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규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직 지인과 동지들의 바래움 속에 이 승의 마지막 길을 떠나셨다. 

오기태 선생님을 추모하며

                                   정충식

새벽 4시에

당신은
북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농사짓던 땅
아이들의 살 내음
부인이 초가 살 밖에서 부르던 소리 담아오면
잠 못 이루고 일어났지
간수가 휘두르면 살덩이 떨어져 나오던 매질
의지를 꺾으려 육신을 가두었던
독방의 쇠창살도 막지 못했지

버스 타면 한나절
기차 타면 반나절
갈 수만 있다면 기어서라도 갔을
그러나 기어이 당신의 걸음으로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고
의연히 걸어가고자 했던
해가 갈수록 사무치게 잠을 깨우던 그 시간

당신의 몸이
북녘에 있을 때도
그리움은 남녘의 바다 고향
회귀하는 민어를 품은 임자도 너른 물결 따라
뜨겁게 심장이 뛰었으니
처자식을 뒤로 하고 내려왔었을 당신
당신이 사랑했던 조국은
당신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을 안겼는지
이제
누구에게 물어보고 대답하지 못해도 돌아보리다.

남아있는 자들이
슬픔을 머금고
모여
오늘 이제서야 북녘으로
마지막 통일의 배 띄우네

철새의 날개짓이 부러워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을
당신의 숨결을 싣고
얼어붙은 통일광장의 매운 먼지마저 삭삭
털어 담아
미련하도록 깊고 컸던 조국 사랑의 의지까지
남김없이

영원히 안기고 싶었던
새벽 한기마저 따습게 데우는 아궁이 연기 피어오르는
꿈에 그리던 당신의 땅으로 훨훨
세상에 나온 것은 천명이었지만
기꺼이 고난의 운명을 선택하여
깃발처럼 펄럭이며
살았던 시대마저 태우고

님이여

당신이 떠났던 자리 뒤로
한겨울 추위를 물리며 꽃이 필 것이외다
통일의 꽃
해방의 꽃

눈물 대신에
뜨거운 심장으로 오늘을 사는 사람마다
다시는 마르거나 시들지 않을 꽃이 되어
남녘의 한라부터 북녘 백두산 골짜기까지
해마다 계절 구분 없이
되살아나 필 것이외다
당신의 걸음마다 뿌린
씨앗이 뿌리를 뻗고 땅의 숨통을 틔웠으니
본디
하나였던 반도
하나의 하늘 아래서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민중의 땅에서 영영 필 것이외다.