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 자고 싶었다. 

비바람 탓하며 물러서기 여러차례 오늘도 고속도로에는 비가 내린다. 

장성 사거리 지나 양고살재 올라서니 때 아닌 북풍한설, 오매 이거이 문 일이다냐?

고갯마루에서 고민한다. 

가.. 말어.. 

몰아치던 눈보라 사그라들고 하늘엔 별조차 총총 박힌다. 

그래 가자, 가즈아~



눈발 섞인 능선바람이 몹시 세차다.
음.. 바람막이가 있어야겠는데 약간 두터온 봄 옷차림 그대로 올랐으니..

벽오봉 옆 억새봉, 억새봉은 바람독이다. 그 바람 온 몸으로 감당하며 텐트 치느라 갖은 실갱이를 다 한다. 

바람 따라 체온 다 날아가고 몸이 얼어붙는다. 

봄 산에서 얼어죽는다더니 내가 그짝 날 뻔 했다. 

천신만고 끝에 텐트 고정시키고 자리에 누우니 내 세상이 따로 없다.  

울부짖는 바람도 밀려오는 잠구신을 떨쳐내지 못한다. 

까무륵 까무륵 바람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말았다. 



바람이 다 몰고 가부렀으까 밤 사이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밝았어도 바람은 여전히 잠들지 않는다. 

텐트 걷다 또 한차례 얼어죽을 뻔.. 
텐트 대충 돌돌 말아 배낭에 갖다 붙이고 서둘러 바람독에서 빠져나온다. 
아따 그 바람 참.. 4월의 꽃샘추위가 매섭다.



오매.. 진달래 다 얼어죽어부렀다. 

하얀 쌀가루같은 눈 위에 나뒹구는 붉은 진달래가 처연하다. 

처연함도 잠시 진달래 화전에 맑은 청주 한잔 떠오른다. 



모진 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 살아 남았구나. 

4월의 함성같은 붉은 진달래,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저 건네 축령산, 눈보라 한무데기 산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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