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고창이야기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2021.02.252월 18일, 간밤 눈이 내렸다. 널 뛰는 날씨, 봄과 겨울을 순식간에 오간다. 올 마지막 눈일까? 장담할 수 없다. 간만에 부지런 내서 껄맠 눈을 쓸고 나니 과히 할 일이 없다. 눈도 내렸는데 기동을 해야지 집에 있을 수 없다. 고추 모종 돌보고 계신 아산 동현 형님을 만나 시국 방담을 나눈다. 격조 있는 대화를 방해하는 혈통 복잡해 보이는 잡종견,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낑낑대는 녀석들을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했다. 얘야. 눈을 부릅뜨고 짖어야 무섭지.. 병길 형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어디서 뭇 허냐? 아산이요. 우리는 선운사 간다. 하여 달려갔다. 눈 쌓인 선운사, 도솔 계곡을 거슬러 천마봉까지 가기로 약조하였다. 바람 쌩쌩, 흡사 한겨울. 절집 돌담을 지나.. 도솔천을 끼고.. 천마봉에 올라 골짝을 ..
탈핵, 그리고 고준위 핵폐기물
탈핵, 그리고 고준위 핵폐기물
2017.08.31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놓고 고창과 영광, 전남북 반핵(탈핵) 활동가들이 토론회를 열었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를 말한다. 2003년 고창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던 정부 계획이 백지화된 지 14년, 나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핵발전 관련한 가장 거창한 토론회에 참여한 셈이다. 고창 핵폐기장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기까지 3~4년간 고창 사람들은 참으로 빡세게 싸웠고 그 앞장에 농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간 이 문제와 담을 쌓고 살아왔다. 어쩌면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 밝혔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
싱그러운 운곡습지의 아침
싱그러운 운곡습지의 아침
2015.08.27아침나절 운곡습지로 가는 길목 말끔히 단장해놓은 거미줄 복판에서 꼬마호랑거미가 볕을 쬐고 있다. 일광욕도 하고, 아침식사거리도 기다리고.. 이 자식 아침부터 1석2조를 노리고 있다. 가을분위기 물씬, 바짓가랭이에 채이는 이슬이 차갑다. 온통 팔랑나비(줄점팔랑나비) 천지다. 밤새 꿀물이 고였을까? 나팔꽃 깊숙히 고개를 쳐박은 팔랑나비는 누가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다. 사위를 아끼는 장모의 사연이 깃든 사위질빵 꽃에 앉은 녀석은 이슬로 해장하는 모양이다. 속이 개완해지겄다. 습지로 접어드는 고갯마루 붉노랑상사화가 은은하게 번지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숲길이 짙어지고 한 무리의 오색딱따구리 가족이 다소 요란스레 지나간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거미 한마리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 정교한 솜씨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