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투쟁단', 
농민들은 왜 전봉준 장군의 이름으로 싸우는가? 


조선 말기 부패 무능한 봉건왕조의 타락상은 극에 달했고, 헐벗은 백성들의 참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식민지 쟁탈전에 나선 서구 열강과 군국주의화한 일본의 발톱은 호시탐탐 조선 침략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명운을 다한 조선왕조, 우리 민족은 운명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때 '보국안민' '척양척왜'의 기치를 들고 농민군이 일어났다. 
반제 반봉건의 기치 높이 백성이 주인 되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사대주의에 물젖은 봉건 통치배들은 외세의 힘을 빌어 농민군 토벌에 나선다. 
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하자 청나라를 불러들여 청일전쟁의 불집을 터뜨렸고, 2차 봉기에는 관군의 작전지휘권을 일본군에 맡겨 농민군 토벌전을 전개한다. 
농민군은 우금티를 넘지 못하고, 조일 연합군의 대대적인 토벌전에 처참하게 희생, 소멸하고 만다.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실패 이후 자신의 민족적 역량을 스스로 허물어버린 조선왕조는 급격한 쇠락 끝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12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외세에 빌붙어 자신의 명줄을 유지코자 했던 봉건 통치배들은 일제강점기, 해방정국을 거치는 격랑의 근현대사에서 고스란히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한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의 최상층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정권과 그 부역자들의 부패 타락한 몰골이 조선 말기 봉건 통치배들의 부패 타락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미일 3국의 지배 추종 관계는 또 어떠한가?

전농 김영호 의장은 26일 광화문 농민대회와 범국민 촛불집회에서 '역사 투쟁'을 천명했다. 
그렇다. 농민들은 지금 단순히 쌀값이나 올려받자고 싸움에 나선 것이 아니다.
농민들은 일찍이 "박근혜 정권 퇴진 없이 쌀값 보장 어림없다"는 인식 하에 쌀값 투쟁과 박근혜 퇴진 투쟁을 일치시켜 왔다. 
그리고 농민들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내딛고 있다. 
전농이 천명한 '역사 투쟁'은 동학농민혁명이 실패한 이래 지속되어 온 우리 민족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투쟁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 농민들에게 있어 사대주의적 개방농정을 철폐하고 민족자주에 기반한 식량주권 농정을 실현하는 투쟁으로 된다. 

갑오년 조선 천지를 진감케 한 전봉준 장군의 호령 소리가 오늘날 남녘 땅에 메아리친다. 
"조금도 주저치 말고 지금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해도 미치지 못하리라!"

날이 밝았다. 이런 하늘 참 좋다. 뭔가 일이 날 것 같은..
해남, 진주를 출발해서 천리길을 달린 전봉준 투쟁단이 한양에 입성하는 날,
길을 나선다. 
죽창을 쥔 할아버지들이 나섰던 길, 
살던 집을 불사르며 살아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나섰던 그 길,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결사의 투쟁이 있었기에
나는 그저 운전대만 잡고도 그럴싸한 출정의 결의를 다지며 길을 나선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전국에서 모여드는 차량과 마주친다.
1차 집결지 입장휴게소에 도착한 차량들은 전봉준 투쟁단 대장 트랙터가 발이 묶였다는 소식에 곧바로 안성으로 달려간다. 
달려가는 사이 트랙터는 이미 경찰 포위망을 돌파하고 안성시내로 향하고 있다. 평택대 앞으로 대오가 이동한다. 
연도의 시민들이 열렬히 손을 흔들며 농민들의 투쟁을 격려한다. 

대장 트렉터의 위용

이 시각 경찰의 광화문 농민대회 금지통고에 대해 법원이 효력을 정지시켰다[각주:1]는 소식이 전해진다. 
광화문 농민대회 개최 및 행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는 결정이다.
다만 집회장소인 '세종로 공원 앞' 도로에 트럭과 트렉터를 주차하는 것과 트랙터 행진(세종로 공원-정부광화문청사-경복궁역 교차로-자하문로-신교동 교차로)에 대해서는 극심한 교통불편이 야기될 우려가 있어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법원 결정에 따르면 전봉준 투쟁단(농민트럭과 트랙터)의 상경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막무가내다.
사진의 경찰 표정에 모든 것이 드러나 있다. 
이날 농민들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시종일관 안하무인에 기고만장, 막무가내에 적반하장이었다. 
경찰은 깃발 달고 행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적재함에 실린 물건을 내려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며 톨게이트를 봉쇄했다.
그리고 톨게이트 봉쇄에 항의하는 농민들에게 신고되지 않은 불법집회를 한다고 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 현행법으로 체포하겠다고 으름짱을 놓는다. 

 

그렇다면 좋다, 퍼주고 가마!

우여곡절 끝에 고속도로에 재진입한 농민 차량이 죽전 휴게소에 집결했다.
하지만 대장 트랙터를 포함한 훨씬 많은 투쟁대오가 안성 IC에 발이 묶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안성은 안성대로, 죽전은 죽전대로 서울 입성 투쟁에 돌입한다. 

 
 

경찰의 방해를 뚫고 죽전휴게소를 나선 트랙터와 차량이 서울로 달려간다.
시원스레 달리던 길이 양재 IC를 앞두고 극심하게 막히기 시작한다.
경찰이 양재 IC 나들목 중간에 그물을 설치하고 차단에 나선다.  
고속도로 하위 4,5차선을 달리던 투쟁단을 막기 위해 경찰이 3개 차로를 봉쇄하고 차량을 유도하고 있다.  
그물을 치고 그 속으로 고기를 몰아 잡겠다는 의도다.  
농민들이 항의하며 차선을 변경하자 경찰병력이 나서서 막는다. 
시원스레 차량이 달리던 고속도로는 겅찰에 의해 이렇게 봉쇄되었다. 

서울 1KM

전체 차로를 막고 있는 경찰

 

경찰병력에 막혀 고속도로에 정차된 농민차량 사이사이 경찰병력이 투입되고 연행이 시작된다.

차량에 탑승해 있는 농민을 강제로 끌어내려 연행하고 있다.
경찰은 운전자를 강제연행한 뒤 견인차를 동원해 차량마저 연행하였다.

연행되는 박근혜 퇴진 농민 차량

경찰의 1차 연행은 상위 1,2차로를 확보하기 위해 자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7명의 전봉준 투쟁단이 강제연행되고 1명의 농민이 경찰의 가격으로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경찰의 봉쇄와 급작스런 강제연행에 항의하며 농민들이 대오를 수습한다.
평화적인 상경 보장과 연행자 즉각 석방을 요구하지만 경찰들은 요지부동이다. 
막으면 별 수 없다. 이미 노숙투쟁을 각오한 농민들이다. 
솥단지를 걸고 늦은 저녁을 챙겨 먹는다. 

고속도로에 솥단지가 걸렸다. 

따뜻한 국밥 한그릇, 산골 동네에서 가져온 멧돼지고기가 뱃심을 두둑하게 한다. 

 

하지만 경찰들은 농민들을 잠시도 쉬게 두지 않는다.
나머지 차선까지 확보하고 농민들을 해산시키고 말겠다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대열 앞뒤에서 다시 무차별 연행이 시작되고 차량 견인이 다시 시도된다.
하지만 더 이상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세번째 차선에 정차된 선두 차량을 견인하려는 경찰과 농민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진다. 

 
 
 
 
 

수십명의 농민이 추가로 연행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농민들을 마치 개 돼지 끌어가듯 했다.  
하지만 단 한대의 차량도 추가로 견인하지 못했다. 

전농 김영호 의장이 피를 흘리고 있다.
개 돼지 다루듯 하는 참혹한 무차별 연행에 항의하다 경찰이 휘두른 채증 카메라에 맞았다. 
분노한 농민들이 "다 잡아가라" 소리치며 경찰 호송버스를 두드리지만 열리지 않는다. 
추가 연행과 해산작전을 포기한 경찰 호송버스가 꽁무니를 뺀다. 

36명의 농민이 연행되고 새벽 한시가 되어서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길바닥에 대형 이불이 펼쳐지고 농민들이 노숙에 들어간다.
많은 농민들이 길바닥과 차 속에서 고단한 하룻밤을 지새워야 했다.

아침이 밝아온다.
밤 사이 노숙하는 농민들 머리맡에 시민들의 지원물품이 쌓였다.
산 너머에서는 먼동이 터오른다. 시간은 우리편이다.

 

전봉준 투쟁단이 우렁찬 함성으로 새아침을 열고 있다. 

고속도로 위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전봉준 투쟁단은 차량을 갓길에 주차시키고 걸어서 고속도로를 나가 광화문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경찰의 봉쇄를 뚫고 광화문에 진입한 별도의 전봉준 투쟁단 80여명은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밤을 지새웠다. 

농민대회봉쇄 폭력경찰 규탄 박근혜퇴진 농민결의대회, 광화문

 

눈이 내린다. 첫눈, 서설이다. 
나라 바꾸는 농민, 전봉준 투쟁단이 광화문에 집결했다. 
하지만 트랙터와 차량은 평택에, 고속도로에 묶여 있다. 
전봉준 투쟁단은 아직 임무를 마치지 못했다. 
평택에 머물고 있는 대장 트랙터에 다시 시동을 걸고 기어이 서울로,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 
전봉준 투쟁단은 박근혜 정권의 명줄을 끊어놓아야 한다. 
이것은 전봉준 투쟁단과 함께 하는 300만 농민들의 염원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마음이기도 하다. 
전봉준 투쟁단은 300만 농민과 전 국민의 마음을 받아안고 2차 봉기를 준비하고 있다. 
전봉준 투쟁단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이제 농민을 넘어 전 국민의 발걸음이 될 것이며,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이다. 

 

26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만 150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모여들었다. 
우리 모두는 한목소리로 외쳤다.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를 체포하라!"
박근혜 퇴진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고 그 시기와 방법을 놓고 갖가지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광장의 함성은 단호하다. 
"박근혜 즉각 퇴진!"
광장의 민심과 투쟁 열기는 온갖 잡소리와 꼼수를 짓부시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진하고 있다.
민중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시간은 우리 편이다.  

 

  1. 신청인은 헌법 제21조 제1항, 집회 및 시윙 ㅔ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및 시위를 통하여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이 사건 집회와 행진의 시간, 장소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집회와 행진으로 인하여 주변 교통소통에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신청인은 신고한 이 사건 집회 및 행진에의 참가인원은 800명에 불과하고, 이 사건 집회 및 행진에 질서유지인 80명을 배치될 예정이며, 아울러 신청인은 이 법원에 평화적 집회 및 시위를 다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이 사건 집회 및 행진과 같은 목적과 인근 장소에서 개최된 다른 집회 및 시위도 평화적으로 개최된 바 있었던 사정 및 그 밖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 및 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집회 및 행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