달리며 향기가 있다. -아름다운 우..
봄바람 타니 나도바람꽃
봄바람 타니 나도바람꽃
2015.04.24집으로 돌아가는 길, 본시 구천동을 갈까 했다.제아무리 봄바람이 분다 하나 시간이 넉넉치 않다.차로 접근하기 쉬운 적상산으로 간다. 고도 높은 능선에 진달래가 한창이다. 개별꽃이 이렇게 이뻤던 말이지.. 드디어 나도바람꽃을 본다. 귀한 꽃도 군락지에 가면 발에 채인다.좀 늦었다. 싱싱한 꽃을 찾기가 쉽지 않다. 봄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나도바람꽃.열댓가지는 되는 바람꽃 일당 중의 하나..간만에 바람꽃 하나 추가한다. 피나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노란 피나물꽃 흐드러지면 장관이겠다.
봄비 내리는 날
봄비 내리는 날
2015.04.21봄비가 잦다. 봄비가 잦으면 풍년이 든다 하나 제때에 일을 굴리지 못하는 농민들은 애가 탄다. 허나 어쩔 것인가 내리는 비 손바닥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고..만만한게 술타작이라 술을 먹다 먹다 지쳐 비가 꺼끔한 틈을 타 산으로 간다. 연록색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산길이 청량하기 그지없다. 녹음이 우거지기 전에 볼일을 다 봐야 하는 숲 바닥의 야생화들은 이미 지고 없거나 끝물이다. 이 골짝에 특별히 많은 족도리풀만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흉악한 사람의 손을 타 사라질뻔 했던 황록선운족도리풀이 보인다. 누군가 보고 간 흔적은 있지만 손을 타지는 않았다.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자생지가 겨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걸 캐다 뭐할건가? 그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