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산에 산새, 들에 들새
산에 산새, 들에 들새
2024.03.07산에 사는 산새, 들에 사는 들새, 물에 사는 물새.. 새들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이웃들이다. 새를 본다는 것은 새의 삶을 엿보는 것이니 우리의 관심과 관찰이 그들의 생활에 끼칠 영향을 무겁게 생각할 일이다. 수리부엉이는 산새인가, 들새인가? 녀석들은 산과 들의 경계에 산다. 암컷이 어딘가에 있겠는데 찾을 수 없다. 대놓고 다가가도 딸싹도 하지 않던 녀석,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황급히 퇴각, 다시 찾지 않으리라.. 백두대간 산지에서 만난 검은머리방울새 무리는 일본잎갈나무 열매만 골라 조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우리 집 지붕을 스쳐 뒷낭깥 소나무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솔잣새 무리, 이 녀석들을 처음 본 것은 인적 드문 선운산 깊은 산중이었다. 십 수년 만의 만남, 올해 수백 마리 솔잣새..
그 옛날 거전 갯벌에서..
그 옛날 거전 갯벌에서..
2024.02.26고부, 영원, 백산, 죽산 거쳐 광활 지나 진봉.. 한 시간여를 달려 징게 맹개 너른 들판의 끝자락 만경강 하구에 다다른다. 내 처음 심포항에 간 것은 17년 전이었다. 포구엔 어선이 가득하고 거리엔 조개구이집이 즐비했더랬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고 소위 각종 개발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너무도 많은 것이 변했다. 바닷물 찰싹였을 해안 초소, 초병은 간 곳 없고 초소만 위태롭게 남았다. 갯벌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초지로 조성된 비 내리는 거전 벌에 새떼들이 날아다닌다. 무슨 바이오 생명용지라 하더라. 도로 끝에 이르니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예전의 갯벌이 무성한 갈대밭으로 남아 있다.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면 여기는 다시 갯벌이 될 수 있을 터인데..솟대 위에 앉은 까마귀가 신령스럽다. 이 아이는 ..
돌아온 조복자
돌아온 조복자
2024.02.11그 옛날 '돌아온 무숙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면서 총만 잘 쐈던 사람 이야기였을까? 아마도 이 영화는 종길이 아재랑 자전거 끄시고 고창에 가서 봤던 것 같다. 그 내용이야 뭐 디지게 총질하는 것이었겠는데 내용은 간 데 없고 제목만 기억에 남았다. 오늘날 나는 '돌아온 조복자'가 되었다. 남들이 쉬 보지 못하는 새를 길 가다 보고, 얼떨결에 보고, 갔다 하면 보고.. 하여 나는 한때 조복 많은 사람으로 통했다. 그러던 것이 새 보러 돌아다닐 시간도 줄어들고, 재미도 시들해지고.. 그런데 최근 가는 곳마다 새들이 툭툭 튀어나와 새 보는 재미가 새록새록 살아온다. 타고난 조복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 나는 '돌아온 조복자'인 것이다. 재단사가 지나간 잔디밭, 찌르레기들이 먹..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2024.02.05잔디 출하를 시작하자 용케도 비가 내린다. 겨울비가 주룩주룩, 작업은 중단되었고 한동안 재개도 어렵겠다. 여러모로 일이 잘 안 풀린다. 아홉수에 걸렸으까? 아니다, 농사 절반은 하늘에 매인 탓이겠다. 어쩌면 팔자소관.. 굶주린 가창오리 일단의 무리들이 텅 빈 들판을 뒤적인다. 무슨 묵잘 것이 있을까? 너도 한 알, 나도 한 알 노나 묵지 못하고 너무 싹싹 긁어 거두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늘에는 늘 적정이 떠 있다. 배고픈 가창오리들을 습격한 참매, 혼비백산한 가창오리 뚝 너머 저수지로 돌아가고.. 사냥에 성공하지 못한 참매의 눈매가 퀭해 보인다. 북방에서 온 녀석일까? 그러니 이름자가 그렇겠지.. 흰눈썹울새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부질없다. 잿빛개구리매가 높이 떴다. 나는 연습하는 겐가, 녀석은 아..
우리 동네 새 둘러보기
우리 동네 새 둘러보기
2024.01.29동림지에 가창오리 떼가 가득하다. 쟁기촌 앞 저수지 가상 논배미, 고라니 한 마리 놀라 달아난다. 왕버들과 갈대가 무성히 자라 시야를 가려주니 오리들 동향을 살피기에 좋다. 나무와 수풀 틈새기 좁게 터지는 시야를 겨우 확보하고 자리를 잡으니 오리 떼가 점점 저수지 가상으로 밀려온다. 오리 떼 웅성거리는 소리 말고 고요하던 저수지가 일순 한바탕 소동에 휩싸인다. 뭔가에 자극을 받았다기보다는 낮에도 이렇게 법석을 떨며 자리 이동을 반복한다. 그러니 내 탓은 아니다. 가창오리가 발휘하는 이 고도의 집단성은 어떻게 훈련되었을까? 이들은 번식지에서는 짝을 이뤄 단독생활을 한다. 이들이 대군집을 이루는 것은 월동지에서다. 아마도 오랜 세월 갈고 닦인 생존의 기술일 것이다. 저수지 아래 들판에서 월동 중인 붉은뺨멧새..
눈 내린 날 새 보기
눈 내린 날 새 보기
2024.01.27화목 보일러 옆 덤불 속에서 겨울을 나는 굴뚝새, 보일러 장작 넣는데 찍찍거리며 분주하게 왔다리 갔다리.. 단 한 마리가 매년 오는데 같은 녀석인지, 대를 이어 찾아오는지는 알 길이 없다. 새들의 앞모습은 고약하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듯.. 그것은 내 감정이 이입되었을 뿐, 녀석은 먹잇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물속 작은 벌레들을 잘도 건져낸다. 이얍~ 짠!! 콩새 한 마리 날아와 풀씨 볼라 먹다 날아가고 나도 들판으로 나간다. 종다리 떼 뭐라 지저귀며 논바닥에 내려앉았다 일제히 날아올랐다 반복한다. 눈을 씻어가며 찾는다. 8마리 종다리가 날거나 앉아 있거나.. 황새 열댓 마리 무리 지어 있다 날아가 버린다. 날아갈 거라 예상치 못한 거리, 녀석들 되게 까칠하다. 갈대밭에 다가가 스윈호오..
도요물떼새의 춤사위
도요물떼새의 춤사위
2024.01.17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때로는 놀랍도록 사람의 행동을 규제한다. 덕분에 잊혀가던 도요물떼새가 밝은 빛과 만나게 되었다. 묵혀둔 새 사진 들여다보는 재미에 시간이 뜀뛰기 한다. 도요물떼새의 춤사위를 보시라. 대부분 민물도요, 여기에 좀, 세가락, 왕눈이 등이 섞여 있다. 다른 도요들도 군무를 펼치긴 하나 민물도요에 비할 수는 없다. 물이 들어오면서 너른 갯벌에 흩어져 먹이를 찾던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만조가 되어도 잠기지 않는 갯등에 모여 휴식을 취하는 민물도요 무리. 새 구부다보기 좋은 시간이다. 녀석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나름 샅샅이 뒤졌지만 넓적부리를 만나지 못했다. 때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늘 그렇다, 너무 늦거나 이르거나.. 물이 빠지면서 녀석들이 다시 ..
호사비오리, 노랑부리저어새, 캐나다두루미, 붉은가슴흰죽지
호사비오리, 노랑부리저어새, 캐나다두루미, 붉은가슴흰죽지
2024.01.15오며 가며 이따금 새를 본다. 그리곤 이내 잊는다. 새를 보겠다고 먼 길을 달리는 일도 이젠 없다. 그러다 한 번씩, 어쩌다 한 번씩.. 실로 오랜만에 그간 잡아놓은 새 구부다보는 재미에 밤이 깊었다. 눈 내리던 날, 지리산에서 내려와 잠시 눈을 맞춘 호사비오리 암수 한 쌍. 탐조 시간 3분, 휘리릭 날아가버리다. 열흘 가차이 머무르다 사라진 녀석들, 40여 마리나 되는 녀석들이 뭐 먹을 게 있다고 째깐헌 방죽에 그리 오래 머물렀는지.. 지난해보다 배는 늘어난 꽤 많은 흑두루미가 겨울을 나고 있다. 흑두루미 무리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들판을 거니는 캐나다두루미를 본다. 그리고 검은목두루미와 흑두루미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 희귀한 녀석들.. 적갈색흰죽지, 이 방죽에서 3년째 본다. 붉은가슴흰죽지, 이 작..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2023.01.01어느 날 길을 가다 만난 황새 떼, 황새 수십 마리 하늘 높이 떠서 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사진기를 집어 들었으나 메모리카드가 없다. 차속을 다 뒤졌지만 한 개가 없다.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발 달렸는갑다. 아쉬운 대로 전화기를 꺼내든다. 이 억센 가슴 어디에 쓰랴.. 황새 떼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https://youtu.be/j_T-QoeXEnw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 다시 황새 떼를 찾아 나선다. 황새 떼는 간 데 없고, 뜬금 없는 쇠부엉이를 만났다. 몸땡이 구석구석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고 잊힌 줄 알았던 탐조 본능이 되살아온다. 그리하여 나는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을 새와 함께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쟁기촌 논배미 아래 온통 얼어붙은 저수지, 아직 얼지 않..
만돌 갯벌 도요물떼새
만돌 갯벌 도요물떼새
2022.11.23심원 만돌 갯벌은 고창에서 새가 가장 많이 모이고 거쳐가는 곳이다. 찍어만 두고 들여다보지 못한 네 개의 폴더가 있다. 속사로 난사해놓은 수많은 사진들이 부담스러워 팽개쳐두었던 것이다. 비로소 들여다본다. 싸움 속 여유, 이것은 역설이다. 올라가는 녀석들, 내려가는 녀석들, 월동하는 녀석들, 눌러사는 녀석들, 번식하는 녀석들.. 가장 많은 것은 도요물떼새. 4월 18일, 여름 깃, 겨울 깃이 혼재된 민물도요들이 날아다니고 좀도요가 드물게 보인다. 이곳에서 번식하는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도 보이고..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겠는데 너무 일찍 갔다. 민물도요들이 어느새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많은 수의 민물도요들이 여기서 겨울을 난다. 번식을 위해 잠시 북상하는 시기를 빼..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
2022.09.09구레나룻제비갈매기를 흰죽지제비갈매기로 잘못 알아봤다. 유사하게 생긴 녀석들이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대강 훑어보고 지레짐작해버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겠다. 하여 자세히 들여다보고 뜯어본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겨울깃) 머리는 흰색이며 정수리 뒤쪽으로 검은 줄무늬(흰색 바탕의 검은 무늬)가 뚜렷하다. 흰죽지제비갈매기보다 뚜렷하고 뒷머리까지 이어진다. 꼬리는 짧고 가운데가 약간 오목하다. 눈 뒤쪽으로 큰 검은색 반점이 있다. 겨울깃으로 깃털 갈이 중인 개체는 몸 아랫면에 검은색이 남아 있다. 날개와 등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인다. 어린 새는 일부 날개덮깃과 셋째날개깃에 검은 반점이 있으며 깃 끝에 엷은 황갈색 무늬가 있다. 날 때 꼬리 끝에 가늘고 어두운 ..
구레나룻제비갈매기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022.09.09동림지 뚝방을 걷는다. 대략 1km, 뚝방길 걷기에는 더없이 좋을 때다. 태풍 힌남노 조용히 지나가 들판은 무사하다. 홀연 갈매기 한 무리 나를 스치고 날아간다. 대략 20여 마리,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날갯짓이 황홀하다.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가 사진기를 챙긴다. 갈빗대가 다 낫지 않아 자세가 나올까 염려했으나 큰 지장은 없다. 얼마 만인가? 사진기가 낯설다.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비갈매기다. 녀석들은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고 또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넓은 저수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녀석들을 잘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겠다. 도감을 뒤져보니 '흰죽지제비갈매기'라고 생각했으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니 '구레나룻제비갈매기'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