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지난 여름 산길에서..
지난 여름 산길에서..
2024.01.17산길을 걸었네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이었네 쏘내기도 한바탕 지나갔다네 산길을 거닐며 산길을 거닐며 벌레고 새고 나비고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 모두 담았네 그러곤 잊었네 잊고 살었네
오름 바당 한라산 제주도 3박4일
오름 바당 한라산 제주도 3박4일
2024.01.11하던 일 멈추기 어려워 마지못해 떠난 길, 밤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지못해 나섰다는 건 실상 거짓인 게다, 관성의 법칙이 잠시 작용했을 뿐.. 버스로 갈아타고 서문시장 내려 관덕정 구부다 보고 뒷길로 북초등학교 지나 탑동 사거리, 숙소를 목전에 두고 술 자시러 가는 일행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짐도 풀지 못한 채 술자리로.. 이 하르방을 어디서 만났을까? 이미 술이 거나해졌던 것이다. 아침, 숙취를 부여안고 짐을 꾸려 숙소를 나선다. 회의는 열 시 반, 걷다 보면 깨겄지.. 탑동 광장 지나 서부두, 산지항 너머 사라봉을 본다. 주정공장 옛터를 지나며 노래를 듣는다. 무한반복..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차라리 사라봉 무너져 내려 이 몸을 이곳에 묻어주면.. 차라리 산지포 강풍을 만나 이 몸..
갑진년 해맞이
갑진년 해맞이
2024.01.04해가 바뀔 때면 늘 해맞이를 해왔다. 여럿이 혹은 홀로, 가차이 혹은 멀리서.. 이번엔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비는 내리고..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영광, 함평 지나 목포, 영암 지나 강진, 찬바람 쓸쓸한 병영성 들러 장흥에 당도하니 이미 밤이 되었다. 갑오년 섣달 초닷새, 이방언이 이끄는 농민군이 장흥을 함락하고 부사 박헌양을 죽였다. 양력으로는 섣달그믐, 바로 오늘이다. 기세가 오른 농민군은 닷새 후 강진 병영성을 공격하여 이 또한 함락시켰다. 다시 닷새 후 장흥 석대들에서 혈전이 벌어진다. 하여 나는 석대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새해를 맞으려 한다. 장흥과 강진 경계 사인암(사인정)을 오른다. 멀리 제암산을 배경으로 장흥 읍내 불빛이 반짝거린다. 눈 아래 석대들이 펼쳐지고..제암..
공심채볶음
공심채볶음
2024.01.03다들 그러더라, 베트남에서 먹어본 공심채 맛에 반했노라고.. 나도 그랬다, 깜짝 놀랐더랬다. 어라 이게 뭐지? 그것은 공심채였던 것이다. 돌아와 공심채를 찾았다, 온라인 매장(지리산 살래농장)에 있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간도 맞추고, 양도 맞추고, 맛도 근접하게 되었으니 여기 기록해 둔다. 우선 양이 중요한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 주먹 듬뿍 움켜취고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 물기를 뺀다. 팬을 달궈 다지거나 으깬 마늘 넣고 살살 궁글리다 올리브유 아까라 말고 두어 숟갈, 월남고추 대여섯 개, 굴 소스, 치킨 스톡으로 간을 맞춘다. 이제 공심채를 넣고 대략 3등분 해서 줄기부터 잎파리 순으로 볶는다. 처음에는 팬이 수북하여 너무 많나 싶지만 숨이 죽으면서 극적으로 졸아든다. 뒤집어가며 잘 볶아주는 가운..
꾀꼴새(Соловьи)
꾀꼴새(Соловьи)
2023.12.22빨치산들이 불렀던 노래를 찾아 복원하고, 그 노래들을 모아 책을 낼 계획을 가진 음악가 김강곤 동무가 새로 들려준 노래 '꾀꼴새', 노래의 내력은 아래와 같다. 쏘비에트 대조국전쟁(독소전쟁) 시기에 나온 노래로 전쟁 중에 고향에 돌아가고픈 병사의 마음을 담은 노래라 한다. 이 노래를 조선 빨치산들도 부른 모양이다. 이 노래를 연주하며 다 부르지는 못하고 "꾀꼴새 꾀꼴새 떠들지 말고 전사들 좀 자게 해 다오" 한 소절만 부른 것이다. 원곡은.. 꾀꼴새 꾀꼴새 떠들지들 말고 전사들 좀 자게 해다오 좀 자게 해다오 전선에 봄은 왔어도 전사들 잠 못 이룬다 포소리 때문이더냐 싸움터가 아니런 듯 지저귀는 꾀꼴새들 그 소리에 잠 못 든다 꾀꼴새 꾀꼴새 떠들지들 말고 전사들 좀 자게 해 다오 좀 자게 해 다오 래일은..
선운사, 짧은 산책
선운사, 짧은 산책
2023.12.04한 댓새 됐을까? 눈 살째기 내린 어느날 선운사에 갔다. 좀 더 서둘러 갈걸.. 고닥새 다 녹아버리고 흔적만 남었다. 부도전 들러 제 자리로 돌아온 백파율사비에 새겨진 추사 글씨 구부다 본다. 안목이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할 뿐 감흥이 없다.도솔천 따라 오르는 길가, 무심히 서 있던 민불이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홍준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나서였다. 그 후론 오가면서 한 번씩 만져보고 쓸어보곤 했더랬다. 헌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조잡한 불상이 대신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절에서 성보 박물관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백파율사비와 함께 그 안에 모셔 두었던 것이다. 박물관이 닫히고 백파율사비는 제 자리로 돌아갔는데 민불은 박물관 앞에 서 있다. 중들 욕심이..선운사 동백은 4월에 핀다. 그 숲 속 ..
믿고 먹는 마라탕
믿고 먹는 마라탕
2023.11.07나는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약 없이.. 혈당 신경쓰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마라탕, 식후 혈당이 거의 전혀 오르지 않는다. 때론 오히려 내려가더라. 이것은 내 경험이다. 마라탕은 집에서 해먹는 거나 식당에서 사먹는 거나 다를 게 없더라. 집에서 내 입맛대로 해먹는 게 더 좋더라. 팽이, 목이, 느타리 등 각종 버섯 넣고 팔팔 끓이다가 두부 반 모와 만두 서너 개, 마라소스와 약간의 간(간장 그짓갈로 살짝).숙주나물, 배추, 쑥갓, 청경채.. 채소 듬뿍 넣고..청양고추 두 개, 마라소스 추가. 끝.
묵은지닭가슴살볶음
묵은지닭가슴살볶음
2023.11.07오래된 김치 냉장고 속에서 잊혀진 채 늙어가던 묵은지, 3년인지 4년인지.. 넘겨지지 않는 배랑빡 달력마냥 마냥 늙어가다 갑작스레 세상구경, 말강물에 흔들흔들 때깔 곱게 목욕재계하고 생면부지 닭가슴살과 상봉하다. 들지름 치고 청양고추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끝. 5분 완성, 맛나다.
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2023.11.02이덕구 선생님을 따라 한라산을 올라간 열여섯 살 김민주, 할아버지가 되어 과거를 회상하며 부른 악보도 없고 제목도 알 수 없는 노래. 하여 어떤 이는 '없는 노래'라 이름지어 부른 노래, 한라산 유격대를 추모하는 위령제에서 산오락회가 불렀다.소설 《제주도우다》에 이 노래가 등장한다.총알도 떨어지고 식량도 떨어졌다. 이 목숨을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완전한 패배가 분명하고 최후의 순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밤의 정적 속에서 멀리 해안선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먼 우렛소리처람 아련히 들려왔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직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무렵 입산자들 사이에 갑자기 번진 노래였다.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어두운 빛을 사방에 들이밀어..
한우사골 마라탕
한우사골 마라탕
2023.10.15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입맛도 그렇다. 토마토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으나 더 이상 손이 안 간다. 그 입맛, 마라탕으로 옮겨왔다. 마라탕 좋아하는 아들놈 따라 고창읍내까지 나가길 몇 차례, 맵고 얼얼한 맛에 중독되었다. 생각과 달리 혈당이 오르지 않으니 더욱 좋다. 여러 번 측정해도 역시 오르지 않더라. 포만감 좋고.. 집에서 해 먹지 못할 이유가 없겠다. 마침 한우 사골국물 선물 받은 날, 각종 야채와 마라탕 소스를 샀다. 그리고 끓였다. 사실 그냥 맹물로 해도 별 탈 없더라. 이왕이면 다홍치마 정도.. 사골국물 끓이고 고기 대신 두부, 어묵, 만두, 작고 야무진 베트남 고추를 먼저 넣었다. 마라 소스 적당량 풀어넣으니 대번에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각종 버섯(목이, 양송이, 표고) 넣고, 각종 야채..
날아라 홍범도
날아라 홍범도
2023.10.14사실 '홍범도=봉오동' 수준이었는데 홍범도 장군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 윤석열 덕이다.올 봄 농민군을 주로 새기던 홍규 형 판화전(혼비백산-아리랑고개)에 갑자기 등장한 홍범도 장군. 우리 민중들이 갑오년 지나 아리랑고개를 넘어가는 순간 등장하셨으니 동학농민혁명 이후 의병투쟁과, 그 의병투쟁이 만주와 연해주를 넘나드는 항일무장투쟁으로 이행하는 그 자리에 홍범도 장군이 계셨던 것이다.역사와 예술, 그 숭고한 아름다움을 기록한다는 것을 피하거나 부정하는 시대는 불순하거나 불행하다. 지들 마음대로 삭제하고 왜곡하는 예술행태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다는 것을 역사는 누누이 확인시켜 왔다. 작가의 말예술가의 촉이었을까? 마치 예견했던 것처럼.. 날으는 홍범도 장군가홍대장이 가는 길에는 일월이 명랑한데, 왜적 군..
조선의용군 행진곡(중국의 광활한 대지 위에)
조선의용군 행진곡(중국의 광활한 대지 위에)
2023.08.21조선의용군 행진곡 (노래:김강곤) 중국의 광활한 대지 우에 조선의 젊은이 행진하네 발맞춰 나가자 다 앞으로 지리한 어두운 밤 지나가고 빛나는 새 아침이 닥쳐오네 우렁찬 혁명의 함성 속에 의용군 깃발이 휘날린다 나가자 피 끓는 동무야 뚫어라 원수의 철조망 양자와 황하를 뛰어넘고 피 묻은 만주벌 결전에 원수를 동해로 내어몰자 전진 전진 광명한 저 앞길로 「중국의 광활한 대지 위에」는 조선의용군이 양자강 황하를 넘어 만주에서 결전을 치른 뒤 일제 원수를 동해로 내몰기 위해 진군하는 장면을 묘사한 노래이다. 조선의용대원 이정호가 1940년 2월에 조선의용대 조사주임으로 활동하면서 뤄양(洛陽)으로 북상할 때 작사 작곡한 작품이다. 1930년대 말부터 해방 이후까지 조선의용대와 조선의용군뿐만 아니라 만주에서도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