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토목공사는 선거 시기 지역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좋은 소재가 된다. 
주민 숙원사업 혹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철도, 공항, 도로 등의 모습으로 등장해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곤 한다. 많은 경우 선거가 끝나면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만 선거철이 되면 좀비처럼 되살아나 다시 등장한다. 이처럼 선거용으로 만들어진 대형 토목공사는 설령 현실화 되더라도 애물단지가 되거나 실제적인 지역의 미래 발전보다는 정치인의 홍보용 치적 쌓기로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대형 토건사업이 정치권력과 건설자본이 유착한 결과이며, 이 과정에서 수의계약, 특혜 등의 비리가 반복되는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고창군의 경우 곰소만을 가로질러 변산반도와 연결하는 부창대교(노을대교) 건설공약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등장한 이래 회를 거듭하는 동안 다듬어지고 구체화돼 이제는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들 한다. 지난 2000년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을 거치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건설이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부창대교는 사업 확정 후에도 좀처럼 착공에 이르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토건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지역 정치권은 사업비를 증액하는 방식으로 토건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려 애쓰고 있다. 정부를 압박해 세금을 좀 더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등장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제성 부족, 환경 파괴 등과 같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었던 부창대교는 이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토건정치’의 등에 업힌 ‘선심성 공약’의 매우 전형적인 사례로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한껏 성장해 버린 부창대교를 두고 지역 정치권은 이제 구체적인 착공 시기를 앞당겨 실행할 방안을 찾아 이를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 용도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물이 들어찬 고창갯벌, 만조 떼도 물에 잠기지 않는 '쉐니어'에 도요물떼새들이 모여들어 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부창대교를 건설하려는 곳이, 혹은 부창대교의 건설 가치(?)를 가장 드높이기 위해 건설돼야 하는 곳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갯벌의 핵심지역을 관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유네스코는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재 및 미래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화 또는 자연적 중요성”을 고려해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총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연유산이 두 건(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이고 나머지는 역사유산이다.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네 곳 중 한 곳이 바로 고창갯벌이다. 

유네스코는 “고창갯벌은 100여 종, 20만 마리의 물새를 부양하고 있는데, 이중 IUCN 적색목록 21종을 포함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EN등급)인 황새의 최대 월동지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전 세계 1종 1속만 존재하는 황해 고유종인 범게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라고 고창 갯벌을 소개하고 있다. 고창갯벌이 부양하는 100여 종, 20만 마리 물새의 대부분은 도요물떼새들이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수천~수만 km를 이동해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도요물떼새의 중간기착지로 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지역이다. 갯벌은 이들에게 풍부한 먹이터, 먼 거리를 이동하는 항공기의 중간 급유소와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새만금 매립 등 서해안 갯벌 소실로 인해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이미 심각한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신재생 에너지(해상 풍력, 육상 태양광), 교량, 공항개발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부창대교는 고창갯벌의 핵심 지역을 관통하는 주요 위협 요인이 된다. 자연유산 심사기관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고창갯벌 실사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창대교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건설추진 현황 등에 대해 한국 정부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주시하고 있다. 부창대교 건설 여부 및 건설방식에 관한 문제는 국내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관심사 혹은 분쟁거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교량건설이 불러올 환경 변화와 변화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과 생명들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것인지 깊이 고려해야 한다. “국경을 초월해 인류라면 누구나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줘야 가치가 있다라고 인정된 고창갯벌에 부창대교가 반드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건설돼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정밀한 검토와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