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호남정맥
호남정맥 사자봉~슬치
호남정맥 사자봉~슬치
2020.11.29다시 맞은 주말, 나의 발길은 호남정맥으로 향한다. 산으로 가기에 앞서 진안 부귀에 있는 녹두장군의 큰따님 전옥례 여사의 묘소에 들렀다. 한 번은 헛걸음, 좀 더 정밀한 탐색 끝에 다시 찾았다. 장군의 큰따님은 동학농민혁명이 농민군의 패전으로 막을 내린 뒤 사람을 피해 산으로 도피했다. 산길만 골라 내달린 발걸음은 마이산에 와서야 겨우 멎었다. 그이의 나이 15세, 김옥련이라 이름을 바꾸고 금당사 공양주로 숨어 지내다 진안 사람과 결혼하여 일가를 이뤘으나 자신의 출신 내력에 대해서는 평생을 함구하고 살았다.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손자를 통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이의 묘소는 모래재 아래 호남정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이가 걸었을 태인(산외면)에서 마이산에 이르는 산길은 상당..
호남정맥 모래재 ~ 만덕산
호남정맥 모래재 ~ 만덕산
2020.11.222주 만에 다시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을 지나 모래재에서 그 첫발을 내딛는다. 호남정맥의 실질적인 뿌랑구라 할 장안산에서부터 치면 예까지 오는데 무려 4년이 걸렸다. 앞으로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백운산에 가 닿게 될지 알 수 없다. 좌우튼 가보는 게다. 시작했으니 끝을 볼 날이 있겄제, 암만.. 어제, 그제 내린 비로 산은 훨씬 황량해졌다. 이제는 겨울이니 눈이 내려야 겨울산의 면모를 갖추게 되겠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는데 날이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문제다. 조망 없는 숲길, 커다란 묘지 하나 있어 앞이 트였다. 마이산이 삐쭉, 모래재에서 내려서는 도로가 산을 크게 휘감아 돈다. 조망 없는 산길을 걷고 걸어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귀한 조망 하나 얻는다. 도로 하나 구불구불 모래재를..
금남호남정맥 주화산, 3정맥 분기점
금남호남정맥 주화산, 3정맥 분기점
2020.11.11가죽재에서 모래재까지 대략 시오리 길, 나른한 오후 농성장에서 잠시 몸을 빼내 짬 산행에 나선다. 껄적지근하게 남겨진 짜투리 구간을 털어내고자 함이다. 지금은 옛길이 돼버린 단풍 수려한 모래재 고갯길로 접어든다. 굽이굽이 산을 휘감아 올라 모래재 휴게소에 차 놓고 동행한 차에 옮겨 타 가죽재로.. 가죽재는 오룡재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더라. 16시 30분, 차는 떠나가고 나 홀로 산으로 향한다. 해가 뉘엿뉘엿, 세상 가파른 턱골봉 오름길을 헐레벌떡.. 오늘은 간만에 야간산행으로 마감하게 되겠다. 간만에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150mm로 당겨 나뭇가지 사이 지는 해를 잡는다. 당겨놓고 보니 모악산이다. 나아갈 방향.. 금남정맥에 속한 운장산이 보인다. 멀건하던 하늘이 어둠이 내리면서 갈수록 ..
낙엽 수북한 정맥길(마이산~가죽재)에서..
낙엽 수북한 정맥길(마이산~가죽재)에서..
2020.11.09일주일 만이다. 가을이 한층, 아니 이제는 겨울로 간다. 때마침 입동이라네. 이번에도 늦잠, 지난밤 혼술이 과했다. 07시 10분, 마이산 북부 주차장에 차를 두고 단풍 흐드러진 계단길을 오른다.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에서 숫마이봉 한 번 쳐다보고 암마이봉으로 향해 정맥을 이어간다. 그나 숫마이봉은 참 뭣같이 생겼다. 진안읍 방면, 새벽을 지나 아침으로.. 암마이봉 오름길은 잘 단장되어 있어 아무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오래전 한 번 올랐었는데 통 기억이 없다. 보기와 달리 흙도 있고 나무도 있다. 암마이봉의 조망은 이 짝 저쪽 거침이 없다. 비룡대, 금당사 방면, 마치 물 빠진 다도해 분위기.. 외약짝 멀리 내동산 비룡대 너머 진안고원이 잠에서 깨어난다. 백운면 방면 암마이봉에서 내려와 본격적으..
늦가을 금남호남정맥, 신광재 ~ 마이산
늦가을 금남호남정맥, 신광재 ~ 마이산
2020.11.01농성장은 토, 일 문을 닫는다. 누가 뭐라건 그건 우리 맘이다. 이 틈에 농성장에서 엉겨 붙은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갖은 독소를 털어내야 한다. 대간은 너무 멀고.. 이번엔 호남정맥이다. 조선팔도 천지가 산이니 갈 곳 많아 좋다. 눈을 뜨니 이미 여섯시가 넘었다. 또 늦잠이로군.. 조망 터지는 산봉우리에서 맞아야 할 아침해를 도로에서 맞는다. 마이산이 살짝 보인다. 산행을 마치고 사진을 분석하니 등빨 좋은 덕태산을 뒤로하고 성수산에서 쭉 뻗어 마이산까지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잡힌 것이었다. 성수산과 마이산 중간 지점에 해가 있는 것이다. 얼마만인가? 2018년 10월이었다. 서구이재에서 여기 신광재까지.. 그때는 건각 수정이와 함께 했더랬다. 그러니 2년 만이로군, 고랭지 채소밭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
[금남호남정맥] 4 서구이재에서 신광재까지
[금남호남정맥] 4 서구이재에서 신광재까지
2018.10.25일주일여만에 나선 정맥길,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장안산 구간을 함께 했던 수정이와 딱 2년만에 함께 했다. 아침 여덟시 살짝 넘긴 시각 호남 제일문, 꽤 일찍 만났다 생각했건만 점심 무렵이 다 돼서야 서구이재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하산지점인 신광재에 미리 차를 갖다 두었다. 계남 친구가 신광재에서 서구이재까지 우리를 옮겨주었다. 여기는 어디쯤일까? 아마도 천상데미 전망 팔각정, 팔공산 덩어리와 이짝 산은 때깔이 다르다. 천상데미 아래 계곡에는 섬진강의 발원지가 되는 데미샘이 있다. 어! 왜 벌써 천상데미가 나오지? 덕태산 너머에 있었던 것 아닌가? 착각이라는 걸 알았다. 나름 기행문(2013/10/27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 선각산의 가을풍경)까지 남겨놓고.. 5년 전이었군, 잊을 만도 한가?때깔 다른..
[금남호남정맥] 3-2 신무산 넘어 자고개, 팔공산 넘어 서구이재
[금남호남정맥] 3-2 신무산 넘어 자고개, 팔공산 넘어 서구이재
2018.10.11계남 친구와 밤이 이슥하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결국은 농민회 얘기, 당 얘기.. 머리는 나보다 더 벗겨졌지만 마음만은 열혈 청년이다. 집으로 같이 가자는 걸 뿌리치고 내일 한번 더 태우러 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모텔에 짐을 부렸다. 수분재로부터 600여미터 지점 어제 물러선 그 자리, 내 이런 곳에서 헤맸더랬다. 새벽녘 내린 비로 산천초목이 촉촉히 젖었다. 내 바짓가랭이도 젖어든다. 어릴 적 배운 간첩식별 요령에 따르면 바짓가랭이가 이슬에 젖어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의심하라 했는데.. 꼭 내가 그 몰골이겠다. "요 있네", 옷을 찾았다. 예상했던 곳, 불과 10여미터 안짝에서 길이 엇갈려 헤매였도다. 당연한 일이지만 주머니 속 물건은 그대로 잘 있다. 어제 옷을 찾아 다시 산을 올..
[금남호남정맥] 3-1 밀목재에서 수분재까지
[금남호남정맥] 3-1 밀목재에서 수분재까지
2018.10.11가을을 탄다는 건 무얼까? 먹는걸까 입는걸까.. 이러던 내가 이번 가을은 웬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타는 김에 화끈하게 타고 돌아오자." 그 마음으로 나선 길, 호남정맥으로 간다. 재작년 이맘때 발을 떼놓고 한번도 가지 못했다. 같은 전북이지만 무진장은 심리적으로도 실제로도 무진장 멀다. 고창 쪽으로 좀 당겨놔야 틈 날 때마다 정맥길을 축낼 수 있겠다 싶었다. 밀목재 혹은 밀목치, 장수 IC로 나와 장수읍 뒤쪽으로 돌아 오른다. 고갯마루 못미쳐 무령고개에서 이어온 정맥길 출구에 차를 세우고 고개를 넘는다. 동화댐 수몰민들이 산다는 신덕산 마을을 지나 다다른 산길 초입.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지나 사두봉 거쳐 수분령까지, 그리고 신무산을 타 넘어 자고개까지 갈 계획을 세웠다. 그란디.. 벌써 한시 ..
[금남호남정맥] 2 무령고개에서 밀목재까지
[금남호남정맥] 2 무령고개에서 밀목재까지
2016.10.18지난 2월 호남정맥을 타보겠다고 첫발을 떼어놓았다. 눈이 수북했더랬는데 지금은 가을이다. 봄, 여름은 어느결에 지나가부렀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무령고개까지 차를 올려놓고 시작한다. 무령고개인지, 무룡고개인지, 둘 다 맞는지.. 지어 무령공재라는 이름까지 있다. 다음 지도에서는 둘 다 검색된다. 발음하기 쉬운 무령고개라고 해두자. 영취산은 다녀왔으니 오늘은 장안산으로 바로 직행하면 된다. 장안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쳐나온 산줄기 금남호남정맥의 첫번째 산이다. 금강 남쪽과 섬진강 서쪽의 모든 산줄기는 장안산으로부터 비롯되고 또한 장안산으로 수렴된다. 가히 호남의 종산이라 할만하다. 무령고개에서 밀목재까기 산길 30리, 오늘 그 길을 간다. 대략 다섯시간을 잡는다. 단체 산행객들로 번잡스런 무령고개 주차장을 벗..
호남정맥에 내딛는 첫발
호남정맥에 내딛는 첫발
2016.02.05작년 이맘때 야심차게 시작했던 백두대간 종주는 상주 구간에 이르러 흐지부지되어 오늘까지 다시 잇지 못하고 있다. 대간 줄기가 약해져 좌우로 모두가 신라땅인 상주 구간, 산줄기가 약해지니 내 마음도 약해진 듯.. 언젠가 다시 잇겠다 마음만 먹다가 수렁에 빠진 것처럼 덧없이 1년이 지나버리고 말았다. 산줄기 흐릿한 상주 구간을 날 잡아 단번에 돌파해버리겠다는 계획만 야심차다. 이런 차에 또 무슨 호남정맥이냐 말하지 마시라. 그저 첫발만 떼어 놓았을 따름이다. 언제 틈이 나면 순창새재 부근에서 갈라지는 영산기맥 출발지점도 다녀와야겠다. 그리하여 대간과 정맥, 기맥을 형편에 따라 힘조절해가며 동시다발적으로다가 공략해보는 것으로.. 나는 도저히 사진발이 안받아 장수 청년이 대신 섰다. 호남정맥의 출발점은 북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