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심어놓고 까치란 놈이 얼마나 극성스레 파먹어대던지 총을 들고 징벌한 적이 있었다.
낭깥 속으로 날아든 까치를 좇아 들어갔다가 문득 마주친 녀석, 소쩍새였다.
소쩍새나 나나 저으기 당황하여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총이 아닌 사진기가 손에 있어야 했다.
그 후로 해마다 봄이 되어 앞산 뒷산에서 소  쩍   소  쩍  소  쩍  꿍  소  쩍  꿍 소리가 들린다 치면 저 녀석을 언젠가 다시 대면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지경이 되었다.
허나 야행성에 은신성까지 뛰어난 녀석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올해도 소쩍새가 울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되어가지 않나 싶다.
간간히 소리가 들릴때마다 마루에 나가 위치를 가늠하며 기회를 엿보던 중..
비가 올동말동 하는 흐린 날 땅콩밭을 닦달하는 바쁜 마음을 조롱이라도 하듯 옆 낭깥 속에서 한가롭게 울어대던 녀석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공구고 또 공구었다.
꼭 찾아내서 보고야 말리라.
다음날 할매 셋이 땅콩을 심기 시작하고 나는 소쩍새 찾기를 시작하였다.
어제 일이다.
전화기에 담긴 소쩍새 소리를 차량 스피커에 연결하여 틀어놓으니 얼마 가지 않아 낭깥 속 소쩍새가 화답하기 시작한다.
사진기를 들고 차에서 내려 위치를 가늠하며 접근한다. 소쩍새 울음 소리는 간간이 들리다 멈추다 하고 소리 또한 커졌다 작아졌다 하여 도무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소리가 나는 쪽은 신우대와 대나무가 칙칙하게 들어차 있어 걸음을 옮기기조차 힘이 든다.
한사코 대나무 위로 솟은 소나무 높은 가지만을 살피던 중 바로 앞에서 새가 날아 멀지 않은 곳에 다시 앉는다.
녀석이다. 녀석은 대나무 가지 위에 앉은 듯 하다. 
맨눈으로는 찾을 수 없다. 망원경으로 샅샅히 살피던 중 드디어 녀석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잠시 눈을 떼었다 다시 찾자면 시간이 걸린다.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좀 더 접근하기 위해 발을 떼던 중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도무지 기척이 없다. 모기가 없어 다행이다.
포기하고 나오는데 차 바로 옆에서 날아간다. 
경쟁자로 생각했을까? 줄기차게 울어대는 차 속 동료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신우대밭 가장자리에 앉았다. 망원경은 역시 탐조의 필수품이다.


생각보다 작다. 매미보다 좀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한발 접근하여 찍고, 다시 한발 전진하고.. 꽤 가까이 가도록 빤히 쳐다보면서도 접근을 허용한다.  
착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녀석은 그렇게 내 사진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몇년에 걸친 나의 원을 풀이하였다.
소쩍새도 보았으니 올 풍년 농사는 따논 당상이다.
소쩍새야. 솥이 적어 피를 토하고 굶어죽어 네가 되었다는 슬프디 슬픈 며느리 전설 말고 새로운 전설을 만들자.
네가 밤을 세워 울음을 토해낸 공으로 쥐새끼가 사라지고 농민세상이 도래하였다는 새로운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