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칼국수 말고 장국수
장칼국수 말고 장국수
2021.10.07날이 꾸무럭하니 장칼국수를 먹고 싶은데 칼국수를 만들 재간은 없고 냉장고에 생면은 있다. 칼국수나 국수나 다 같은 밀가리 것이니 뭐 거기서 거기겄지. 장국을 먼저 만들고 국수를 넣으면 그게 장국수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먼저 멸치 다시물에 양파 작은 것 하나, 양송이 두 개. 콩나물 반 주먹.. 더 넣을 게 없네. 이제 생면을 넣고 고추장과 된장으로 간을 한다. 고추장은 매콤함과 달콤함을, 된장으로는 간을 맞춘다.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었다면 된장은 반 숟갈 정도.. 조리 시간이라야 물 끓는 시간, 국수 삶아지는 시간.. 나는 이런 간편한 음식이 좋다. 잠깐 사이 뜨끈하고 국물 걸죽한 장국수가 만들어졌다. 늘 양 조절에 실패하지만 남기는 법은 없다. 요즘 부쩍 밀가리 것이 땡긴다. 살찔까 걱정이지만 다시 ..
한우 불고기
한우 불고기
2020.12.28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쇠고기, 국거리용은 미역국 끓여 먹고 불고기용이 남았다. 추석 때 받은 것이니 해 넘어가기 전에 먹어 치우는 것이 죽어 고기를 남긴 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헌데 불고기라는 건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래 요리가 뭐 별 것이더냐?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까짓 것 해보는 거다. 양념장이 불고기 맛을 좌우할 것이기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그 맛을 상상해가며 양념장을 정성껏 준비한다. 꽁꽁 언 쇠고기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양념장을 만들어 보는디.. 나는 간장을 고를 때 우리콩으로 만들었는지 소금은 어떤 걸 썼는지 확인한다. 우리콩 천일염으로 만든 진간장 적당량, 이건 순전히 감이다. 쇠고기 양을 감안하여 이 정도는 되야겠다는 느낌만큼 간장을 붓고..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2020.12.06고2 때쯤이었던지.. 형과 함께 장흥에 갔더랬다. 그것도 정초에.. 난생처음이었는데 딱 세 가지 기억이 남아 있다. 읍내를 관통해 흐르던 탐진강, 강 건너 산 중턱 며느리바위와 그에 얽힌 전설, 멋모르고 떠먹었다 곤욕을 치른 매생이 떡국. 그 후 3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최근 몇 년 사이 이래저래 꽤 자주 오가는 고장이 되었으니.. 어제는 산에 못 가는 대신 "장흥이나 가자" 하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산에는 왜 가지 못했는가? 발 병이 났다. 틀림없는 족저근막염, 적절한 치료대책이 필요하다. 장흥에서는 뭘 했을까? 몇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음식과 다량의 술을 마셨다. 그중에 하나 기억에 남길만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닭도리탕'이다. 맛을 잘 아는 냥반..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2020.06.14장 본지가 언젠지.. 있는 걸로 해 먹기, 오늘은 파스타. 표고버섯 세 개, 청양고추 한 개, 들깻가루 다량, 올리브기름이 없어 들기름으로.. 1. 면을 삶는다. 2. 후라이팬에 들기름 두르고 표고버섯 먼저 3. 면을 투여하고 뒤적거리다 면 삶은 물을 적당량 붓고 들깻가루 4. 베트남 쌀국수 소스 적당량 5. 청양고추 썰어 넣고 끝 맛 죻타!
우렁이 된장볶음
우렁이 된장볶음
2020.01.23얼마 전 공력 높은 호래비 집에서 하루를 묵고 받은 아침밥상. 그 밥상에 볶은 된장이 있었다. 어찌 만드는가 물었다. 우렁이, 멸치, 청양고추, 들기름.. 물 쩨까 넣고 볶으면 된다 했다. 그처럼 간편한데 이런 맛이 나온단 말인가? '나도 해 먹어야겠다', 가슴에 새겼다. 우렁이살 사놓고 집에서 밥 먹을 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나도 된장을 볶았다. 물이 약간 많아 지졌다 말해도 별반 그르지 않겠다. 멸치 다듬어 우렁이살, 다진 마늘, 달군 뚝배기에 들기름 쳐 살짝 볶다 물 자작하게 붓고, 된장 퍽퍽 퍼 넣고 달달 볶는다. 적당한 시기에 대파, 청양고추 댓 개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들기름 좀 더 치고 끝, 맛을 봤다. '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 오늘 이걸 끝내 다 먹고 말지.. 반주 한..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실가리 된장국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실가리 된장국
2018.11.13웃집 아짐 후타리 너머로 애타게 부르더니 막 건져낸 실가리 한 보따리, 된장 한 양판을 건넨다. 된장은 두고 먹는다 치고 실가리는 언제 다 먹는다냐.. 일단 한 댓새는 실가리 된장국으로 밀고 나가야겄다. 실가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공력이 들어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허나 실가리 된장국은 무척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실가리 잘게 썰어 한 뚝배기 빡빡하게 넣고, 된장 아까라 말고 한 숟갈 듬뿍. 오로지 된장만으로 간을 맞춘다. 다진 마늘 적당히, 청양고추 양껏 투여. 끝. 무슨 육수 따로 낼 것 없이, 다른 양념 없이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 맛나다. 본연의 맛에 충실한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실가리 된장국. 한그럭 뚝딱, 남김없이..
된장찌개
된장찌개
2017.07.17감자 부자 되얐다. 젊은 상농사꾼들이 생산한 강원도 감자, 전라도 감자.. 강원도 감자는 그냥 감자. 전라도 감자는 적색 감자.. 아니고 자색 감자.. 당분간 감자 먹어치우는 식생활에 집중하지 않으면 한 절반 썩후기 십상이겠다. 밑반잔에 의존해 대충 차려먹던 점심상에 된장찌개를 올린다. 된장찌개는 아무렇게나 끓여도 맛난 세상 손쉬운 음식인데 식당에서 내놓는 맛없는 된장찌개를 마주할 때면 이것도 재주다 싶어 욕이 절로 나온다. 감자, 돼지고기 혹은 호박 등 주재료가 정해지면 멸치로 국물 내 된장 풀고 마늘, 양파, 고추, 대파를 적절히 투여하여 자신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끓이면 되는 것을.. 세상 일이 다 그렇겠지만 요리라는 것도 줏대가 있어야 제대로 된다. 내가 무슨 음식을 만들 것인지, 구현하고자 하는..
느타리버섯
느타리버섯
2016.10.28좋은 것은 아니라면서 안겨준 느타리버섯 한보따리. 과연 이것을 제때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크게 걱정하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어야지 먹어야지..' 염불을 외두다시피 했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 마침 나가 있는 애들도 집에 왔다. 우리 애들은 아버지의 요리에 대한 신뢰가 깊다. 일단 데쳐내서 너무 큰 것들만 먹기 좋게 찢고 물기를 꼭 짜준다. 느타리버섯을 맛나게 먹기 위한 첫번째 공정, 어떻게 해먹건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고추장버섯찌개첫번째 요리는 매움한 버섯찌개로.. 고추장버섯찌개, 이름은 내가 붙였다. 애호박찌개 끓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냉동실 속 돼지고기 한덤배기 썰어 고추장에 버무려가며 볶아대다가 버섯 넣고 좀 더 볶다가 멸치 다싯물 붓고 끓이면서 파, 마늘, 양파, 청양고..
국수호박 비빔국수
국수호박 비빔국수
2016.07.26신림 사는 태영이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말씀의 요지는 국수호박 50여개를 원협에 냈는데 이 씨벌놈들이 2만원 쳤다는 것이다. "내 아무리 묵어보기나 할 요량으로 심었다가 하도 많이 열어 장에 냈지만 인터넷에서는 한뎅이에 만원, 2만원 하는데 이런 상놈의 새끼들이 없다"고 적지 않게 흥분하셨다. 차라리 노나묵고 말겠다고 공판장 근처 사는 정읍 농민회원 있으면 알려달라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공판장에서 돌아온 국수호박이 그날밤 민중연합당 농민당 도당위원장 선출대회에 나타났다. 한망에 만원, 국수호박은 순식간에 12만원 지폐와 교환되었다. 이렇듯 곡절을 겪은 국수호박이 도마에 올랐다. 요거는 태영이 형님이 거저 준 잔챙이 국수호박, 큰 참외보다 좀 더 크다. 따서 그냥 한데다 둬도 오래 간다 한다. 저장..
김치된장찌개
김치된장찌개
2016.06.21된장찌개에 묵은지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게 궁합이 맞나? 꽤 오래된 의문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것이 될 것 같아 시도해보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된 날, 잔디밭 맨다고 호미 들고 덤성거리다 비에 살짝 젖은 몸으로 집에 들어오니 만사가 귀찮다. 밥은 먹어야 되겠고.. 이럴 때는 된장찌개가 제격이다.된장찌개는 아무렇게나 끓여도 항상 맛있다. 어찌하면 된장찌개를 맛없게 끓일 수 있는지 그 또한 재주라고 생각하며 산다. 여느때처럼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보새기가 눈에 들어온다. 또 냉장고에 넣는 걸 잊어버렸군..저 보새기 속 묵은지는 이래저래 찬밥 덩어리만도 못한 신세로 풍미를 잃어가고 있다. 애라 모르겄다. 반보새기나마 되는 묵은지를 그대로 끓고 있는 된장찌개에 투여했다. 아...
갈치조림 이야기
갈치조림 이야기
2016.05.24주룩주룩 못비가 내린다. 때아닌 무더위 땡볕에 잔디들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는데 여러모로 잘 내리는 비다. 비 소식에 잔디들 이발시켰는데 좋아라 하겠다. 잔디는 그렇다 치고 논로타리 초벌 조져놔야 하는데 가진 것이 뚜껑 없는 오픈카 뿐인지라 난감하다. 파라솔이라도 매달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며 세시간째 뭉그적거린다. 노느니 염불 하더라고 엊지녁 만들어 먹은 갈치조림 얘기를 잠시 할까 한다. 나에게는 멀리 장흥으로 시집간 절친이 하나 있다. 된장 좀 달라 했더니 된장 한되빡 가져다주면서 고사리하고 갈치 토막을 주고 갔다. "고사리 바닥에 깔고 죽순 있으면 ?&%$@# 해서 간장 붓고 꼬칫가리 어찌고 저찌고.." 뭐라뭐라 하고 갔다. 갈치를 다뤄본 적은 없고.. 인터넷을 뒤져볼까 하다 주고 간 성의를..
초간단 곤드레나물볶음
초간단 곤드레나물볶음
2016.05.23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에 불리고, 들기름 두르고 볶다, 소금 간만 했을 뿐..이것 만으로도 곤드레나물은 자신이 지닌 맛과 향을 고스란히 내주었다. 요리라는 행위 그 순간보다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따름이다. 물에 담가놓고 바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고..밥을 늘 집에서 먹는 것이 아니기에..그러다보니 또 이틀 밤을 재웠다. 물기 짜내고 적당히 칼질해서 들지름 두른 팬에 볶는다. 아차! 삶아야 하는데.. 이미 때는 늦었다. 물에 오래 불렸으니 그냥 하자고..요리에 무슨 법칙이 있나? 내 요리는 내가 한다.들지름 아까라 말자. 들들 볶다 소금 간을 했다. 끝- 간단명료한 말 그대로의 곤드레나물 볶음이다.곤드레나물 본연의 맛과 향이 구수한 들지름과 잘 어우러졌다.한번 해보시라. 정말 맛있다.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2016.05.18제사 때 사놓은 곤드레나물이 하릴 없이 늙어간다. 먹어 치워야지.. 그래서 작심했다. 곤드레밥을 해먹겠노라.. 그런데 그 준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래 걸렸다. 곤드레나물을 물에 불린 후 삶아 알맞은 크기로 잘랐다. 여기까지 2박3일, 한 삼십분 물에 불리면 되겠지 했다가 "아 그게 아니구나" 하고 하룻 저녁 재우고.. 그러고는 곤드레밥을 까맣게 잊었다가 그 이틑날에야 물에 담긴 곤드레나물을 발견하고 "아 곤드레밥.." ㅎㅎ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다. 좌우튼 오랜 기간 물에 불렸으니 삶는 시간은 좀 짧게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맞지 않아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루를 더 재웠다. 곤드레나물을 꺼내 볶는다. 들기름 아까라 말고 볶다가 음식 싱거운 건 참지 못하는 성미대로 소금..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2016.05.17어릴 적 나는 약골이었다.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사이면 여지없이 독감을 앓아야 했고 배앓이도 자주 했으며, 하도 넘어지기를 잘해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어쩌다 오늘날과 같이 상당한 건강 체질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 옛날 심하게 앓고 나 기력이 없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것이 있었으니 부추 계란탕이다. 원기를 북돋는데 좋은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부추를 솔이라 한다. 텃밭 한켠 은행나무 아래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관리하던 두세 평쯤 되는 솔밭이 있었다. 그야말로 솔잎처럼 가는 조선 솔이었는데 우리 식구는 물론 동네 아짐들까지 다 나눠먹기에도 충분해서 바구니 들고 와서 잘라가곤 했다. 어머니는 솔밭에 늘 재를 뿌려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
목이버섯볶음
목이버섯볶음
2016.05.10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린 사진기 기억장치를 찾느라 온 방안을 다 뒤졌다.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대신 먹을거리를 찾았다. ,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3월 백두산 기행 때 조선족 가이드가 선물로 준 것을 잊고 있었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인가..기억장치가 내 기억을 앗아 작심하고 영영 숨어버린 모양이다. 포장을 뜯으니 소포장 10개가 들어 있다. 사림 귀를 닮아 '목이'라 했다지.. 나무귀인 셈이다. 말려서 압착시켰다. 압착시켜서 말린건가?물에 불리면 원형으로 복구된다 하는데 양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혼자 한끼 먹을 양이 아닐까 싶다. 반신반의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물에 담근지 30여분 지나니 이렇게 몸집이 불어났다. 잘 행궈 채에 걸러 물끼를 뺀다. 다진마늘 먼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