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풀,꽃이야기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2023.05.14변산바람, 너도바람, 꿩의바람, 만주바람, 남바람, 나도바람, 바다 건너 세바람. 이 정도 헤아리고 나면 남쪽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은 더 이상 없다. 하여 나는 소망해 왔다, 언젠가 먼 길 떠나 새로운 바람을 만나리라. 그러기를 몇 해였던가? 길 떠나는 일이야 일상이지만 꽃을 바라고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았으니 세월이 갈수록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그러던 차 하늘소 보자고 나선 길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났으니 이것은 횡재인 것이고. 고운산, 너는 보지 못했으나 고맙다 니 덕이다. 산이 온통 홀아비 천지, 단아하고 곱다. 홀엄씨바람꽃이라 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온 산을 차지한 홀아비들 사이 곳곳에 다소 드물게 피어 있던 회리바람꽃. 전체 바람꽃을 통틀어 가장 특이하고 ..
남바람꽃
남바람꽃
2022.04.15스치우듯 봄이 지나간다. 세월이라는 것이 이토록 빠르게 흐르는 것이었더란 말인가? 삭막했던 교정에 연둣빛 새싹이 돋고 온갖 꽃들이 피고 질 때면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학동 시절의 나른한 봄날, 그 더디게 흐르던 시간은 어디로 가버렸나? 연둣빛 산천이 초록 초록해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울긋불긋해지는 것이다. 백설이 만건곤하던 기나긴 겨울은 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봄날이 간다, 쏘아놓은 화살처럼.. 온갖 꽃들이 앞다퉈 피고 지는 봄이면 나는 으레 봄바람이 드는 것이다. 먼 길 가고 싶고, 가서는 다시 오지 않는 꿈을 꾸며.. 바람꽃은 바람처럼 피고 진다. 애써 기억하고 힘들여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바람꽃, 회문산 남바람꽃을 찾아간다. 남방바람꽃이 남바람꽃으로 개명된 사연을 알지 못한다. 그저 ..
봄나들이
봄나들이
2022.03.26겉에서 보기에 숲은 아직 삭막하다. 구름 할라 잔뜩 드리우고 스산한 바람 일렁이니 봄이 오기는 온 것인가 의심이 일기도 한다. 그러다 숲 가장자리 진달래라도 만난다 치면 우리는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자칫 언제 왔었나 싶게 지나가버리기 일쑤, 봄은 쏜살같다. 옷깃 여미고 망설이는 그대여, 늦기 전에 떠날 궁리를 하시라.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 산중 곳곳 숯을 구웠던 흔적, 숯만 구웠을까? 기다림에 지쳐 산으로 간 사람들 머물렀을 그런 자리.. 이 뭐지? 소싯적 보물찾기 한 번 성공하지 못하던 내가 이 산중 길 가상도 아무데도 아닌 이 바위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22.03.19장성에 갔다가 발길이 닿았다. 올해는 때를 잘 맞촸네. 하려던 일을 내일로 미룬 탓에, 그 후로 매일 비가 내리는 탓에 큰 낭패를 보고 있지만 보던 중 가장 싱싱한 녀석들을 만났으니 그걸로 위안 삼는다. 내 살면서 야들을 몇 번이나 더 보겄냐고.. 개화시기가 짧아 바람꽃이라 한다는데 야는 거기다 대고 꽃말조차 '덧없는 사랑'이라네. 애당초 사랑이라는 게 거진 덧없을뿐더러 스치는 바람 같은 것일진대 구태여 '덧없는 사랑'이라 강조하다니 좀 가혹하지 않은가? 꽃말이라는 것도 실상 사람들 말놀음일 따름인 것이다. 뒤늦게 피어난 꿩의바람꽃, 시커먼 애벌레 한 마리 마치 업보처럼 업고 있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내가 아는 말하는 애벌레한테 물어봐야겠다. 불갑산 지구 빨치산들과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생각하..
봄의 전령 변산바람꽃
봄의 전령 변산바람꽃
2022.03.11올해는 늦추위가 있었네. 꽃샘추위가 사나웠다고나 할까? 늦게까지 눈에 덮여 있었지. 하여 헛걸음도 했다네. 비로소 만개했더군, 바람 같은 녀석들인데 때를 아조 잘 맞촸어.. 홀로 있어도, 무더기로 있어도 너는 항시 이쁘다. 퍽이나 이쁘다. 볼수락 이쁘다. 이쁘기 짝이 없다. 오래오래 번성하여라. 길이길이 아름다워라.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21.03.27만주바람꽃을 보러 갔었네, 12년 만에.. 실로 오랜만이라 마음이 둥실거렸어. 발걸음도 가볍게 골짝에 들어섰지. 능선에 걸린 해가 빛을 뿌리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꽃들이 반짝이고 있었지. 오늘은 개짜 띠고 그냥 별꽃이라 부르자 마음먹었네, 이쁭게.. 해는 설핏 넘어가 버리고 골짝에는 돌연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 꽤나 차가운 바람이었어. 허나 만발한 꽃들이 있어 나는 춥지 않았네. 금괭이눈과 하얀 (개)별꽃, 종도 깔도 다르지만 나란히 피어 어우러졌네. 골짝을 거슬러 올라 만주바람꽃을 만났어. 아~ 그란디 내 한 발 늦었군.. 이미 지고 있었어, 때를 맞촤 온다는 것이.. 미안하다 꽃들아. 혹 게으름뱅이라도 있을까 샅샅이 뒤졌어. 일제히 피었다 한결같이 지고 있네. 부지런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12년..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1.02.28바람이 분다. 봄바람인 듯 아닌 듯 경계가 모호한 때에 봄보다 앞서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 바야흐로 바람꽃 피는 시절이다. 한복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 나서는 곱게 늙은 할매들 같다. 생각나네, 어머니와 그 동서들 지금은 모다 고인이 되신.. 하그비~ 바글바글허네.. 허나 소란스럽거나 요란하지 않다. 왁자하게 모여 핀 녀석들이나 고요히 홀로 피어 있는 녀석들이나 곱기는 매 한 가지.. 그 누구 봐달라 피는 것 아니요, 봐주는 이 없다 한들 속절없다 할 것 없으니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일 뿐, 누가 보건 말건 제 할 일 다 하는 것이다.
선운사 복수초
선운사 복수초
2021.02.22세월 참 쏜살같다 탓하기만 했지 흐르는 세월 속에서 때가 바뀌고 있음을 잊고 살았다. 엊그제만 해도 분명 겨울이었다. 눈이 내리고 수도가 얼어붙었으니.. 그런데 어느 결에 봄이 와 있었던 것이다. 귓전을 스치는 봄소식에 소스라쳐 낮술 한 잔에 나른해지는 몸을 추슬러 세운다. 다시 찾은 선운사 골짝, 불과 이틀 사이 산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온 산을 뒤덮고 있던 흰 눈은 봄 눈 녹 듯 사라져 눈을 씻고 찾으래야 찾을 길이 없다. 분명 고인돌이다. 옛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큰 돌을 다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지만 한 번 써 놓은 힘 수천 년 세월을 떠받치고 있다. 고인돌을 지나 복수초 군락지로 들어선다. 꽃은 이미 피고 지고 있다. 내 지금이 그때라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면 엊그제 눈 나리는 날 예 왔어야 ..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2020.07.25석 달 가뭄보다 보름 장마가 더 징허다는데.. 장마가 너무 길다. 비는 내리고 몸은 무겁다. 그래! 진노랑상사화, 때는 지금이다. 내 몇 해 전 산길을 걷다 우연히 진노랑상사화 자생지를 발견했더랬지. 목책과 전기 철책으로 심하게 보호받고 있는, 꽃은 지고 없었고.. 그 후로 매년 와보곤 했지만 늘 때를 놓쳤더랬다. 보호구역을 벗어나 홀로 핀 독립된 개체들을 본다. 새로운 영토 개척을 기원 하노라. 보호구역 전기 철책 너머.. 이뻐라.. 계곡을 거슬러 원적암 입구에 이른다. 여기부터 불계인 건가? 분위기 좋고.. 그냥 상사화가 낯선 손을 반긴다. 고3 겨울방학, 9시간 걸리는 완행열차 타고 정읍역에 내려 새벽 댓바람에 서래 불출봉 거쳐 원적암에 왔더랬지. 눈은 펄펄 내리고.. 지금 같았으면 아마 대설경보가..
봄꽃
봄꽃
2020.05.17언제까지가 봄이었을까? 모내기를 마치니 여름, 꽂아놓은 모야 이제 여름이 키우겠지. 그새 장만가? 비는 내리고.. 스쳐 지나간 지난봄 들꽃들을 구부다 본다. 그 자리에서 번성하길.. 내년에는 더 많은 봄꽃들을 보게 되길..
깽깽이풀
깽깽이풀
2020.04.14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만나는 것, 오랜 바람이었다. 그란디 유독 이 녀석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는 보고야 말겠다 마음먹은 지 몇 해 만인가.. 나도 봤다. 아쉽게도 도움을 받았다. 너 참 이쁘다. 그래 너라도 보니 반갑다.. 오늘도 헛방인갑다 했다. 순간.. 거짓말처럼 너를 본다. 반갑다 깽깽이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적잖이 흥분했다. 아무리 귀한 녀석들도 자생지에서는 흔하다. 자생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구름장이 두텁다. 빛이 사라져 아쉽다. 이 놈 저 놈 구부다 보며 각을 잡아 사진기에 담는다. 안녕~ 좀 이른 듯하여 며칠 있다 다시 가보자 해놓고 가지 못했다. 봤으니 되얐다.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무탈하길..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0.02.25갑자기.. 꽃바람이 불었다. 선운사에서.. 내장산에서.. 변산바람꽃은.. 전국 도처, 사방천지에 있다. 때를 맞추는 게 힘들 뿐..
석곡
석곡
2016.07.04석곡은 왜 이토록 위태로운 환경에서 자생하는가? 제아무리 바위를 기본으로 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하지만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만 자생 석곡이 발견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약용으로, 드물게는 식용으로, 근래에는 호사가의 관상용으로 자생지에서 뜯겨져나간 석곡. 날이 갈수록 보기 힘들어짐에 따라 귀한 것을 더욱 탐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더욱 흉포해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리 되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의 손길을 피해, 눈길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꼭꼭 숨은 석곡.자생지 석곡의 환경을 보면 한번 훼손되면 회복 불가능할 것임이 명백하다. 향후 석곡의 운명은 다름 아닌 우리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귀하게 여겨 우리..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2016.05.27산길에서 앵초를 만나게 되면 눈이 크게 떠지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익히 경험해보셨을 것이다. 요정같은 녀석들, 앵초 무리를 소개한다. 좀설앵초가 아닌가 하고 나를 흥분케 했던 한라산 1100고지 습지의 설앵초.대단히 작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좀설앵초를 볼 수 있는 곳은 백두산 뿐이라 한다. 그 외 북한 지역은 들어갈 수 없겠고..좀설앵초와 설앵초의 구별은 꽃 중앙의 노란색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 있으면 설앵초, 없으면 좀설앵초. 한라산 윗세오름 주변의 설앵초, 온통 조릿대가 뒤덮고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이번에 다녀온 이스렁 오름과 어스렁 오름 사이 습지에도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방장산에서 봤던 앵초, ..
선운사 나도수정초
선운사 나도수정초
2016.05.12선운사 골짜기로 매사촌을 보러 갔더니 매사촌은 아직 일러 오지 안했고 숲 바닥 깊은 곳 나도수정초 올라왔습디다. 조용히 우리를 훔쳐보고 있습디다.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