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제주 여행
짤막한 제주 여행
2020.11.30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마침 전농이 제주에서 '농민 기본법'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볼일까지 끼워 넣어 제주로 달린다. 맨 처음 당도한 곳은 김경훈 시인의 농막, 시인은 키우던 청계를 두 마리나 솥단지에 넣었다. 민중가수까지 동석하여 술자리는 금세 달아올랐다. 막걸리에 담금주까지 마셨다는데 나는 소주 단계에서 기억이 끊겼다. 앉은 자세 그대로 자다 쓰러졌다는.. 시인이 끓여준 떡국으로 속을 풀고 따라비 오름으로.. 토론회 장소가 표선이다. 가방을 둘러메는데 뭔가 허전하다. 하이고~ 렌즈만 챙기고 카메라를 두고 왔다. 이 무슨.. 갈수락 큰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화기 속 사진기가 있으니.. 따라비오름 끝자락 무덤가 작은 동자석이 망자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아..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2019.03.27산에는 눈이 나리고 들판에는 된서리가 쳤다. 그렇다 한들 오는 봄을 어찌 막을소냐? 된서리 맞은 목련에 상흔이 남았다. 그래서 더 곱다. 꽃샘추위는 오는 봄을 더욱 값지게 할 따름이다. 미선나무는 우리 누이 닮은 꽃을 피웠다. 개화 기간이 짧고 다소곳해서 아차 하면 내년을 기약해야.. 토종민들레는 단아하다. 굳이 꽃받침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개불알풀, 그 이름이 상스러워 점잖은 양반들은 봄까치꽃이라 부른다더라. 꽃 지고 맺힌 열매를 봐야 그 이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너는 여태 안가고 뭇 허냐? 여그서 살래? 산수유는 오래 간다. 남보다 먼저 봄을 밝혀 눈도 맞고 서리도 맞았지만 여전히 꿋꿋하다. 짝을 찾으시나? 장서방 시선이 아련하다. 꿩꿩 장서방 너의 집이 어딘가이산저산 넘어서 솔밭집이 ..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2016.06.23호사도요가 나타났다. 5년만에 다시 본다. 언젠가 소성 사는 농민회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놈 보시거든 신고하라 했더랬다. 대뜸 우리 논에서 봄마다 본다 말하기에 믿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대답하기에 아마도 꺅도요랄지 하는 녀석을 잘못 본 것일거라 생각했다. 애써 물어봐놓고 믿지 않은건 무슨 심보였던지 모를 일이다. 상대를 앝잡아 본거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몇년 전 일이다. 그런데 전화기로 사진이 날아왔다. 논에서 로타리 치는데 이 녀석들이 논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도요다. 잘못 본게 아니었군..녀석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논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차 트렉터 작업으로 은신처가 사라지자 이처럼 새끼를 달고 논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기로 박은 것이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2016.06.19지난 5월 6일, 음력 그믐날이니 물이 높은 날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리 물때에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 갯등이 있으니 이 곳은 각종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이자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 등의 번식처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혹 여름깃으로 갈아입은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의 갯등을 찾았다. 드넓은 갯벌이 물에 잠기고 갯등이 섬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점점이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물떼새들이 갯등으로 모여든다. 밀물이 최고조에 달하자 갯등은 기다란 섬이 되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꽤 많은 녀석들이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배에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여름깃으로 갈아입었다. 이 녀석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하고 나면 갯등은 몹시 한산해지게 될 것이다. 소수의 세가락도요 무리, 개중에 ..
중고딩 딱새
중고딩 딱새
2016.06.07둥지를 차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을 본 것이 엊그젠데 그 사이 제법 컸다. 좀 더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먹이도 직접 챙겨 먹는지 더 이상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도 안 보이고 먹이를 보채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아직 단독생활보다는 형제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다니거나 어린 딱새들을 근심스레 지켜보는 어미새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유아기를 벗어나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사람으로 치면 까칠한 중고딩쯤 되겠다. 전깃줄에 앉아 새끼들을 지켜보는 애비 딱새 쳇! 나도 이제 혼자 살 수 있다고.. 자 보라구! 이렇게 잘 나는데.. 이얍! 지붕 꼭대기에도 혼자 올라가고.. 까짓 세상 뭐가 무섭다고.. 근데 아자씬 뭘 보나? 딱새 첨 보나?
방장산 담색긴꼬리부전나비
방장산 담색긴꼬리부전나비
2015.06.08낮술이 얼근하게 오르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제법 온다. 방장산 임도에 올라 한숨 잤다. 비가 그치고 날이 한결 밝아져 있다. 비라고 삐애기 눈물만치나 오고 말았다. 차를 버리고 임도를 걷는다. 되지빠귀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산을 울린다. 이따금 소쩍새 소리 들리고 특이하게도 호반새소리가 들린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또르르르르르... 날이 얼마나 가물었는지 산딸기도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작은 나비 한 마리 훌쩍 날아 그리 가깝지 않은 참나무 이파리 위에 앉는다. 이상하게 끌리는 부전나비 종류, 첨 보는 녀석이다. 렌즈를 갈아 끼우러 다녀온 사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샅샅이 뒤졌지만 꼴도 안 보인다. 담색긴꼬리부전나비, 이름이 범상치 않다. 그나마 건진 사진이라곤 달랑 ..
검은바람까마귀(Black Drongo)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검은바람까마귀(Black Drongo)를 다시 볼 수 있을까?
2014.10.212008년 11월, 동림저수지 코도배기에서 검은바람까마귀를 보았다. 해마다 그즈음이 되면 녀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보곤 하지만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녀석이다. 회색 기운이 도는 가슴털이 보송보송한 것이 녀석은 유조라 했다. 고창에 서해안을 끼고 있지만 동림 저수지는 해안에서 시오리 가량 떨어져 있다. 주로 서해안 도서지방에서 관찰되는 녀석이 육지에서, 게다가 봄철이 아닌 늦가을 남하 시기에 나타났으니 극히 이례적인 관찰기록이라 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1988년 5월 19일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1 개체가 처음 확인되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 관찰기록이 증가하고 있다. 드물지만 규칙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 지역을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보통 5월 초순부터..
9.27 쌀 전면개방 저지 전국농민대회
9.27 쌀 전면개방 저지 전국농민대회
2014.10.01'근조' 쌀 전면개방 쌀 전면개방 저지! WTO 통보 중단! 농민은 예수가 아니다.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박근혜 퇴진! 쌀은 생명, 아이들의 미래 쌀 전면개방 중단하라!
가을이 오는 사진
가을이 오는 사진
2014.08.25가을이 오고 있다. 성큼..
장흥 천관산 달팽이 산행
장흥 천관산 달팽이 산행
2014.08.12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천관산을 오른다. 천관산은 이래저래 장흥 위씨들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위씨 집에서 자고 나서는 길이라 각별하게 느껴진다.천관산 기슭의 방촌 마을은 위씨들이 모여 살고 산으로 드는 입구에 '장천재'라는 위씨들의 재각이 있다. 장천재를 들머리로 삼아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시나브로 거칠어진 빗줄기가 우산을 꺼내게 만든다. 장천재 입구 청뢰문에 서서 우뢰 소리를 기다려보지만 들리지 않는다. 장천재를 지키다 늙어 죽은 소나무가 애처롭다. 팔색조 어린 녀석을 보았다. 최소한 세마리 이상은 되어보이는 녀석들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다 땅벌집을 건드려 벌 두방 쏘이고 퇴각. 10여분가량 몸의 반응을 살폈으나 이상 없어 금강굴을 지나 환희대에 이르는 길을 잡아 산을 오르기 ..
방장산 칡때까치
방장산 칡때까치
2014.07.26귀한 새도 한번 보고 나면 다시 보기 쉬워진다는 말은 보편적으로 맞는 말이다. 서식지의 특성, 출몰 시기, 기본 습성 등이 파악되는 데 따른 것이리라. 특히 어린 새들이 막 이소하여 어미새들을 따라다닐 시점이면 더욱 그렇다. 어미새와 어린새들은 쉴 새 없이 지저귀며 서로 소통하고 눈치없는 어린 것들은 자신의 위치를 쉽사리 노출시키기 때문에 어미새들이 애가 타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내 경우 호사도요는 1년이 넘게 거의 매일 관찰하다시피 했음에도 한번 종적을 감춘 이후 몇년이 지나도록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호사도요가 그립다. 알만큼 아는데.. 요사이 칡때까치가 자주 눈에 띈다. 작년 운곡습지에서 한차례 본 바 있고 올해는 고수 임도에서 본 이후 운곡습지, 방장산 임도 등지에서 여러차례 관찰..
소쩍새 날다!
소쩍새 날다!
2014.07.10방장산 임도를 타고 읍내에 나간다.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구름이 끼고 이따금 비가 내린다.날이 어두워서인가? 소쩍새 소리 들린다. 경험상 소쩍새는 소리에 응답을 잘 하는 녀석이다. 전화기 속 소쩍새 소리를 틀어놓으니 맞장구 쳐가며 트럭 쪽으로 다가온다. 짜식, 안보일것같지? 다 보여.. 소쩍새는 사실 작은 녀석이다. 덩치에 비해 소리가 클 뿐... 트럭 주변까지 날아와 나를 노려본다. 내가 이겼다. 이내 얼짱각도... 다음 순간소리 안나는 날개짓으로 숲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사람이 나타났다. 산림청 소속인 듯.. "아저씨 약초같은거 캐시면 안돼요"새 잡는건 괜찮허요?""보기만 하세요""예" 아따 그 양반 야무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