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이 옳고 박근혜가 틀렸다. 



24일 국가정보원이 2007년 10.4선언 합의과정에서 나온 남북정상 사이의 대화록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정황은 국정원이 10.4선언을 짓부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해서라도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국정조사 압박을 피해보고자 놓은 맞불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심지어 이참에 아예 노무현과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를 싸잡아 ‘종북’세력으로 만들어 국정원의 그간 위법적 정치개입활동의 정당성을 부여하고픈 속내까지 엿보인다. 국정원의 행위는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벌인 무모한 도발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화록의 내용에 놀란 사람들은 ‘한 건 잡겠다’고 설쳤던 수구보수세력이다. 아무리 읽어봐도 그들이 기대했던 NLL포기발언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려는 남북정상 간의 웅대한 미래구상만이 가득했다.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을 임의적으로 발췌하여 ‘대한민국 비하’라며 흥분했지만 6.15정신과 정상회담의 격에 어긋난 발언은 한군데도 찾아볼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그러나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역사인식이다. NLL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지 남북이 합의한 해상경계선이 아니다. 이는 역사적 진실이다. 그러나 NLL은 우리 사회에서는 분계선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현실로서 무시할 수 없는 실체라는 점도 사실이다. 10.4선언의 평화협력지대 구상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화 곳곳에서 10.4선언 합의 내용을 진지하게 협의했다.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하고”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군사안보지도를 평화경제협력지도로 덮자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이에 대해 6.15선언을 합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절묘하고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남북 정상은 이제 어디에 선 그어놓고 싸우지 말고 공동어로수역과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어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뜻을 모았고 마침내 2007년 10월 4일 역사적인 정상간 합의를 만들었다. 국민들은 열광했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등 기업인들도 동조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통해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약속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이 주장해 온 각각의 해상경계선의 모호함을 해소하고 분쟁의 불씨를 제거하기 위한 획기적 대책을 합의하고 온 것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영토선을 포기하고 온 것이 아니라 평화의 선을 확장했다. 남북 대결 상황에서의 협소한 국익 추구가 아니라 민족의 공동 이익을 만들었다. 

결국 국정원이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벗어나고자 제물로 삼고자 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인 10.4선언 그 자체였다. 시대착오적 망상이고 그야말로 민족 배신 행위다. 

국민들은 이 광대극의 시작이 박근혜 후보와 선거캠프가 벌여놓은 것이란 걸 잊지 않고 있다. 선거기간 박근혜 후보는 “대화록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공세를 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통령기록물보관소까지 쫒아가서 문을 열어달라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이처럼 색깔론이 대선의 중심이 된 밑바탕에 국정원의 공작이 있었다. 

국정원의 집요한 색깔론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공세를 통한 야권연대 무력화, NLL 영토 포기설 유포, 경찰 상부의 수사 조작, 그리고 이번의 남북정상대화록 전격 공개까지 일련의 사건은 수구집권세력의 재집권과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정원장의 상부는 대통령 단 한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지난해 12월 16일 날조된 경찰수사발표 개입 의혹에 이어 위법한 대화록 공개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안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분단의 선을 넘어 평화의 합의를 만들어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또다시 허용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최후 경계선을 넘었다. 국민은 결코 앉아서 구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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