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내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게 될 줄이야..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꽤 재미나게 보고는 호기심에 두어 번 먹어봤을 뿐 그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음식인데 말이다.
며칠 전 다녀간 딸래미가 장을 봐와서 새우 하고 바지락 넣고 해물 파스타를 해 먹고 갔다.
후라이팬에 올리브기름 붓고 볶아먹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해두었다.
딸래미가 해준 해물 파스타, 딸래미는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맛있게 싹싹 긁어가며 먹어주었다.
면이고 뭐고 좀 뻣뻣하고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장작 한 트럭 뽀개고 가창오리 날려 보내고 들어오니 밥해먹기는 다소 늦은 시각이 되고 말았다.
술 한잔 하자던 양반은 전화도 안 받고..
파스타 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저걸 먹어 없애자.
쓸만한 재료라고는 감자, 양파뿐인지라 '감자 양파 파스타'를 검색하니 그게 나온다.
있는 음식이란 말이지..
요리법도 간단하기 짝이 없다.
면 삶고, 마늘, 양파, 감자채 썰어 후라이팬에 올리브기름 붓고 볶다가 면 넣고 버물러먹으면 된다.
먼저 면을 삶았다. 라면보다 두배 정도는 삶아야 익는다. 삶는 물에 소금을 넣으라 했다.
면 삶은 물을 감자, 양파 볶을 때 부으라 하니 면을 젓가락으로 건져 그릇에 옮겨 담았다.
건져낸 면에 올리브기름을 치면 불지 않는다 하여 기름 붓고 섞어주었다.
올여름 그리스에 연수 다녀온 사람들이 좋은 거라고 사다 준 올리브기름이다.
먼저 마늘을 볶으라 했다. 다진 마늘밖에 없어 그걸로 했다.
바로 연달아 감자, 양파 넣고 볶다가 면 삶은 물을 부어가며 익혔다.
무슨 치즈가루 넣으라는데 그런 건 없고 매운 것일 거라 생각하고 사다 둔 '리고 핫 소스'가 있어 상당히 뿌렸다.
매운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하긴 한데 그럭저럭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면과 청양고추 다진 것을 넣고 면 삶은 물 마저 붓고 잘 섞었다.
이제 다 되었다. 렌즈에 김이 서려 하얗게 나왔다.
양이 꽤 많다. 면을 좋아하는지라 조금 더 조금 더 하다 항상 많은 양을 삶게 된다.
맛있다. 요리가 뭐 별거 있나?
내 입맛대로, 내가 상상한 대로 매콤 새콤하면서 촉촉하게 잘 만들어졌다.
한 접시 마구 흡입하고 남은 것으로 째를 내 담아봤다.
음식은 눈으로 보는 맛이 절반이라는데..
내 살다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보는 것도, 그것이 맛있게 잘 만들어진 것도 모다 재미가 있어 이렇게 기록하여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