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아래, 바래봉 아래
지리산 자락 높은 들 모내기 한창이더라. 
실상사 옆 손바닥만 한 들판
너 말 가웃지기 반듯한 논
팔십을 바라보는 내외간
모를 내고 있다. 
태국 청년을 조수로 달고 온 이앙기
논바닥을 누비고
바깥냥반은 모쟁이
안사람은 갓모를 심고 있다. 

풍경은 그림인데 공연한 짜증이 몽골몽골
술기운이겄지..
짜증이 왈칵 눈물로 솟구쳤다. 
셈속 없는 이런 농사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래 따지고 저래 따져도 
회기 안 닿는 농사
몇 번이나 더 지을까, 언제 그만둘까
늘어지느니 한숨인데
아흔닷 마지기 농사, 손꼽히는 살래 대농 
이앙기 기사는
백 마지기 채울 요량에 꿈이 부푼다.

.

아짐,
모내기고 지랄이고
꽃구경이나 갑시다
바래봉 철쭉 흐드러졌단디
기다리다 지쳐
지고 있단디.

수입쌀 허벌나게 사쟁여놓고
사람들이 쌀을 안 먹어서
농민들이 쌀농사만 지어대서
쌀이 남아돌다 남아돌다
그래서 쌀금이 허천무라지라고
그것이 원리라고
떠들어싼디
갓모는 숭궈 멋 헌다요?
숨느라 고생 비느라 고생
콤바인 기사 짜증만 늘어질 거인디

다 내쏴불고
꽃구경이나 갑시다,
아짐.

논배미는 오롯이 하늘을 담았는데
이런 풍경 몇 해나 더 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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