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부엉이가 사냥에 성공하여 들쥐를 포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324-4호(올빼미목 올빼미과)

한차례 매서운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겠지만 무르익는 봄기운을 무시할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
속없다 할지 모르겠으나 문득 눈 덮인 하얀 들판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천지간에 눈이 덮이고 북극의 찬 공기가 엄습하여 ‘엄동설한’이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실감하던 당시 동림 저수지 아래 눈 덮인 들판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새를 보았다.
독특한 외모에 큼직한 날개, 소리없는 비행이 주특기인 녀석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하얀 들판에서 용케도 쥐를 찾아 사냥에 성공하곤 하였다.

해질 무렵 석양이 비낀 하늘을 날고 있는 쇠부엉이의 눈매가 매섭다

쇠부엉이, 밤에만 활동하는 여타 올빼미류와 달리 쇠부엉이는 해가 떠오른 후의 아침이나 석양이 깃들기 시작하는 비교적 밝은 낮부터 사냥을 시작한다. 극지방 인근에서 밤이 대단히 짧은 여름철에 번식하면서 부족한 먹이를 충당하기 위해 낮을 밤 삼아 사냥하며 진화한 탓이 아닐까 추측한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찾아오는 쇠부엉이 외에 텃새로 사는 수리부엉이와 여름 손님 솔부엉이, 겨울 손님 칡부엉이가 있다. 이름 앞에 붙은 ‘쇠’는 작다는 의미로 쇠부엉이는 부엉이라 이름 붙은 녀석들 중에 작은 편에 속하며 강가의 농경지, 갈대밭 주변에 서식하며 툭 터진 넓은 들판에서 활동한다. 주식은 들쥐이다. 

쇠부엉이를 보러 다니다가 예기치 않게 삵을 보았다. 동림저수지 여수로 갈대밭 사이로 본 녀석은 뭔가를 해치우고 난 다음인지 입을 닦아내며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살가지라는 그 이름, 어릴 때부터 무던히 듣고 자라며 닭이 없어지면 무조건 이 녀석 짓이라고 믿고 살았을 뿐 직접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금은 귀한 몸이 되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갈대밭의 삵 (고양이과 살쾡이속,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언뜻 고양이를 닮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범상치 않다. 갈대 숲 사이로 나를 노려보던 녀석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다. 글자 그대로, 이름 그대로 살그머니….
요사이 동림저수지에 가창오리 30여만 마리가 찾아와 머물고 있다. 날이 풀리면서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가창오리 군무를 담기 위한 사진가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구제역에, AI에 흉흉해진 농촌 들녘에 과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창오리가 군무를 펼치고 쇠부엉이가 활공하며 삵이 서식하는 동림저수지와 그 주변의 건강한 생태계가 사람들의 부당한 침입에 훼손됨 없이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