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WTO 나이로비 각료회의 원정투쟁단이 12월 14일 출발에 앞서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농성장 앞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13년 발리 각료회의 원정투쟁




[사설] WTO 각료회의 원정투쟁단을 응원하며



민중의 소리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다. WTO는 UR(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 결과 출범했고, UR 협상에 따른 농산물 자유무역 조치에 더해 추가적이고 새로운 의무이행에 관한 규범을 만들기 위한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주도해온 것은 미국과 EU 등 농업 선진국들이다.


WTO 출범 20년,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전면적인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은 국내 농업농민의 급격한 몰락과 해체를 가져왔다. 범람하는 수입농산물은 농산물 가격의 전반적 하락과 항시적 폭락을 불러와 국내 농업생산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농민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추락한 식량자급률과 반토막 난 농업인구가 이를 입증한다. WTO는 오늘날 한국 농업농민 문제의 발단이자 원흉이다.


WTO는 농산물 자유무역으로 세계 기아인구를 줄일 수 있다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절대적 식량부족, 가격폭등으로 인한 빈곤과 기아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WTO는 세계 식량위기를 심화시켜온 장본인이다. 이는 WTO가 농산물을 사람을 위한 식량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상품으로 취급하여 초국적 농식품 자본의 더 많은 이윤 추구의 첨병으로 활동해온 탓이다.


지난 20년 간 전세계 농민들은 국제농민조직 비아 캄페시나를 중심으로 WTO에 맞서 줄기차게 싸워왔다. 농민들은 식량은 상품이 아니며, 농산물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빈곤과 기아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식량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WTO에서 농업을 제외시키기 위해 싸워 왔으며 이는 WTO 체제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이 과정에는 한국 농민의 숭고한 피와 영웅적 투쟁이 깃들어 있다. 2003년 칸쿤, 2005년 홍콩 각료회의에 맞선 강력한 투쟁으로 WTO는 애초 목표로 했던 DDA 협상 타결에 실패했고, 그 이후 DDA 협상은 떠돌이 신세가 되어 장기표류하고 있다. 오늘날 다자간 통상협상이 활기를 잃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를 이루게 된 배경이 된다.


한국 농민들은 WTO 체제에 맞서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여 왔으며, FTA/TPP 저지투쟁을 오늘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투쟁은 완전한 승리로 나아가지 못하고 개방과 몰락의 속도를 조금 늦춰 식량주권이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을 막아내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조건에서 WTO, FTA에 맞선 농민들의 투쟁이 국제연대와 공동행동의 강화를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전농을 비롯한 농민운동 단체들이 비상하게 전개되는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WTO 나이로비 각료회의에 원정투쟁단을 파견하는 이유이다.


한국 원정투쟁단은 쌀의 의무수입물량 철폐와 TPP 반대에 관한 국제연대와 공동투쟁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쌀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도 41만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는 WTO의 강도적 논리를 규탄하고 없애나가자는 것이다. 동시에 나라별 투쟁에 머물렀던 FTA, TPP 반대투쟁을 국제연대투쟁으로 끌어올려 전세계적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간고한 조건에서 이역만리 원정투쟁에 나서는 농민들에게 힘찬 연대와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