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화가 박홍규
박홍규 판화전
박홍규 판화전
2023.04.04전주와 광주에서 이번 주말, 그러니 4월 8일까지 전시회가 열립니다. 늦었다 한탄 말고 다녀가시길, 작은 전화기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웅혼함을 볼 수 있으리니.. 한겨울 내내 눈이 오는, 바람이 부는,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정흥의 석대들녘을 걸었다. 저녁 탐진강에 비치는 달빛을 보며 서성거리거나 꽁꽁 언 겨울강 돌다리를 건너 다니며, 자울재 너머 별빛을 쫓다가 내가 128년 전 그때의 동학농민혁명군이 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은 무엇에 치를 떨며 죽창과 총을 들었고 환희와 열정에 들떠 눈부시게 산화해 갔을까? 그 웅혼한 기상과 강장한 심기는 어디서 움터, 온 세상에 봄꽃이 일시에 개화하듯 터져, 온 산하에 꽃을 피웠을까? 경이로운 역사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왜 남도의 석대들녘까..
금산사 미륵불
금산사 미륵불
2022.10.28집에 잘 붙여놓고 다치지 말라고 부처님의 가호로 일체의 악을 범하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렇게 살고도 다치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다. 묻노니 그대 그리 살 수 있겄는가? 이 미륵불상에 대해서 『증산도 도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한다. 밤에 금산사 미륵전에서 불공을 드리던 사람들이 실수하여 장륙미륵불상에 화재가 일어났는데 좌우 시립한 보살상과 미륵전은 화마를 피하였으나 가운데에 서 있는 미륵불만 불에 타서 왼쪽으로 넘어졌다. 장공 김복진(金復鎭)이 조각을 시작한 지 2년 9개월 만에 완성하여 무인년(1938년) 9월 3일에 육장 반(六丈半)의 미륵불을 모셨다는 것이다. 이 소조불상은 작가 스스로 ‘서울에서 만들었다’고 하였으므로 서울에서 만들어서 기차로 운송하여 ..
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2021.12.23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내 너희를 쳐 없애고 나라 일을 바로잡으려 하다가 도리어 너희 손에 잡혔으니 너는 나를 죽이는 것뿐이요, 다른 말을 묻지 말라.
박홍규 판화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박홍규 판화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2021.12.0511월 16일, 홍규 형을 만났다. 아뿔싸 작업 중이었네, 홍규 형이 차려준 술상을 받고 무척이나 미안했다. 창작활동을 방해한 꼴이 되었으니.. 12월 4일, 나는 부여로 달렸다. 잠깐이지만 완성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전시를 위해 막 걸고 있는.. 여러모로 시간이 꼬여 종일 운전만 디지게 하고 다녔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2021.11.18농민 총궐기를 하루 앞두고 나는 무슨 생각으로 홍규 형을 찾아갔을까? 작가는 창작 중이었다. 작업실은 온통 갑오년, 우금티 혈전을 치른 농민군, 패잔병이 아니었다. 금강을 거슬러, 눈밭을 헤치며 그들은 떠나가고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작품,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삼례 가는 길, .. 탄생하고 있었다. 눈보라, 이 작품도 하나 목판으로 다시 만들어주시라 부탁했는데 모르겠다. 들어주실랑가.. 이미 시작된 전시 신동엽 문학관에서 하고 있다네 새로 창작되는 작품 걸어가며 내년 2월까지는 한다네.
혁명은 순정이다.
혁명은 순정이다.
2021.06.12농민화가 박홍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 구 도청 옆 오월 미술관, 장소가 꽤 상징적이다. 갑오에서 오월, 오월에서.. 파란과 곡절 끝에 돌아온 작가의 창작 구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새로 창작된 작품들은 혁명의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역사 속으로 스며드는 농민군들을 그리고 있다. 장흥과 대둔산, 퇴각하는 농민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황금색으로 일렁이는 보리밭, 이 시기는 농민군이 전주성에서 물러나와 각 고을을 접수하고 집강소 통치를 시작할 무렵이다. 총각 농민군들은 전장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 그러니 팽나무 아래 청춘 남녀는 이별이 아닌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동지들의 환호와 격려, 부러운 야유가 쏟아진다. 아리 아리 아라리~ 예양강은 탐진강의..
백산 격문
백산 격문
2020.12.23우리가 의義를 들어 이에 이름은 그 본의가 결단코 다른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을 도탄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다 두고자 함이라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버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쫒아 내몰고자 함이라 양반과 부호 앞에서 고통받는 민중들과 굴욕을 받는 소리小吏들은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은 자라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약 기회를 잃으면 후회해도 돌이키지 못하리라 갑오 정월 호남창의대장소 재백산在白山
다산 노인일쾌사
다산 노인일쾌사
2020.12.21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 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네 한참 움직여 흔들릴 적에는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서 침 놓고 뜸질해도 끝내 효험은 없고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 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다만 가시와 뼈만 제거하면은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는데 잘게 썬 것만 삼킬 뿐 아니라 큰 고깃점도 능란히 삼키거니와 위 아래 윗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제법 고기를 부드럽게 끊을 수 있으니 그리하여 치아가 없는 것 때문에 쓸쓸히 먹고픈 걸 끊지 않는다오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일세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이 사백 네 가지가 다 안되리니 유쾌하도다 의서 가..
옌안송(延安頌)
옌안송(延安頌)
2020.06.29보탑산 봉우리에 노을은 불타고 연하강 물결 위로 달빛 흐르네 봄바람은 평탄한 벌판에 불어 가고 많은 산들은 견고한 장벽을 이루었네 아~아 연안 장엄하고 웅위한 古城 여기 저기서 항전의 노랫소리 울리네 아~아 연안 뜨거운 피가 너의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네 천만 청년의 마음 적들에 대한 원한 품었네 산야와 논밭의 길고 긴 행렬에서 견고한 전선을 이루었네 보아라 군중들은 이제 머리를 들었노라 무수한 사람과 무수한 마음 적들에 대한 분노와 포효를 하고 있네 사병들은 총구를 겨냥하고 적들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네 아~아 연안 장엄하고 웅위한 성벽 견고한 항일의 전선을 구축하였고 너의 이름을 만고에 남길 것이며 역사에서 찬란하게 빛나리 정율성 님의 延安頌 중국에 다녀온 홍규형이 남긴 두 개의 작품, 그리고 중국 혁..
운명
운명
2020.05.12화톳불 사그라들고.. 눈송이 나리나? 아니, 총총 별이 박혔다. 외로이 밤하늘 올려다보는 농민군 월식인가? 달은 이상스레 기울고.. 농민군은 무슨 생각 하실까?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까.. 126년 전, 산과 들, 논과 밭 죽어 흙이 되고 썩어 거름 되신 그 이름 농민군. 목숨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못했을 그 총 세상을 바꾸는 힘, 혁명의 원동력 그것은 운명. 항일 의병으로, 항미 빨치산으로 역사의 구비마다 일어서고 또 일어섰으니 그리하여 역사의 밑거름 되신 그 이름 농민이어라.
녹두장군 순행도
녹두장군 순행도
2019.11.19는 전라도 각 고을에 설치된 집강소 순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녹두장군의 모습을 형상한 작품이다. 집강소는 전주성에서 물러나온 농민군이 전라도 각 고을(군현)에 설치한 통치 기구다. 집강소가 농민군의 통치 기구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장한 농민군의 힘이 관권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농민군은 집강소를 통해 탐관오리 징계, 신분제 폐지 등 폐정개혁안에서 제시한 반봉건적 과제를 수행해 나갔다. 이 시기 전봉준 장군은 전라감사 김학진과 협조하여 합법적인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고을을 손에 넣으려는 준비를 빈틈없이 수행하고 있었다.(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 각 고을을 방문하여 집강소 설치와 안착화를 도와 폐정개혁을 독려하는 한편 농민군에 적대적인 고을(나주, 운봉)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김산의 아리랑
김산의 아리랑
2019.11.02김산의 아리랑 떠나는 님은 잡지를 마라 못보다 다시 보면 달콤하거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에 물새는 못 사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 구비 마지막 고개를 넘어간다. 청천 하늘에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탄식의 고개 한번 가면 다시는 못 오는 고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이천만 동포야 어데 있느냐 삼천리강산만 살아 있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지금은 압록강 건너는 유람객이요 삼천리 강산도 잃었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라요 마지막 고개를 넘어간다. 동지여 동지여 나의 동지여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