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붉은오름, 이런 이름 좋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름 그대로 흙이 붉은 오름.  
흙이 왜 붉을까? 붉은 화산송이가 오름 등성이 지면에 노출돼 있어서 그렇다네.
송이는 뭐지? 왜 그게 그대로 노출돼 있다냐? 
머릿속에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송이는 화산이 폭발할 때 공중으로 높게 뿜어지며 잘게 부스러진 용암이라 보면 되겠다.
한자로는 분석(噴石)이라 하는데 噴(뿜을 분) 자를 쓴다. 그러고 보니 흙이 아니라 돌이네. 
시뻘건 용암이 하늘 높이 분출되는 광경을 상상해보시라. 
공기 중에 분출되다 보니 공기를 많이 머금어 가벼워지고..
이게 지표면에 퇴적되니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모양이라..

초입

흙붉은오름은 백록담(부악) 동쪽 가장 가차이, 가장 높은 곳(표고 1,381m)에 자리한 오름이다. 
성판악에서 백록담 오르는 길목, 사라오름에서 가까운 모양인데 관음사를 기점으로 잡았다. 
성판악에서 접근하는 것이나 관음사에서 접근하는 것이나 거리나 시간은 엇비슷하겠다. 
대신 이 짝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하다. 

막바지

대략 7km, 두어 차례 건너게 되는 물 없는 검은 계곡을 제외하고는 허리쯤 오는 조릿대에 뒤덮인 밀림이 한결같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내리는 비는 굵어졌다 잦아들었다, 때로는 반짝 햇빛이 비추이기도..

쓰러진 참나무에서 발견한 자연산 표고버섯, 매우 귀한 모양이라..
지루한 산행에 일대 활력소가 되었다. 

흙붉은오름 정상부, 정말 흙 붉다.
비를 머금은 송이가 발 밑에서 바스락거리며 부스러진다. 
궂은 날씨, 한라산은 그 좋다는 조망 하락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는 만큼만 보는 수밖에..

 
 

백록담은 구름 속에 들었다.
힐끗 보이는 것은 왕관릉이라네.

 
 
 
 

흙붉은오름이 품고 있다는 샘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를 보지 않고 흙붉은오름을 말하지 말라 했는데..
음양의 짝을 이룬다는 돌오름은 또 어느 짝에 있는지..
오름의 전반적인 형상조차 파악하지 못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서 내려가라 등을 떠민다.  
아무래도 여기는 다시 와야 되겠다. 그럴 날이 오겄지..

시로미 군락

어떤 사람한테는 불로초..
자세히 보지 않은 탓인가? 열매를 보지 못했다.

한라개승마
민백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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